부채 급증이 신호탄…위안화가 국제 자금조달 통화로 부상한다

자이싱 리(Jiaxing Li)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위안 채권을 적극 매수하고 있으며 위안화 대출 급증이 매력적인 금리로 인해 중국의 은행에서 해외 달러 대출을 추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베이징이 위안화를 국제 무대에 올리려는 지속적 추진을 금리 우대라는 현실적 메커니즘으로 뒷받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5년 12월 2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은행 대출은 지난 4년간 3배로 증가하여 2.52조 위안에 달했으며, 온쇼어(국내)·오프쇼어(해외) 위안화 채권 발행 규모는 2년 연속 사상치 혹은 그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이 호황의 주된 동력이 비용 우위라고 지적한다. 위안화 금리가 낮아 자금 조달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시장 자체의 모멘텀이 형성되며, 위안화를 보유하고 지출하려는 수요 기반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관찰된다. 이는 자본계정 완전 자유화의 진전이 없더라도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이 진척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된다.

주목

“나는 지금 단계가 본질적으로 위안화(인민폐) 자금에 대한 근본적 관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이 같은 견해는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의 중국 온쇼어 부채자본시장 책임자 사무엘 피셔(Samuel Fischer)의 말에서 확인된다.

피셔는 이어서 “점점 더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단순한 차익(arbitrage) 관점이 아니라 실제로 위안화 자산 배분을 고려하고 있으며, 중국 밖에서 오는 매우 큰 규모의 앵커 주문(주요 배정 주문)이 존재한다. 달러는 중대한 분기점에 있으며, 분산투자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무역 및 자금조달 통화로서의 위안화는 중국이 수년간 추진해온 과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위안화의 글로벌 외환 거래 비중은 낮은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하여 올해 4월 약 8.5%에 이르렀다. 비교 시 달러는 약 89%를 차지한다.

올해 비중국계 발행자들은 1월~11월 말까지 온쇼어(국내) 시장에서 1,697억 위안(약 241억 달러)을 조달했고, 오프쇼어(해외) 시장에서는 모든 발행자를 합해 기록적인 8,019억 위안이 조달됐다. 특히 오프쇼어 수요가 강하게 유지된 점이 두드러졌다.

주목

글로벌 채권 발행 전체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작은 수치다. 딜로직(Dealogic)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조달된 기록적 규모는 9.57조 달러이며 이 중 약 4.5조 달러가 달러화, 2.2조 달러가 유로화 발행이었다. 다만 중국 중앙은행 통계는 지난 3년간 외국인의 온·오프쇼어 위안화 채권 발행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집계한다.

대출 시장에서도 변화가 관찰된다.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외화(주로 달러) 대출 잔액은 2022년 정점 5,870억 달러에서 11월 말 3,750억 달러로 줄어든 반면, 위안화 대출 가치는 3,570억 달러 수준까지 증가했다.


가격(금리) 우위가 핵심 동력

발행자 관점에서 주요한 결정 요인은 금리(가격)이다. 위안화 조달 비용은 2022년 이후 달러보다 낮게 형성됐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올라간 반면, 중국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했기 때문이다.

기준이 되는 중국 10년물 국채와 미국 국채 간의 금리 차이는 올해 초 거의 315bp(기준포인트)에 달했고, 일본의 10년물 금리도 중국보다 거의 20bp 높다.

예컨대 올해 발행된 3년 만기 팬더본드(panda bonds)1.7%~2.7% 수준에서 발행되었는데,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 약 3.5%보다 훨씬 낮았다(S&P Global 자료).

S&P Global은 “변동성이 큰 달러·유로 대비 위안화의 상대적 안정성은 해외 발행자들의 환위험을 줄여 비용이 큰 통화 헤징의 필요성을 완화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치·무역 긴장과 관세가 무역의 지역화(regionalisation)를 앞당기면서 위안화 부채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의견은 링클래터스(Linklaters)의 자본시장 파트너 테렌스 라우(Terence Lau)의 설명에서 확인된다.

라우는 “수혜자 중 하나는 중국과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와 같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해당 사업에서는 현금이 종종 중국 건설사로 재투입되고 결제가 위안화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개발은행(Development Bank of Kazakhstan) 등은 오프쇼어 위안화 시장에서 이른바 딤섬본드(dim sum bonds)를 발행했는데, 인도네시아는 10월에 60억 위안을, 카자흐스탄은 9월에 20억 위안을 조달했다.

케냐는 10월에 달러 표기 철도건설 대출을 위안화로 전환했고, 에티오피아도 유사한 전환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됐다. 또한 중국개발은행(China Development Bank)과 남아공개발은행(Development Bank of Southern Africa)은 올해 협약을 체결해 첫 위안화 표기 금융 협력을 성사시켰다.

라우는 “카자흐스탄은 중국과 점점 더 많은 거래를 하고 있다. 따라서 위안화에 대한 수요는 단지 금융조달 목적이 아니라 실제 사용처가 있기 때문에 늘어난다”고 말했다.


달러 패권에 대한 방어적 움직임

투자자 관점에서는 위안화 채권이 국채보다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고,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시아 채권시장이 축소된 상황에서 자금을 대기시킬 장소를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비아시아권의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로부터의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는 아문디(Amundi)의 아시아 투자총괄 플로리안 네토(Florian Neto)의 발언이다.

네토는 “최근 CNH(오프쇼어 위안화) 채권 거래는 강한 주문 장부를 보였고, 이는 국내외 발행자들이 앞으로 CNH를 잠재적 자금조달 채널로 고려하도록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의 M&G Investments 아시아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윌리엄 신(William Xin)은 위안화의 세심하게 관리되는 안정성 또한 매력 요소라며, 비헤지(unhedged) 상태에서 연 4~5%의 수익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론 국제 위안화 부채의 규모는 중국 국내 채권 시장의 약 0.2% 수준에 불과하며 달러·유로 채권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하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약 3.6% 상승했다. 통화 상승은 차입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위안화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책은행들이 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통화의 움직임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만약 이러한 신중한 스탠스가 바뀐다면 해외 대출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멈출 수 있다. 그러나 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해외 위안화 대출이 새로운 최고치를 계속 갱신하는 것”

이라고 Gavekal Dragonomics의 이코노미스트 웨이 허(Wei He)는 전망했다.

분석가들은 중국의 목적이 반드시 달러를 패권에서 축출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오히려 달러 중심 체계 밖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블록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라고 진단한다.

“중국은 거대한 선언이나 달러와의 정면 충돌을 통해 통화 시스템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건의 조달·결제 결정들을 통해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전환시키고 있다.”

이 관점은 BNP 파리바 자산운용(BNP Paribas Asset Management)의 글로벌 전략가 치 로(Chi Lo)가 홍콩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또한 “이 정책의 목적은 달러를 전복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달러 우위 체계가 중국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적 움직임”이라고 부연했다.

환율 표기 참조: $1 = 7.0405 중국 위안(인민폐)


용어 설명

다음은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팬더본드(panda bond)는 해외 발행자가 중국 국내(온쇼어) 시장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을 가리킨다. 딤섬본드(dim sum bond)는 중국 밖에서 발행되는 오프쇼어 위안화 채권을 뜻한다. CNH는 홍콩·런던 등 해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오프쇼어 위안화 표시 통화를 말하며, 반면 국내 위안화는 CNY 또는 onshore RMB로 표기된다.

향후 영향에 대한 체계적 분석

첫째, 국제 자금조달 다변화 관점에서 위안화의 비용 우위가 지속된다면 비(非)중국 발행자의 위안화 조달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발행자들의 통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가속시키고,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위안화의 존재감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둘째, 환율·헤지 비용 측면에서 위안화의 상대적 안정성과 낮은 변동성은 해외 발행자들의 헤지 필요성을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발행비용이 낮아지고, 일부 국가나 국책개발사업에서 위안화 표시 차입이 매력적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셋째, 금융·정치적 리스크 측면에서는 위안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차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중국의 당국이 현 수준의 통화관리(국책은행의 달러 매입 등)를 지속할지 여부가 해외 위안화 대출의 성장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넷째, 달러 중심성에 대한 구조적 영향은 단기간 내 급변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거래·조달·결제의 실제 선택들이 누적되면서 달러 중심의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 대안(또는 보완체계)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정학적 마찰이 심화된 환경에서 각국의 결제·조달 관행을 지역화시키는 추세와 맞물려 작동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관점에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률 추구 차원에서 위안화 채권을 고려할 만한 이유가 분명하다. 다만 위안화 자산의 비중 확대는 환위험·유동성·정책 리스크를 함께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권고다.

결론

요약하자면, 위안화 자금조달의 급증은 금리 우위와 지정학적·무역구조 변화, 그리고 실물 경제에서의 위안화 사용처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변화는 당장의 달러 지배 체제를 대체하기보다는 글로벌 결제·조달 환경에서 위안화의 역할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참가자들과 정책당국의 행보에 따라 그 속도와 폭은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