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노보노르디스크의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첫 승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노보노르디스크(Novo Nordisk)의 경구용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최초로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주사제가 아닌 알약 형태의 GLP-1 계열 약물을 비만 치료에 공식적으로 허가한 첫 사례로, 의료 접근성 확대와 치료 패턴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12월 2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승인은 노보노르디스크가 자사의 주력 체중감소 치료제인 웨고비(Wegovy)와 동일한 활성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경구제형으로 개발한 결과다. 회사는 이 약을 2026년 초 출시할 계획이며, 시작용량 1.5밀리그램은 2026년 1월 초부터 약국과 일부 원격진료(telehealth) 제공자 채널을 통해 월 149달러의 비용으로 제공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제품 출시·가격·유통 관련 주요 내용

주목

노보노르디스크는 추가 용량의 가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나, 자격이 되는 환자에 대한 보험 적용 및 할인 옵션에 관한 정보는 출시 시점에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또한 이 알약의 초기 출하와 함께 일부 원격의료 채널을 통해 환자들이 월 149달러의 절감 혜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가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직접 소비자 대상 사이트인 TrumpRx에서 시작 용량을 동일한 월 149달러에 제공하는 조건과 같다. TrumpRx 사이트도 2026년 1월에 시작될 예정이다.

임상 근거와 적응증

승인은 당뇨를 동반하지 않은 비만 성인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을 근거로 한다. 해당 연구에서 노보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밀리그램 용량은 64주 후 평균 체중의 최대 16.6%를 감량한 결과를 보였고, 중도 중단자를 포함한 전체 환자 분석에서는 평균 13.6%의 체중감소가 관찰되었다. 또한 FDA 허가는 비만과 확립된 심혈관질환을 가진 성인의 사망,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과 같은 주요 심혈관 사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용도로도 포함되었다. 이는 주사제 형태인 웨고비의 허가 범위와 일치한다.

시장 반응과 경쟁 구도

주목

시장에서는 이번 승인 소식에 노보노르디스크의 주가가 월요일 장 마감 후 약 10% 상승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승리는 경쟁사인 엘리 릴리(Eli Lilly)보다 먼저 경구형 비만약을 상용화하는 ‘퍼스트 무버(선점자)’ 우위를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리 릴리는 주사제 Zepbound로 최근 다수의 시장 점유를 확보했으며, 현재 경구제인 orforglipron의 FDA 승인 대기 중이다. 업계 분석가들은 두 제약사가 경구형 약물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한다.

애널리스트 전망 및 시장 규모

월가 분석가들은 경구용 약물이 비만 치료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전 세계 체중감소 약물 시장에서 경구제가 약 24%의 점유율, 즉 약 220억 달러 규모를 차지할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또한 BMO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이반 사이거먼(Evan Seigerman)은 이번 승인이 노보노르디스크에 ‘최근 인크레틴(incretin) 시장 점유율 유지에 있어 절실히 필요했던 성과’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치료제 기전과 용어 설명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약물군으로,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하며 혈당 조절에 관여한다. 이러한 작용을 모방하는 약물을 통틀어 인크레틴 계열 약물이라고 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이 계열의 대표적 물질로, 원래는 주사제 형태로 개발되어 체중감소와 혈당 개선 효과로 주목받았다. 경구제의 경우 분자가 소화관을 통과하며 흡수되기 때문에 제형·투여 조건(예: 경구 투여 후 30분간 금식)이 중요하다. 반면 엘리 릴리의 orforglipron은 펩타이드(peptide)가 아니라 비(非)펩타이드 구조로 체내 흡수가 상대적으로 쉬워 식사 제한이 필요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복제약(컴파운딩) 문제와 규제 동향

최근 수년간 웨고비와 오젬픽(Ozempic) 등 주사제의 수요 급증으로 인해 일부 환자들이 비용이나 공급 문제로 불법 혹은 규제가 미비한 형태의 복제(컴파운딩) GLP-1 제품을 이용해왔다는 점이 우려로 제기됐다. 노보노르디스크의 미국 운영 총괄 부사장 데이브 무어(Dave Moore)는 수입된 불법 원료를 이용해 집단적으로 생산되는 불법 복제약이 여전히 우려스럽다며 이를 지적했다. FDA는 연초에 세마글루타이드의 공급 부족이 해소되었음을 밝히며 컴파운딩 관행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가격 경쟁과 경제적 영향 분석

노보의 경구제 출시는 공식 가격이 월 149달러로 책정되며, 이는 불법 복제약이나 비허가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비용 수준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고용량 처방의 가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 적용 범위와 환자 본인부담 수준에 따라 치료 접근성은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경구제가 주사제 대비 복용 편의성과 환자 선호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수요를 끌어모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보험 커버리지 확대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보험사가 비용-효과성을 근거로 상병 코드 및 급여 등재 결정을 내리면 환자 접근성은 크게 개선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고비용 구조가 유지되어 보급 확대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

향후 전망

업계에서는 경구형 GLP-1의 등장이 비만 치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한다. 편의성이 높은 경구제는 예방적 치료 수요와 초기 경증 환자의 치료 참여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엘리 릴리 등 경쟁사의 제품 승인 시점과 가격 전략, 보험 적용 확장 속도에 따라 시장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기관의 추정처럼 2030년까지의 시장 규모가 커질 경우, 제약사들은 경구제 라인업과 가격·보험 전략을 통해 추가 매출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데이브 무어(노보노르디스크 미국 운영 총괄): 「경구제 옵션은 다양한 환자군의 치료 접근을 열어주고 환자와 의사가 치료 적합성을 논의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우리가 주사제에서 해왔던 접근성 보장 노력을 경구제에도 적용할 것이다.」


이번 FDA 승인과 출시 계획은 비만 치료의 보편화와 보험·의료체계의 대응 여부에 따라 공중보건 및 제약시장 전반에 걸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구제의 보급은 환자 편의성 증가와 함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 제약사, 보험사, 임상의 모두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