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애크먼이 이끄는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Pershing Square Capital Management)가 2025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보유 중이던 주요 지분 가운데 두 종목을 전량 정리했다. 애크먼은 통상적으로 턴어라운드(회복) 스토리와 저평가된 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을 선호해 왔으나, 투자 논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나 예상대로 회복하지 못할 경우 보유를 해제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2025년 12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퍼싱스퀘어는 오랜 기간 보유해 온 칩틀(Chipotle, 티커: CMG)의 잔여 지분을 이번 분기에 전량 매각했다. 또 나이키(Nike, 티커: NKE)에 대해서도 작년 매수 당시의 장기 회복 기대가 흔들리자 옵션 포지션을 정리하며 포지션을 청산했다. 이로써 포트폴리오의 집중도는 오히려 높아졌으며, 2026년에는 몇몇 대형 투자에 더 많은 자원이 배분될 전망이다.

칩틀(Chipotle) 매각 배경
퍼싱스퀘어는 칩틀에 2016년 처음 투자했으며, 당시에는 해당 업체가 직면한 대장균(E. coli) 집단 발병 사태 이후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해 장기 보유를 결정했다. 애크먼과 팀은 당시 브라이언 니콜(Brian Niccol) 최고경영자(CEO) 체제 하에서 칩틀이 과거와 같은 강한 동종 점포 매출 성장(same-store sales)을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니콜 CEO의 취임부터 2024년 말까지 칩틀은 연평균 약 9%의 동일 점포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상황이 악화됐다. 상반기 동안 동종 점포 매출은 하락세를 보였고, 3분기에는 동종 점포 매출이 겨우 0.3% 개선에 그쳤다. 회사 측은 4분기에 다시 중간 단위의 싱글디지트(mid-single-digit) 수준으로 동종 점포 매출이 하락할 것으로 경고했다. 동시에 지난 몇 년간 상승한 식품 원가를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여력이 크지 않아 마진 압박을 받고 있다. 영업마진은 연초부터 첫 9개월 동안 800베이시스포인트(bp) 하락해 16.9%로 축소됐다.
퍼싱스퀘어 투자분석가 앤서니 마사로(Anthony Massaro)는 해당 종목이 현재 선행 주당순이익 배수(forward P/E) 약 25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어 역사적으로는 저평가되어 보인다고 지적했지만, 과거 성장세로의 복귀를 확신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나이키(Nike)의 옵션 포지션 청산 및 손실
퍼싱스퀘어는 2024년 말 조직 개편과 함께 경영진 변화가 나타난 나이키의 회복 가능성을 보고 작년 한때 기존 주식 일부를 정리하고, 해당 주식을 대신하는 형태로 딥 인더머니(deep in-the-money) 콜 옵션을 매수하는 등 포지션을 조정했다. 이 전략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회복 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였으나, 이번 분기에 해당 옵션 계약을 전량 청산하며 포지션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퍼싱스퀘어가 우려한 핵심 요인은 팬데믹 이전의 높은 이익률 복귀 가능성이었다. 나이키는 브랜드 경쟁력과 제품 혁신을 바탕으로 고마진 비즈니스를 구축해 왔으며, 이는 신임 CEO 엘리엇 힐(Elliott Hill)의 회복 전략 핵심이었다. 그러나 새로 도입된 관세(트럼프 정부의 정책)가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경영진은 비용 일부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보지만 완전한 보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쟁 심화도 장기적으로 마진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실적로 보면, 2025 회계연도 매출은 10% 감소했고, 영업이자·세전이익(EBIT) 마진은 12.7%에서 8.2%로 축소됐다. 2026 회계연도에는 마진이 반등 조짐을 보이나 매출은 여전히 감소세이며, 장기적 정상화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퍼싱스퀘어는 나이키 투자에서 약 30% 손실을 기록하고 약 1년 반 만에 포지션을 청산했다.
애크먼의 포트폴리오: 알파벳(Alphabet)과 브룩필드(Brookfield)에 집중
칩틀과 나이키의 포지션 정리로 퍼싱스퀘어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더 집중화됐다. 현재 가장 큰 보유 종목은 알파벳(Alphabet, NASDAQ: GOOGL/GOOG)과 브룩필드(Brookfield, NYSE: BN / TSX: BN)이다. 두 종목은 2025년 내내 보유 중이었으며, 펀드 수익을 견인하는 강력한 성과를 냈다. 퍼싱스퀘어는 이들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어, 두 종목이 남은 주식 포트폴리오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알파벳은 최근 반독점 소송에서 예상보다 관대한 시정조치가 발표된 이후 강한 모멘텀을 보였고, 클라우드 사업과 인공지능(AI) 역량의 가속화로 실적이 개선됐다. 알파벳이 공개한 Gemini 3.0 기반 모델은 여러 벤치마크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으며, 맞춤형 AI 가속기 채택도 늘고 있다. 알파벳은 검색, 광고, 유튜브, 클라우드 등 핵심 사업에 대형 LLM(대형언어모델)을 통합하면서 수익 증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모멘텀으로 인해 주가의 선행 수익 배수는 상단 20배대로 확대됐다.
브룩필드는 2026년에 강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자회사인 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Brookfield Asset Management)가 내년에 대형 펀드를 여러 개 출시할 예정이며, 이는 막대한 자본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브룩필드는 향후 3년간 약 60억 달러(6 billion USD)의 캐리드 이자(carried interest)를 인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인식한 약 40억 달러(4 billion USD)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경영진은 향후 5년 동안 배당가능이익(distributable earnings)을 연평균 25% 복합 성장률(CAGR)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재 주가는 약 선행 15배 수준으로 매우 저평가되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용어와 개념 설명
동종 점포 매출(same-store sales)은 기존 점포(일정 기간 이상 영업한 점포)의 매출 증감률을 의미하며 신규 점포의 영향 없이 점포별 성과를 파악하는 지표이다.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는 향후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로, 투자자의 기대 수준을 반영한다. EBIT은 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을 뜻하며 기업의 영업수익성과 효율성을 보여준다. 캐리드 이자(carried interest)는 운용사가 펀드 수익 중 일정 비율을 성과보수로 가져가는 금액으로, 대형 펀드가 성과를 내면 운용사의 수익성이 급증한다. 마지막으로 딥 인더머니 콜옵션(deep in-the-money call option)은 기초자산의 현재가격이 행사가격보다 훨씬 높은 콜옵션으로, 기본 주식을 보유한 것과 유사한 가격 변동성을 제공하지만 레버리지 효과가 존재한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분석
퍼싱스퀘어의 이번 정리는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대형 액티브 매니저의 포지션 정리는 해당 종목(특히 칩틀, 나이키) 단기 주가에 추가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칩틀의 경우 이미 매출·마진 둔화가 확인된 상황에서 대규모 매도 소식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 압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의 관점에서 칩틀은 여전히 선행 P/E 약 25배로 역사적 평균 대비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회복 기대가 상존한다.
나이키의 경우 관세 영향과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경영진이 제시한 목표(더블 디지트 마진 복귀)가 달성된다면 주가 회복 여지가 있으나, 관세 수준과 원가 전가 능력, 경쟁 대응이 불확실한 한 중장기 모멘텀은 제한적일 수 있다. 퍼싱스퀘어가 약 30% 손실을 승인하고 포지션을 종료한 점은 회복 시한이 길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알파벳과 브룩필드에 대한 확대 집중은 기술(특히 AI)과 대체 자산 운용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반영한다. 알파벳의 경우 AI 통합으로 검색·광고 수익 견고화를 기대할 수 있고, 클라우드의 운영 레버리지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2026년에도 알파벳의 실적 모멘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미 확장된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더라도 성장성으로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 브룩필드는 신규 펀드 론칭과 캐리드 이자 인식 가속으로 2026~2028년 사이 현금흐름 및 배당가능이익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어, 가치 회복이 예상된다.
종합하면, 퍼싱스퀘어의 이번 포지션 조정은 리스크 관리와 자본 재배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관련 종목들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알파벳·브룩필드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2026년 이후 수익 창출을 이끌 가능성이 존재한다.
추가 공지
원문은 2025년 12월 22일에 배포됐으며, 기사 작성·원문 출처에 따른 일부 투자 추천 및 보유 내역 공시가 포함돼 있다. 퍼싱스퀘어의 보유 비중·매각 시점 등 구체적 수치는 분기 보고서와 SEC 공시를 통해 최종 확인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