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원내 간사 론 와이든(Ron Wyden) 상원의원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서 발생하는 카르텔 연계 불법 연료 밀수와 관련해 세계 주요 해운사 7곳에 서한을 보내 검토 절차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2025년 12월 1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와이든 상원의원이 보낸 서한 사본을 입수해 본 결과 이들 해운사들은 자사 유조선이 불법 탄화수소(원유·불법 휘발유 등) 운송에 이용되지 않도록 어떤 실사(due diligence)와 고객확인(know‑your‑customer, KYC) 절차를 운영하는지 설명할 것을 요구받았다. 서한은 금요일자(해당 보도일 기준)로 발송됐으며, 각사에게는 2026년 1월 10일까지 상세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와이든 의원은 이 서한을 통해 불법 원유와 조작된 연료(이하 부정 연료)가 마약에 이어 멕시코 카르텔의 두 번째로 큰 수익원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재무부의 분석과도 궤를 같이한다. 와이든 의원은 로이터와의 이메일에서 ‘해운사와 미 정부가 이 수익원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와이든의 서한은 로이터가 10월 22일 공개한 조사 보도를 참조하고 있으며, 당시 로이터는 문서와 보안 소스 등을 근거로 카르텔의 해상 운송 수법과 미 에너지 부문에 존재하는 허점들을 설명한 바 있다. 해당 조사에서 지목된 회사들은 글로벌 유조선업계의 주요 업체들로, 서한은 다음 7개사에 발송됐다: Torm, International Seaways, Norden, CMB.Tech, Frontline, Teekay, Scorpio. 서한에는 각사가 자사 유조선이 불법 연료 운송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수행하는 실사 항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달라고 요청돼 있다.
로이터의 조사에 따르면 Torm은 올해 초 불법 원유 밀수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두 척의 선박을 관리한 바 있으며, 이 점은 10월 22일 보도에서 문서와 보안 소스를 통해 제기됐다. 그러나 와이든의 서한을 받은 7개사 가운데 어떤 회사도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아니다.
CMB.Tech는 실사 절차를 시행하고 있고 KYC 기준을 준수하며 관련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으며, 해당 질문들에 답변하겠다고 응답했다. Norden도 서한을 접수했다고 확인하면서 자사 해상 운송은 관련 법규에 따라 수행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기업들은 와이든의 질의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밀수 수법의 핵심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 카르텔은 북미의 방대한 에너지 유통망에 침투해 트럭, 철도, 그리고 최근에는 유조선을 통해 석유제품을 이동시키는 물류 기술을 완전히 숙달했다. 그 수법의 본질은 거대한 세금 회피 구조에 있다. 멕시코는 수입 디젤과 휘발유 등 광범위한 상품에 대해 IEPS(특별 제품세)라는 세금을 부과하는데, 이 세금은 리터 단위로 계산되며 화물 가치의 50% 이상에 달하는 경우가 흔하다.
범죄 조직은 외국에서 수입된 연료를 관세·세금이 면제되는 다른 종류의 석유제품으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IEPS를 회피한다. 로이터의 계산에 따르면 유조선 한 척 분량의 화물만으로도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회피할 수 있어 카르텔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이처럼 세금 회피가 가능해지면 불법 수송은 매우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된다.
용어 설명
IEPS(멕시코 특별 제품세)는 멕시코 정부가 특정 소비재에 부과하는 간접세로, 연료·담배·알코올 등에 적용된다. 이 세금은 제품별로 다른 세율이 적용되며 수입 연료에 대해서는 리터(또는 단가)당 높은 세율이 부과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유조선(tanker)’은 원유나 정제유를 대량으로 해상 운송하는 선박을 뜻하며, 선박의 검증·관리·용도 보고는 국제 해운 규정과 각국의 관할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실사(due diligence)’와 ‘KYC(know‑your‑customer)’는 기업이 거래 상대의 신원, 합법성, 거래 목적을 확인하는 내부 통제 절차를 의미한다.
조직과 시장 영향
멕시코의 가장 강력한 카르텔 중 하나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Jalisco New Generation Cartel)은 원유와 연료 밀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해상 유조선을 사용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밀수를 주도하는 것으로 미국 및 멕시코 보안 당국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같은 불법 연료 유입은 멕시코의 디젤·휘발유 시장에서 최대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으며, 불법 연료의 가치는 연간 200억 달러 이상로 추정된다고 로이터에 인용된 전·현직 멕시코 정부 인사들은 밝혔다.
와이든 의원은 서한에서 “이 불법 연료 밀수 작전의 규모는 경이롭다”며 “이 산업을 단속하는 것은 카르텔이 미국 내에서 펜타닐, 코카인 등 치명적인 마약을 제조·유통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며, 국제 해운업계도 이 무법 행위를 종식시키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시장 분석
이번 와이든 의원의 질의는 해운사와 에너지 유통망에 대한 규제·컴플라이언스 강화와 관련 기관 간 협업 필요성을 부각한다. 전문가와 업계 분석가들은 다음과 같은 파급효과를 예측한다.
첫째, 해운사들의 실사·KYC 강화로 인해 선박 운용과 용선 계약에서의 투명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부 운송 계약의 지연·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보험사들의 리스크 평가 강화로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멕시코 내 불법 연료 비중이 줄어들 경우 합법 유통 채널의 물량 증가로 연료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단기적으로는 단속 과정에서 공급 혼선이 발생하면 지역별·계절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특히 국경을 통해 공급되는 화물에 대한 검사가 강화되면 국경 인근 시장의 단기적 연료 수급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멕시코 정부의 세수 회복(IEPS 관련) 가능성이 제기된다. 불법 연료의 자금 흐름을 차단하면 연간 수십억 달러 수준의 세수 증대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는 멕시코의 재정 건전성에 긍정적이다. 다만 단속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해운 규제, 항만 통관 절차, 국제적 정보 공유 등 복합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넷째, 국제 해운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투자자와 주주들은 컴플라이언스 실패가 기업 평판과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할 것이며, 기업가치는 관련 조사 결과와 규제 대응에 따라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
와이든의 서한 중 일부 인용: ‘이 불법 연료 밀수 작전의 규모는 경이롭다. 이 산업을 단속하는 것은 카르텔의 마약 제조 및 유통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필수적이며, 국제 해운 산업도 이 무법 행위를 끝내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 수사 차원을 넘어 세제·무역·해운 규제의 교차점에 놓인 문제로 평가된다. 향후 와이든 의원의 추가 조사 결과와 관련 해운사들의 제출 자료, 미·멕시코 당국의 합동 대응 여부가 이 사안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보도: 스티븐 아이젠해머(Stephen Eisenhammer), 샤리크 칸(Shariq Khan) | 2025년 12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