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네 번째 연속 회의에서 기준금리 2%를 유지하며 ‘중단(pause)’을 연장했지만, 명확한 정책 지침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2025년 12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정책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발언하며 금리 인하나 인상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의 핵심 결론은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메시지를 유지했으나, 업데이트된 경제전망과 거시 논의의 어조는 기본적으로 덜 비둘기적(dovish)인 성향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1차) 신호는 12월 회의의 지속적 중단이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과 물가에 대한 양방향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집행이사회(Governing Council)는 정해진 경로가 없는(open-ended), 제약 없는(unconstrained) 정책 스탠스를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마크 월(Mark Wall) 주도 이코노미스트 팀은 「포워드 가이던스는 없다. ECB는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으로 회의별로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2차) 신호는 더 매파적(hawkish)이었다. ECB는 성장과 핵심 소비자물가(core inflation) 전망을 상향했고,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은 국내 모멘텀(domestic momentum)에 크게 초점을 맞췄다. 특히 민간투자에서 예상보다 강한 흐름이 관찰됐으며, 인공지능(AI) 사이클과 연계된 사적 투자(private investment) 증가와 수출의 상대적 견조함을 강조했다.
물가 측면에서는 강조점이 상품이나 에너지에서 서비스와 임금으로 이동했다. 라가르드는 집행이사회가 「서비스 물가에 대해 상당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고, 임금 상승률이 상방으로 놀랄 정도로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도이체방크는 특히 2026년의 핵심물가 전망이 2.2%로 상향된 점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이는 핵심물가가 예전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물가상승 압력을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라가르드는 헤드라인 물가(headline inflation)가 향후 두 해 연속으로 2%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에 대해서는 상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도이체방크는 이러한 신호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2%가 터미널 레이트(terminal rate)를 나타낸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정책 변화는 2027년 중반에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로 제시됐다.
도이체방크 보고서는 2026년에는 물가의 하회로 금리 인하 논의가 제기될 수 있으나, 성장 강세와 끈질긴 임금 동학(sticky wage dynamics)이 결국 정책을 유지하게 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핵심물가 전망 상향이 「인하의 문턱을 높이고, 인상의 문턱을 낮췄다」고 평가하며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더 매파적인 전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의 ECB 인상(ECB hike) 전망은 임금 상황이 2027년부터 불리하게 전개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ECB의 발언을 바탕으로 할 때, 그 시점이 더 빨리 도래할 위험이 있다」
용어 설명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는 중앙은행이 미래 정책금리 경로에 대해 미리 신호를 주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이라는 표현은 중앙은행이 경제지표(인플레이션, 고용, 성장 등)에 따라 회의별로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핵심 소비자물가(core inflation)는 식료품과 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물가를 뜻하며, 통상적으로 통화정책 결정에 더 중요한 변수로 여겨진다. 터미널 레이트(terminal rate)는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이 사이클에서 목표로 삼는 최종(또는 정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시장과 경제에 대한 시사점
도이체방크의 분석을 기반으로 한 정책적·시장적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ECB가 핵심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책 기대치 재조정으로 이어져 국채 수익률(채권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ECB가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강조한 만큼 향후 발표되는 고용·임금·서비스 물가 지표가 시장 변동성을 유발할 여지가 크다. 특히 서비스 물가와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이 확인되면, 중앙은행의 긴축적 스탠스 유지 또는 추가 인상 가능성이 부각될 것이다.
셋째, 은행 대출 및 기업 투자 측면에서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시장이 2027년 중반을 기점으로 금리 인상 리스크를 반영하기 시작하면, 장기금리는 상승하고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2026년 일시적 물가 하회가 확인되면 인하 논의가 재점화되겠으나, 도이체방크는 성장과 임금 압력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넷째, 통화(유로) 측면에서는 ECB의 기조가 더 매파적으로 인식되면 유로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수출경쟁력에 미세한 하방 압력을 줄 수 있으며, 수입물가를 통해 다시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종합 평가
2025년 12월 회의에서 ECB는 금리를 2%에 고정한 채 회의별 판단을 예고하며 표면적으로는 ‘중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업데이트된 성장·핵심물가 전망과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정책 스탠스가 이전보다 덜 비둘기적임을 시사한다. 도이체방크는 이를 근거로 2%를 터미널 레이트로 보되, 2027년 중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주요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향후 서비스 인플레이션, 임금 동향, 민간투자 흐름 등이 정책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