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위안화 채권을 대거 매수하고 있으며, 위안화 대출의 급증은 중국 은행들의 해외 달러 대출을 추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매력적인 금리 수준이 이어지면서 베이징의 위안화 국제화 추진에 새로운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2025년 12월 1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은행 대출은 최근 4년간 세 배로 불어나 2.52조 위안에 달했고, 온쇼어(onshore)와 오프쇼어(offshore) 위안화 채권 매출은 2년 연속 최고 수준 또는 이에 근접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과 시장 참여자들은 낮은 위안화 금리가 이 같은 붐을 촉진했다고 분석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단순한 차익 거래(arbitrage)를 넘는 ‘위안화 자금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도이치뱅크의 중국 온쇼어 채권자본시장 책임자 사무엘 피셔(Samuel Fischer)는 “이번 국면은 이제 근본적인 위안화 자금 수요(fundamental interest in renminbi funding)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국제 투자자들 가운데 위안화 배분을 실제로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대형 앵커 주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배경: 위안화의 국제화와 거래 점유율
중국은 수년간 위안화를 국제 무역·금융 통화로 확대하려 노력해 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위안화의 전 세계 외환거래 비중은 낮은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올해 4월 약 8.5%를 기록했으며, 달러는 여전히 전체 거래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발행·대출 규모
올해 온쇼어 시장에서 비(非)중국 발행사들은 11월 말까지 1697억 위안(약 241억 달러)을 조달했고, 오프쇼어 시장에서는 모든 발행사가 합쳐 8019억 위안을 기록해 역대 수준을 경신했다. 이는 글로벌 자본조달 규모 9.57조 달러 가운데는 작은 비중이지만, 최근 3년간 외국인의 온·오프쇼어 위안화 채권 발행액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출 시장에서는 중앙은행 자료를 보면 외화(주로 달러) 대출 잔액이 2022년 정점 5870억 달러에서 11월 말 3750억 달러로 줄어든 반면, 위안화 대출 규모는 3570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다.
가격(금리)이 주요 동인
발행자 입장에서는 가격(금리)이 가장 큰 유인이다. 위안화 조달 비용은 2022년 이후 미 달러보다 낮게 형성돼 왔는데,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금리가 상승한 반면 중국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춘 영향이다. 올해 초 중국 10년물 국채와 미국 국채 간 금리 격차는 거의 315bp까지 확대됐다. 일본 10년물 금리도 중국보다 약 20bp 높은 수준이다.
올해 3년물 판다 채권(중국 내 위안화 표시 외국 발행물)은 1.7%~2.7% 수준에서 발행됐고, 같은 만기의 미 재무부(UST) 금리는 약 3.5%였다고 S&P 글로벌이 밝혔다. S&P는 “위안화가 미 달러와 유로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이 외국 발행자의 환율 리스크를 낮춰 비용이 많이 드는 통화 헤지(hedging)의 필요성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지역화·정치적 요인과 실물 수요
금융 비용 외에도 무역의 지역화(trade regionalisation)와 거시·정치적 긴장, 관세 등 요인이 위안화 부채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링클래터스(Linklaters)의 자본시장 파트너 테런스 라우(Terence Lau)는 “이 같은 변화의 수혜자는 중국과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같은 프로그램”이라며 “현금이 중국 건설업체에 재투입돼 위안화로 결제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인도네시아는 오프쇼어 위안화(일명 딤섬 채권, dim sum bonds)로 60억 위안을 10월에 조달했고, 카자흐스탄은 9월에 20억 위안을 조달했다. 케냐는 10월에 달러 표시 철도 건설 대출을 위안화로 전환했으며, 에티오피아도 유사한 전환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됐다. 중국개발은행(China Development Bank)과 남아프리카개발은행(Development Bank of Southern Africa)은 올해 최초의 위안화 표시 금융 협약을 체결했다.
라우 파트너는 “카자흐스탄 등은 중국과의 실질적인 거래가 늘어나면서 위안화가 실제 사용처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금융적 자금조달’ 이상의 실물 수요가 위안화 채무 확대의 원인임을 나타낸다.
투자자 관점과 방어적 통화전략
투자자들에게 위안화 채권은 국채 대비 수익률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중국 부동산 경기 악화로 아시아 채권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자금을 주차할 곳을 제공했다. 아문디(Amundi)의 아시아 투자 책임자 플로리안 네토(Florian Neto)는 “비(非)아시아권 글로벌 채권투자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CNH 채권(오프쇼어 위안화 채권)의 공모는 강한 주문을 보여 향후 발행을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G 인베스트먼트의 아시아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윌리엄 신(William Xin)은 위안화의 신중한 환율 관리가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며, 헤지 없이도 연 4~5%대의 수익 전망을 언급했다.
다만 국제 위안화 채무의 규모는 중국 국내 채권시장의 약 0.2% 수준에 불과하며, 달러·유로 표시 채무에 비해 여전히 미미하다.
위안화 상승과 정책 리스크
올해 위안화는 달러 대비 약 3.6% 상승했는데, 통화 가치 상승은 차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위안화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영 은행을 통해 달러를 사들이며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조치를 취해왔다. 게브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이코노미스트 웨이 허(Wei He)는 “만약 그런 신중한 스탠스가 바뀌면 해외 대출의 성장이 느려질 수 있으나,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해외 위안화 대출이 계속 증가해 새로운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치 로(Chi Lo)는 “중국은 달러와 정면충돌하기보다 수천 건의 조달과 결제 결정으로 통화 시스템을 서서히 옮기는 과정을 설계하고 있다”면서 이 정책의 목적은 “달러 우위 체제를 전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달러 지배체제가 중국에 불리하게 사용되는 것을 방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판다 채권(Panda bonds)은 외국 기관이나 기업이 중국 본토(온쇼어)에서 위안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판다 채권은 중국 내 투자자들에게 팔리며, 발행자는 위안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딤섬 채권(Dim sum bonds)은 외국 발행자가 홍콩 등 오프쇼어 시장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을 의미한다. 딤섬 채권은 흔히 ‘오프쇼어 위안화(CNH)’로 거래된다.
온쇼어(onshore) 대 오프쇼어(offshore) 구분은 자금이 발행·거래되는 지역을 말한다. 온쇼어는 중국 본토를, 오프쇼어는 홍콩 등 중국 밖의 시장을 가리키며 규제・접근성・통화 표시 등에서 차이가 있다.
CNH은 오프쇼어 위안화를 지칭하는 금융약어로, 홍콩 등 중국 본토 외 지역에서 유통되는 위안화 자금을 말한다. 온쇼어 위안화는 CNY로, 오프쇼어는 일반적으로 CNH로 표기된다.
헤지(hedging)는 환율·금리 등 시장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파생상품 등을 이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위안화가 안정적이면 외국 발행자의 헤지 비용이 줄어들어 발행 유인이 커진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시나리오
위안화 채무의 급증은 단기적으로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첫째, 글로벌 자금 조달의 다변화이다. 기업·정부가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을 강화하면 달러 표시 자금 수요가 일부 분산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위안화 채무의 절대 규모는 미·유럽 통화표시 채무에 비해 여전히 제한적이므로 단기간 내 달러 우위가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둘째, 금리와 환율 리스크 관리 측면이다. 위안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은 발행자에게 매력적이지만, 위안화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 차입자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중국 당국이 환율 상승을 신중히 관리하는 한편 해외 대출 확대를 허용하는 정책을 유지하면, 위안화 대출 증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정치·무역 구조의 변화다. 무역과 투자에서 지역화가 심화되고, 일부 국가가 중국과의 실물거래를 늘리면 위안화 결제가 확대되어 실물 수요가 뒷받침될 수 있다. 이 경우 위안화는 단순한 자금조달 통화를 넘어 결제·무역 통화로서의 역할을 확장할 잠재력이 있다.
종합하면, 현재의 위안화 채무 급증은 금리 경쟁력, 실물 수요의 확대, 그리고 정책적 관리의 결합으로 설명된다. 향후 수년간은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처가 점차 늘어나며 글로벌 통화 체계의 일부 다변화를 촉진할 전망이나, 달러 체제의 구조적 우위가 단기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환율 변동성과 정책 변화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환율 기준 : $1 = 7.0405 중국 위안(인민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