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유럽 기업 차입 증가 예상…낙관적 해석 배경과 시사점

ING는 유럽 기업들이 향후 차입을 늘릴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경고 신호가 아닌 긍정적 신호로 해석한다고 분석했다. ING는 낮은 레버리지, 견실한 대차대조표, 그리고 지역 전반의 투자 부진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2025년 12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ING 이코노믹스(ING Economics)의 금요일자 분석에서 유럽 기업의 부채 비율이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 규모가 명목상 커진 점을 보정하면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ING는 코로나19(Covid-19) 시기 이후 유럽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약 30% 증가해, 이것이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부채 가치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통합 비금융 기업의 부채 대비 GDP 비율약 67% 직전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이는 2007년 이후 처음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ING는 이를 미국과 대조했는데, 미국의 유사 지표는 올해 초 2015년 수준과 유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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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는 레버리지 축소가 공격적 채무 상환(디레버리징)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차입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순대출(net lending)은 2020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GDP 성장률을 밑돌아왔다.

은행 대출도 최근에서야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10월 기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고 ING는 밝혔다. 그러나 이는 3분기 명목 GDP 성장률 약 4%에 미치지 못해 전반적인 부채 축적 수준은 아직 완만하다고 평가했다.

기업채 발행은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ING는 이것이 과도한 차입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유럽 기업들은 은행대출에서 채권으로 자금조달을 점차 전환해왔으며, 이는 금리·가격 차와 과거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 과거 12개월 동안 기업채 잔액은 약 3.5% 증가해 은행대출 증가율을 소폭 앞섰지만 여전히 GDP 성장률에는 못 미쳤다. ING는 발행 확대가 레버리지의 광범위한 증가보다는 기존 고점의 차환(refinancing) 수요와 높은 가격 수준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은 유럽 자금 조달 구조에서 여전히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유럽에서 프라이빗 크레딧은 기업 신용의 약 1.6%를 차지했으나, 이는 미국의 약 7%에 훨씬 못 미친다. 또한 ING가 인용한 ECB와 PitchBook 자료는 2024년 2분기 유로존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의 운용자산이 약 1,060억 유로(€1060억)1였으며 이는 잔존 은행대출과 채권을 합한 규모의 약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ING는 이처럼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스템적 스트레스의 위험은 낮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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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상환 압력(debt servicing pressure)도 비교적 억제되어 있다. ING가 인용한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 기업의 채무서비스비율(debt service ratio)은 지난 20년 평균을 밑돌고 있다. ECB의 지표들은 금리 부담이 2022년의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상승했으나, 대부분의 은행대출이 이미 재가격(repricing)되어 차입 비용이 정점을 찍은 상태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이 높은 점도 완충 장치로 작용한다. 유럽 기업들은 총부채 대비 거의 23%에 해당하는 현금(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 20년 평균 약 18%보다 높은 수준이다. ING는 이러한 준비금이 차환 위험을 낮추며, 표면적 부채 비율은 기초적 레버리지를 실제보다 5퍼센트포인트 이상 과대평가한다고 지적했다.

브로커리지는 낮은 차입을 위험 감수의 부족이 아닌 투자 부진의 결과로 연결했다. 명목 기업투자 성장은 2023년 이후 GDP 성장률에 못 미치고 있으며, 투자 대비 GDP 비율은 닷컴 버블 이전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ING의 해석은 차입 증가가 재무 스트레스의 신호가 아니라 설비투자(CapEx) 회복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채 수준의 증가는 유럽의 경제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고 ING는 결론지었다.


용어 설명

명목 GDP(nominal GDP)는 물가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통화가치 기준의 국내총생산이며, 실질 GDP는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수치이다. 명목 GDP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면 동일한 수준의 부채라도 GDP 대비 비율은 낮아진다. 채무서비스비율(debt service ratio)은 기업이 보유한 채무의 상환 및 이자 부담이 기업 이익 또는 현금흐름 대비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프라이빗 크레딧은 전통적 은행대출이나 공개시장 채권이 아닌 사모 형태의 대출을 의미한다.


향후 영향 및 전망 분석

ING의 분석을 바탕으로 종합하면, 향후 유럽의 기업 차입 증가는 다음과 같은 경제·금융적 함의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 첫째, 기업투자 회복을 동반하는 차입 증가는 중장기적 생산성 개선과 성장 모멘텀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설비투자( capital expenditure)가 늘어나면 건설, 기계·장비, 기술 분야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어 관련 산업의 매출과 고용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

둘째, 채권 시장 측면에서는 기업채 발행 증가가 공급 측면의 확대를 의미하므로 단기적으로 채권 금리(스프레드)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다만 ING가 지적한 바와 같이 발행의 상당 부분이 차환 수요와 과거 가격 수준의 영향이라면 순수한 레버리지 확대보다 시장의 흡수능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 대출이 회복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채권과 대출을 혼용해 자금을 조달하면 금융시장 내 자금흐름의 다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셋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점에서는 기업 재무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에서 투자와 차입이 동시에 확대된다면 성장 회복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되는 한도 내에서 정책당국이 완화적(stimulative)인 기조를 유지하거나 자금조달 조건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차입 증가가 과도해져 채무서비스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금융안정성 리스크로 연결될 소지도 있다.

마지막으로 실물경제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관찰 지표는 투자 대비 GDP 비율기업의 현금 대비 부채 비중이다. ING가 제시한 현금성 자산 비중(약 23%)과 낮은 채무서비스비율은 단기적인 리스크 완충 능력을 보여준다. 따라서 차입 확대가 가시화되더라도 재무구조가 견실한 기업 중심의 자금수요라면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론

ING의 분석은 유럽 기업의 차입 증가 가능성을 단순한 위험 신호가 아닌, 투자 회복과 경제 성장의 전조로 해석한다. 현재의 데이터는 기업 레버리지가 역사적 평균을 밑돌고 있고, 현금성 자산과 낮은 채무서비스비율이 존재하며, 프라이빗 크레딧의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차입 확대는 유럽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크며, 채권시장·은행대출·중앙은행 정책 등 금융 전반에서 파급 효과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