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소매업체들이 2026년을 앞두고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지만, 저평가된 종목과 기업 자체의 자구노력이 충격을 완충할 수 있다고 RBC 캐피털 마켓이 금요일 발표한 섹터 리포트에서 진단했다.
2025년 12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RBC는 동종 매출(같은 매장·동일 기준 매출)을 통한 물량 성장(like-for-like volume growth)의 여지가 제한적이어서 밸류에이션(valuation) 규율과 이른바 self-help
조치가 수익성 방어에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25년 한 해가 수요의 불균형과 소비자들의 신중한 소비 패턴으로 특징지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을 장세는 출발이 강했으나, 10월과 11월에 소비자들이 재정적 불확실성으로 구매를 미루고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프로모션을 기다리면서 소비 활동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RBC는 연말(크리스마스) 지출은 기본적으로 비(非)재량적 소비보다 덜 재량적이지만, ‘후반 구매 패턴(late buying patterns)’과 높은 할인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재고 수준이 높은 의류 소매업체는 할인 확대 가능성에 더 큰 노출이 있다고 덧붙였다.
RBC는 2026년 실적을 좌우할 요소로 매출(톱라인)보다 마진(영업이익률·gross margin) 변동성을 꼽았다. 기업별로는 마진 개선을 통한 이익 방어가 더 중요해지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5년 하반기(H2 2025)와 2026년 상반기(H1 2026)로 이어지는 기간에 총이익률(gross margin) 개선 기대를 제시했다. 그 근거로는 달러화(USD) 매입 우위, 비교적 우호적인 소싱(sourcing) 환경, 원자재 및 운임비용의 완화를 들었다. 이러한 요인들이 더 어려운 영업 환경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RBC는 운영비용의 지속적인 압박을 강조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part-time)와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고용비 상승이 핵심적인 부담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현금 창출력(cash generation)은 섹터 전반에서 지지 요인이라고 RBC는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럽 소매업체는 2025년에도 현금 창출력을 유지했고, 일부 업체는 주주들에게 추가 자본을 환원(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언급된 기업으로는 영국의 식료품업체 테스코(Tesco)와 세인즈버리(Sainsbury’s), 영국 의류업체 넥스트(NEXT), 홈임프루브먼트 그룹 킹피셔(Kingfisher), 식품·의류 그룹 어소시에이티드 브리티시 푸즈(Associated British Foods), 스포츠웨어 소매업체 JD 스포츠(JD Sports), 홈웨어 판매업체 던렘(Dunelm) 등이 포함됐다. RBC는 이러한 현금 환원 사례들이 거래 여건이 악화될 때의 재무건전성(balance sheet strength)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RBC의 톱픽(Top picks)으로는 스페인 패션 그룹 인디텍스(Inditex)와 영국 상장 홈 임프루브먼트 소매업체 킹피셔(Kingfisher)가 지목됐다.
RBC에 따르면 인디텍스는 CY26E(2026 회계연도 컨센서스 기준) 주가수익비율(P/E) 약 25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배당수익률은 약 3.5% 수준이다.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자본지출(capex)이 높은 시기를 보냈다. RBC는 인디텍스의 총이익률 개선 전망과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전환 기대를 핵심 고려 요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보고서는 인디텍스가 1분기(상반기 초)에는 같은 기간 비교치(like-for-like)에서 둔화된 흐름과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킹피셔에 대해서는 CY26E P/E 약 12배 수준과 배당수익률 약 4%가 강조됐다. 킹피셔는 B&Q, Castorama 등 배너를 운영하며, 트레이드 고객(전문 시공·업자) 모멘텀과 전자상거래 성장세가 전망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총이익률 개선과 금리 인하로 인한 폴란드 시장의 회복이 프랑스 시장의 약세를 상쇄할 수 있다고 RBC는 밝혔다.
용어 설명 및 배경
본 기사에서 사용된 몇 가지 핵심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동종 매출(like-for-like)은 기존 점포와 비교 가능한 같은 기준으로 산출한 매출을 의미하며, 신규 점포나 인수 효과를 배제해 순수한 점포별 실적 변화를 보여준다. CY26E P/E는 Calendar Year 2026(2026년 회계연도 또는 달력연도) 예상 주가수익비율(Price-to-Earnings ratio)의 약어로, 기업의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밸류에이션 지표이다. self-help
는 비용 구조 개선, 상품 믹스 조정, 재고 최적화, 공급망 효율화 등 기업 스스로 이익과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내부 조치들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시장 및 경제에 미칠 영향 분석
RBC의 진단을 토대로 시장 파급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도출된다. 첫째, 저평가된(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은) 소매업체는 상대적 방어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수요 둔화 속에서 성장보다 현금 창출과 배당·자본 환원 정책을 더 중시할 수 있다. 둘째, 기업별 자구노력이 마진 개선으로 연결될 경우 해당 종목의 주가 변동성은 완화될 여지가 있다. 재고 축소, 공급망 재협상, 인건비 구조 조정 등은 이익률 방어에 직결될 수 있다. 셋째, 거시적 요인(원자재·운임비, 환율, 금리 등)의 추가 개선은 섹터 전반에 긍정적이다. 보고서에서 언급된 달러 매입 우위와 원가 압력 완화는 비용구조 회복을 돕는다.
반대로 고용비 상승과 같은 구조적 비용 요인은 계속해서 수익성 상단을 억제할 수 있다. 특히 유럽 내 노동시장의 임금 압력은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소매업체의 고정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마진 개선을 보이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이익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중앙은행의 금리 완화 또는 추가 인하가 소비심리 회복과 금융비용 경감으로 이어질 경우, 폴란드와 같이 금리 영향에 민감한 시장에서의 판매 회복이 가속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임금 상승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소비 여력이 제한되어 전반적 수요 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의 실무적 시사점
투자자는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밸류에이션(저평가 여부)과 현금흐름 창출력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은 불확실한 수요 환경에서 주가 방어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재고 수준과 상품 믹스, 할인 정책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특히 의류업체는 재고 축적 여부가 연말 할인 압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 셋째, 공급망·원가 환경의 변화(환율, 원자재 가격, 운임)와 인건비 흐름을 결합해 마진 시나리오를 작성하면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된다.
결론
RBC는 2026년을 앞둔 유럽 소매업체들이 제한된 수요 성장 환경에서 밸류에이션의 엄격한 관리와 기업 주도의 자구 노력을 통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용비 상승 등 구조적 비용 압력과 일부 지역에서의 약한 소비는 여전히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어, 개별 기업의 재무건전성, 재고 관리 능력, 마진 방어 전략이 향후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