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웨어 거대 기업인 나이키(Nike)가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 전략을 입증할 시간이 촉박해지고 있다. 중국에서의 여섯 분기 연속 매출 감소와 함께 신발 부문에서의 약 20% 급감은 한때 성장 엔진으로 여겨졌던 시장이 이제는 나이키에 가장 큰 압박 지점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2025년 12월 1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나이키의 최고경영자(CEO) 엘리엇 힐(Elliott Hill)은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인정했다. 중국 시장은 나이키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나이키의 중국 내 어려움은 오래된 문제이며 투자자들 역시 빠른 성장 회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힐 CEO가 주도한 제품 포트폴리오 개편과 레거시 라이프스타일 라인 축소 전략은 투자자들이 기대한 완만한 개선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신으로는 마진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회사는 2분기(분기 표기는 회사 보고 기준)에 걸쳐 총마진이 약 300 베이시스 포인트(basis points) 하락했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는 관세 비용과 진부해진 재고 과잉이 큰 영향을 미쳤다.
주가 상황도 악화되어 있다. 나이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3% 하락했으며, 이는 나이키가 4년 연속 주가 하락을 기록할 가능성의 궤도 위에 있음을 시사한다.
구조적 난제: 경쟁·소비자 피로·가격 경쟁
중국 소비재 시장의 구조적 난제는 뚜렷하다. 치열한 경쟁과 소비자 피로가 가격을 끌어내리며, 나이키의 기존 다채널 우위를 재현하기가 쉽지 않다. 힐 CEO는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동시에 중국의 모노브랜드(monobrand) 소매 환경—브랜드가 제3자 소매업체를 통하지 않고 자사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미국에서 누리던 다채널 지배력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 제약을 준다.
디지털 채널의 부진도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매출은 약 36% 감소했으며, 이는 안타(Anta)와 리닝(Li-Ning) 같은 국내 브랜드의 경쟁 심화와 맞물려 디지털 성장이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Direct-to-Consumer) 트래픽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둔화되어, Zacks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바르토시아크(David Bartosiak)는 이 부문을 “문제아(problem child)”로 규정했다.
힐 CEO는 “우리는 확고히 스포츠를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믿지만, 현실은 중국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 조치와 그 영향
최고재무책임자(CFO) 매튜 프렌드(Matthew Friend)는 나이키가 11월 11일 싱글즈데이(Singles Day) 행사 때 작년보다 덜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봄철 할인 행사 축소와 여름 재고 구매 축소를 통해 정가 판매(full-price sales)를 개선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바르토시아크는 나이키가 “브랜드 열기(brand heat)와 파트너 관계가 결국 마진 압박을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익성은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스워츠(David Swartz)는 “중국 실적은 일부러 설계된(result partly by design) 측면이 있다”며, 나이키가 진부·저조 판매 재고를 없애고자 의도적으로 결과를 수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워츠는 또한 힐 CEO가 2024년 10월에 경영을 맡았을 때 북미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그 결과가 개선되었다고 지적하며, 나이키에는 여전히 몇 분기 더 신뢰를 부여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 용어 설명
베이시스 포인트(basis point)는 금리나 마진 같은 비율 변동을 표현할 때 쓰는 단위로, 1베이시스 포인트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따라서 300 베이시스 포인트는 3.00%포인트의 변동을 뜻한다. 모노브랜드 소매는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자사 단독 매장을 의미하며, 제3자 유통망을 활용하는 멀티브랜드 유통과 대비된다. Direct-to-Consumer(직판)는 제조사나 브랜드가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채널을 말한다.
향후 영향과 시장 전망
나이키의 중국 전략 실패는 단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첫째, 정가 판매 비중 개선을 위한 재고 조정과 프로모션 축소는 매출 회복보다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단기 매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둘째, 디지털 매출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국내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로 시장 점유율 방어가 어려워져, 중국 내 성장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 셋째, 마진 회복이 지연되면 글로벌 수익성 지표에 하방 압력이 가해져 주가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나이키가 상품 믹스 개선, 파트너십 확대, 오프라인 매장 경험 재투자, 디지털 플랫폼 혁신에 성공한다면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고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시 강화할 여지도 존재한다. 다만 이는 시간이 걸리는 과제이며, 경영진이 제시한 전술적 조치들이 실행력을 가지는지 여부가 핵심 변수다.
분석적 관점에서의 시사점
이번 사안은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과 같은 거대한 시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상기시킨다. 현지 경쟁사의 빠른 제품 주기·가격 경쟁, 소비자 선호의 변화, 그리고 자체 직영 매장 중심의 유통 구조는 다국적 기업의 기존 성공 공식이 그대로 통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나이키의 단기 실적 부진을 기업의 장기적 브랜드 파워와 재무 건전성 관점에서 균형 있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기자 평
로이터 통신의 리포트는 나이키의 중국 전략이 단순한 계절적 난항이 아니라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한 국면에 있음을 강조한다. 경영진이 제시한 재고 정리와 가격 전략 변경은 단기적 고통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며, 향후 수분기 동안의 실적 흐름을 통해 전략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By Nicholas P. Brown and Juveria Tabassum / Reut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