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및 휘발유 선물 가격이 12월 19일(현지시간) 거래에서 상승 마감했다. 2026년 1월물 WTI 원유(CL F26)는 종가 기준 +0.51달러(+0.91%) 상승했고, 2026년 1월물 RBOB 휘발유(RB F26)는 +0.0069달러(+0.41%) 올랐다. 이날의 상승 흐름은 베네수엘라와 러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의 재고조정과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로 인한 경기 낙관론 재부상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12월 21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금요일 오후 원유 가격은 베이커 휴즈(Baker Hughes) 주간 보고서에서 미국의 가동 중인 유정 수가 4.25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점대로 급등했다. 이 수치는 단기 공급 능력 약화를 시사해 원유 공급 전망을 보수적으로 재평가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날 상승폭은 몇 가지 요인으로 제한됐다. 달러지수(DXY)는 1주일 내 최고치로 올라 달러 강세가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수요의 상대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글로벌 공급 전망이 완만한 약세(공급 확대 기대)를 유지하고 있어 추가 상승을 억누르는 요인이었다. 아울러 정제마진을 나타내는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6개월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정유사들이 원유를 매입해 휘발유·디젤 등으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둔화된 점도 가격 상단을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로 들어가고 나가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전면적 봉쇄(total and complete blockade)를 명령했다.”
이와 함께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유가를 지지했다. 미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 조치 외에도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 강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이른바 섀도우(그림자) 선단과 이를 통해 수출을 용이하게 하는 트레이더들을 제재 대상으로 삼을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만약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제안된 평화안 수용을 거부하면 제재는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같은 주 초인 화요일에는 글로벌 수요 우려와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 전망 속에 근월물 선물이 4.75년 만의 저점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이는 여전히 시장이 수급 불균형과 수요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장·수송 데이터 및 공격·제재 영향
에너지 물류·분석업체인 Vortexa는 12월 12일로 끝난 주간에 적어도 7일 이상 정박 상태에 있던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5.1% 증가한 1억 2,023만 배럴(120.23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유조선 적체는 일정 기간 수송·인도 대기 물량의 증가를 의미하며, 단기 수요 약화 또는 물류 병목을 반영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세 달간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목표로 삼아 러시아 내 연료 부족을 심화시키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해왔다. 또한 11월 말 이후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는 등 해상 보안 리스크가 확대됐다. 여기에 미·EU의 추가 대러 제재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공급 측에는 하방 리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공급 정책과 산유국 동향
OPEC+는 11월 30일 회의에서 2026년 1분기 증산 계획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11월 2일 회의에서 OPEC+는 12월에 일평균 +137,000 배럴의 증산을 예고했지만, 이후 신흥의 전 세계적 공급 과잉 우려로 2026년 1분기에는 추가 증산을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 세계 석유 공급 과잉을 일평균 400만 배럴로 예측한 바 있다.
OPEC은 2024년 초 감산 조치로 인해 발생한 220만 배럴/일 규모의 생산 조정분을 복구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120만 배럴/일의 생산 회복 여지가 남아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10,000 배럴/일 감소한 29.09 million bpd로 집계됐다. 또한 OPEC는 3분기(2025년 3분기) 글로벌 석유시장 전망을 이전의 월별 -40만 배럴/일 적자 추정에서 +50만 배럴/일 흑자로 상향 조정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을 전월의 13.53 million bpd에서 13.59 million bpd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EIA의 12월 12일자로 집계된 재고보고서는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4.0%, 휘발유 재고는 -0.4%, 증류유(디젤 등)는 -5.7% 수준으로 계절적 평균을 하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기준 -0.1% 하락한 13.843 million bpd로, 11월 7일 주간 기록한 13.862 million bpd의 사상 최고치 바로 아래에 머물렀다.
베이커 휴즈 가동 유정 수: 단기 생산 전망에 영향
베이커 휴즈는 12월 19일 종료 주간 기준 미국의 가동 중인 석유 시추 장비(유정·rig) 수가 -8기 감소한 406기로 4.2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년 반 동안 2022년 12월 보고된 627기의 5.5년 최고치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가동 유정 수의 감소는 향후 원유 생산의 증가세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중기적으로는 공급 측의 하방 압력을 완화해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용어 설명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디젤 등 정제제품으로 전환할 때의 마진을 의미한다. 크랙 스프레드가 낮아지면 정유사들이 원유를 사들여 정제할 유인이 줄어들어 원유 수요가 약화될 수 있다. 달러지수(DXY)는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달러 강세는 통상 원유와 같은 달러표시 자산의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향후 전망과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베네수엘라 봉쇄 조치, 대러 제재 가능성, 우크라이나의 해상·정유 시설 공격)와 미국의 가동 유정 수 감소가 유가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해상 공급 경로 및 유조선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일부 수출 물량의 차질이 발생해 즉각적인 가격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 반면 달러지수의 강세와 IEA가 지적한 전 세계적 공급 여건(특히 2026년의 대규모 잉여 전망)은 중장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중기적 관점에서는 OPEC+의 생산 정책 결정이 핵심 변수가 된다. OPEC+가 증산 보류 기조를 유지하면 공급 측의 추가 확대가 억제돼 가격을 지지할 수 있으나, 개별 산유국의 생산 회복(특히 미국의 셰일 생산 증가)과 글로벌 수요 둔화 신호가 겹칠 경우 가격은 다시 하향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와 무역 참여자들은 가동 유정 수, 재고 지표, 정제마진(크랙 스프레드), 그리고 지정학적 이벤트(제재·공격·봉쇄)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정책결정자 측면에서는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공급망·물가·경제성장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에너지 수입국은 비상 재고와 대체공급선 확보를 검토할 필요가 있고, 수출국은 시설 보안 강화와 물류 리스크 관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원유 관련 파생상품·선물 포지션의 리스크 관리와 결제 통화(달러) 움직임에 대한 헤지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기타
이 기사에 인용된 자료는 Barchart, Baker Hughes, Vortexa, IEA, OPEC+, EIA 등의 공개 발표 및 보고서에 기초한 것이다. 기사 작성일 기준 저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에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적·간접적 보유 포지션이 없음을 공개했다. 본문 내용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판단의 유일한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