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가 최근 부정적이다. 올해 초부터 9개월간의 급등 이후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지출로 부채가 불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공격적인 자본 지출과 자금조달 방식이 장기적 가치 창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5년 12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Oracle, NYSE: ORCL) 주가는 9월 10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가치의 $42%를 잃었다. 같은 날(12월 10일) 발표한 2026회계연도 2분기(11월 30일 종료) 실적 발표 뒤에 추가적인 급락이 발생했다. 이 보도는 회사의 실적과 재무 지표, 향후 가이던스 수정의 배경을 상세히 전했다.

실적 요약과 투자자의 우려
오라클의 2026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61억로, 시장 컨센서스인 $162억에 약간 못 미쳤다. 비(非)GAAP 주당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2.26를 기록했지만, 이는 올해 초 반도체 설계사인 암페어(Ampere) 지분 매각으로 발생한 $27억의 세전 이익이 반영된 결과였다. 회사는 현 회계연도 매출 가이던스를 $670억으로 유지했는데, 이는 막대한 수주 잔고(backlog)가 얼마나 빠르게 매출로 전환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공격적 자본지출과 부채 증가
오라클은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대규모 자본지출(capex)을 진행 중이며, 이로 인해 자금 유출이 커지고 있다. 지난 분기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마이너스 $100억으로 집계되었고, 세 분기 연속 현금 소진 상태가 지속되었다. 직전 분기에는 capex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120억를 기록했으며, 올해 전체 capex를 $500억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어 월가의 추정치인 $350억을 크게 상회했다.
회사는 자본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을 진행했다. 운영리스부채를 포함한 총부채는 직전 분기말 기준으로 $1,240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한편, 오라클은 거대한 매출 잔고(RPO,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매출 잔고는 최근 분기 기준으로 $5,230억에 달하며 전년 동기 대비 438% 증가했다. 이 같은 수주는 주로 메타(Meta), 엔비디아(Nvidia) 등 대형 고객과의 신규 계약에서 비롯된 것으로 회사는 설명했다.
오라클의 RPO와 AI 수요
오라클의 경영진은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의 목적이 이러한 대규모 약정 이행에 있다고 강조한다. CEO 클레이 마구이르크(Clay Magouyrk)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가 현재 700개 이상의 AI 고객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대형 모델 공급자(large model providers)라고 밝혔다. 경영진은 오라클이 제공하는 추가 AI 데이터센터 용량을 고객이 보통 2~3일 내에 사용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RPO(남은 이행 의무)는 회사가 향후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해야 하는 계약상 약정의 총 가치를 의미한다. RPO는 향후 실적의 잠재적 매출원을 보여주지만, 실제 매출 전환 시점과 속도는 계약 조건과 고객의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Capex(자본지출)는 데이터센터 건설, 서버 구매 등 장기 자산에 투자하는 비용으로, 단기적으로 현금흐름을 악화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 생산능력 확충과 매출 증대의 기반이 된다.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지출을 뺀 값으로, 기업이 실제로 활용 가능한 현금을 보여준다. 지속적인 마이너스 자유현금흐름은 외부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게 만든다.
Non-GAAP 실적은 일회성 항목이나 회계상 조정을 제외한 실적을 뜻하며, 기업의 기본 영업성과를 더 명확히 보여주려는 목적에서 사용된다.
오픈AI와의 대형 계약 및 시장 전망
오라클은 2027년부터 시작해 5년간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3,000억 규모의 오픈AI(OpenAI)와의 계약을 포함한 대형 계약들을 토대로 막대한 매출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오픈AI 역시 초기에는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HSBC는 향후 5년간 오픈AI가 자유현금흐름 적자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며, 필요한 자금 조달 규모를 $2,070억으로 추정했다. 한편 HSBC는 오픈AI의 매출이 추정치 기준으로 2026년 약 $350억에서 2030년 약 $2,130억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픈AI의 사업 확장과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제품의 성장세는 오라클에게 실적 전환의 중요한 촉매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오픈AI는 최근 ChatGPT Enterprise 좌석 수가 전년 대비 9배 증가했다고 밝히며 기업용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밸류에이션과 향후 주가 시나리오
최근의 주가 급락으로 오라클은 현재 매출 대비 주가비율(PSR)로 약 9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미 기술섹터의 평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회사가 2027회계연도(2027년 5월 31일 종료) 매출 가이던스를 $890억으로 상향한 점을 고려하면, 내년 매출 성장률이 33%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2027회계연도 종료 시점의 PSR을 유지하고 $890억의 매출을 달성한다면 기업가치(시가총액)는 약 $8,010억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현재 수준에서 약 48% 상승 여지를 시사한다.
전문가적 분석과 향후 영향
오라클의 사례는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선제적 투자와 그에 따른 단기적 재무 지표 악화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높은 capex와 부채 증가로 인한 신뢰 하락과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고객과의 계약 이행, 엔터프라이즈 수요 확대로 인한 매출 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의 저평가 구간이 투자 기회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에서 이러한 전환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주요 관찰 지표가 중요하다. 첫째, 오라클이 공개한 대규모 수주 잔고(RPO)의 매출 전환 속도와 분기별 매출 실적 개선 여부, 둘째, capex 집행의 생산적 전환 여부(인프라 가동률 및 고객 사용률), 셋째, 높은 부채 수준을 관리하기 위한 현금흐름 개선 또는 외부 자금 조달의 조건이다. 이 세 가지가 긍정적으로 확인될 경우 주가의 반등 탄력성은 상당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의 시사점
투자자는 단순히 현재의 재무지표만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라클의 경우 대규모 RPO와 주요 AI 공급자 및 대형 고객과의 계약 관계는 향후 실적 개선의 실체적 근거를 제공한다. 반면, 단기적인 현금 소진과 부채 증가는 재무 위험을 높이며, 금리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 결정 시에는 실적의 분기별 전환 흐름과 capex에 따른 매출 기여도, 그리고 부채 구조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요약: 오라클은 공격적 AI 인프라 투자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압박을 받았지만, 대규모 수주 잔고와 2027회계연도 매출 가이던스 상향으로 인해 2026~2027년에 상대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는 매출 전환의 실제화와 부채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추가 설명 및 유의사항
이 기사에서는 공개된 수치와 회사 발표, 기관 전망을 바탕으로 오라클의 재무 상태와 향후 전망을 정리했다. 다만 개별 투자 결정은 투자자의 리스크 성향, 투자 기간,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분기별 실적 발표와 회사의 가이던스 변경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