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기업들은 수십 년간 태양을 움직이는 원리인 융합에너지를 지구에서 전력으로 활용하려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융합에너지는 이론적으로 오염이 적고 장기간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원으로 기대되지만, 상업화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술적·경제적 난제가 남아 있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기업인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Trump Media and Technology Group)이 구글의 지원을 받는 TAE 테크놀로지스(TAE Technologies)와 합병하는 $60억(약 6조원) 규모의 거래가 발표되었다. 이 거래는 융합에너지 산업이 민간 투자와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해 빠르게 주목받고 있음을 다시 보여준다.
융합에너지란?
융합에너지는 태양과 별을 구동하는 과정으로, 수소 동위원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극한의 압력과 온도 아래에서 결합(융합)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반응이다. 현재의 원자력발전소는 원자핵을 쪼개어 에너지를 내는 핵분열 방식인데, 융합은 분열과는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연구자들과 국립연구소는 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재현해 전력을 생산하려 경쟁하고 있으며, 성공하면 오염과 장기 방사능 폐기물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실용화까지의 난관
융합이 실용적 전원원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은 2022년에 레이저를 이용한 융합 실험에서 처음으로 순에너지(넷 에너지) 이득을 잠시 달성했다. 이후 같은 연구소는 해당 성과를 재현했지만, 실험에서 얻은 에너지 양은 레이저를 가동하는 데 들어간 에너지에 비해 여전히 매우 작다. 현재 달성된 융합 반응은 모두 순간적이며 짧은 시간 동안만 일어난다. 안정적이고 장기간 작동하는 연속적 반응을 만들어 신뢰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려면 반응의 지속성과 출력 규모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또 다른 기술적 난제는 재료 공학이다. 융합로는 지속적인 중성자(neutron) 폭격에 견딜 수 있는 재료와 설비가 필요하다. 장기간의 중성자 조사(neutron bombardment)는 재료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부식과 피로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융합이 널리 보급되려면 기존 전력 인프라를 대체하거나 대규모로 보완할 수 있는 발전소와 송배전망 설계가 필요하다.
주요 기술 접근법
대부분의 융합 기업은 레이저 또는 대형 자석을 이용해 융합 반응을 구동하려 한다. 레이저 방식은 고출력 레이저로 물질을 순간적으로 압축·가열하여 핵융합을 일으키는 방식(관성구속 융합에 해당)이고, 자석 방식은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를 장시간 가두어 융합을 유도하는 방식(자기구속)이다. TAE는 레이저가 아닌 자석과 중성 입자 빔(neutral particle beams)을 이용한 방식을 채택한다는 점이 이번 합병의 기술적 배경 중 하나다.
국가별 동향
미국에는 29개의 융합 개발업체가 있고, 영국에는 4개, 중국·독일·일본에는 각각 3개의 개발업체가 있다고 융합산업협회(Fusion Industry Association, FIA)는 집계했다. 중국은 로렌스 리버모어의 레이저 점화 시설과 유사한 대형 레이저 기반 융합 연구센터를 미안양(Mianyang)에 건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시설 개발은 전력 생산 연구뿐 아니라 핵무기 설계와 관련된 기술적 시사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관심을 끈다.
투자 및 상업화 시나리오
FIA 집계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융합 기업들은 거의 $90억(약 9조원)에 가까운 민간 자금을 유치했다. Chevron, Siemens Energy, Nucor, Alphabet(구글) 등 대형 에너지·산업·기술기업들이 일부 융합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예컨대 OpenAI의 샘 올트먼(Sam Altman)과 소프트뱅크의 벤처 자본이 후원하는 스타트업 Helion Energy는 2028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의 일환으로 융합발전소 건설 부지 공사를 시작했다고 7월에 발표했다. 또한, TAE와 Commonwealth Fusion Systems 등은 2020년대 후반~2030년대 초반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용어 설명
융합(fusion)과 분열(fission)의 차이: 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합쳐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반면, 분열은 무거운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 넷 에너지(순에너지 이득)란 실험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그 실험을 위해 투입된 에너지보다 큰지를 의미한다. 로렌스 리버모어의 2022년 성과는 이론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만, 실험 규모는 상업적 전력 생산에 필요한 수준보다 훨씬 작았다. 중성자 폭격은 융합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중성자가 구조물에 반복적으로 충돌해 재료를 변형시키는 현상으로, 이를 견디는 신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경제·산업적 의미와 전망
융합에너지가 상업화되면 전력시장, 원자력 산업, 전력 인프라 및 관련 공급망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우선 중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 생산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대규모 전력 공급원이 등장하면 전력 도매가격의 구조가 변화하고 재생에너지와의 조합에 따른 계통 운영 방식도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기술적 불확실성, 대규모 설비 투자비용, 규제·안전 문제, 송배전망 개편 필요성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 대규모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투자 관점에서는 융합 기술이 성공할 경우 초기 투자자에게는 막대한 가치가 창출될 수 있으나, 실패 위험 또한 크다. 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파일럿 플랜트 건설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야 하고, 전력회사와 규제당국은 실증된 기술과 안전 기준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합병·투자 소식은 단기적으로 관련주와 연관 기업의 주가 변동성을 높일 수 있으나, 장기적인 가치 실현은 기술 성숙도와 규제 승인, 공급망 구축에 달려 있다.
핵심 요약: 트럼프 미디어와 TAE의 $60억 규모 합병 발표는 융합에너지 산업에 대한 민간 자본과 전략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는 상업적 전력생산을 위한 지속가능한 출력 확보와 재료·인프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결론
융합에너지는 이론적으로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며, 최근의 기업 합병과 대규모 투자는 산업의 잠재력을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와 경제성, 규제 및 인프라 적응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확보되지 않으면 상용화와 대규모 보급은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인수·합병과 민간투자 확대가 융합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으나, 전력시장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기술 실증 단계의 성공 여부와 향후 5~15년의 진행 경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