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1월 둔화…정부 셧다운으로 일부 데이터 누락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2025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상승률이 둔화됐으나, 이는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자료 수집 지연에 따른 기술적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이 발표한 소비자물가(CPI) 관련 통계에서 11월 기준 연간 상승률이 2.7%로 집계됐다. 이는 9월까지의 12개월 누적 상승률인 3.0%보다 낮아진 수치다. 사전로이터 설문을 바탕으로 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3.1%)를 하회했다.

BLS는 이번 보고서에서 셧다운 영향으로 인해 11월의 월간 변동(월간 상승률)을 공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BLS는 특히 10월의 물가자료 대부분이 수집되지 않아 10월 CPI 발표가 취소되었고, 해당 관측값을 소급해서 수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노동통계국이 월별 CPI를 발표하지 못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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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은 또한 10월의 실업률 통계 발표도 막았다. 정부는 1948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0월 실업률을 발표하지 못했다. 정책결정자, 투자자, 기업, 가계는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12월 자료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셧다운 기간 동안의 세부 데이터 결여와 수집 중단은 무시하기 어려운 회의론을 불러일으킨다”고 피치(Fitch Ratings)의 미국 경제연구 책임자 올루 소놀라(Olu Sonola)는 말했다.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 인플레이션에 대한 더 명확한 해석을 얻을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했고, 9월까지의 12개월 누적 상승률은 3.0%이었다. BLS는 또한 11월을 포함한 최근 두 달(10~11월) 동안의 물가가 합쳐서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만 BLS는 “결측된 10월 관측값을 이용해 자료 이용자에게 구체적인 안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통계에서 관찰된 예상보다 작은 상승폭은 대부분 11월 말에 자료 수집이 지연되면서 소매업체들이 연말 할인 행사를 진행했던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는 12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관세(수입 관세) 영향으로 이미 생활비 압박을 받는 가계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품목별로는 쇠고기(beef) 가격이 전년 대비 15.8% 상승했고, 커피 가격은 18.8% 급등했다. 전기요금은 6.9% 상승했다. 반면 달걀 가격은 13.2% 하락했고, 휘발유 가격은 연간 기준으로 0.9% 상승에 그쳤다. 신차 가격은 전년 대비 0.6% 상승했다. 일부 상품(쇠고기, 바나나, 커피 등)에 대한 관세 철회가 있었지만, 이러한 조치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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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수입관세는 많은 상품의 가격을 인상시켰다. 관세 전가(tariff pass-through)는 재고 소진과 업체들이 일부 세금을 흡수하면서 점진적으로 나타났다.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무엘 톰브스(Samuel Tombs)

“소매업체들은 9월까지 관세의 약 40%를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고 계산했으며, 이 비율이 내년 3월까지 점진적으로 7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반응으로는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였고, 미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으며 달러화는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소폭 약세를 보였다.

관세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

이코노미스트들은 관세 부담이 저소득 가구에 불균등하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소득 가구는 저축 여력이 거의 없고 임금 상승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최근 몇 주간은 생활비 문제를 ‘거짓말’로 일축하거나 전임 대통령을 비난하는 등 메시지를 번복해왔다. 그는 또한 자신의 경제정책이 내년에 미국인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소위 핵심 CPI(core CPI)는 11월에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 참고로 9월의 핵심 CPI는 3.0%였다. 핵심 CPI는 최근 두 달(10~11월) 동안 합산 기준으로 0.2% 상승했다.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목표 인플레이션율인 2%을 추적하기 위해 주로 참고하는 지표다. PCE 물가 지수는 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일부 구성요소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이번에도 PPI의 10월 보고서가 취소되었고, 생산자 물가 보고서는 이제 내년 1월 중순에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아직 11월 PCE 물가의 새로운 발표일을 정하지 않았다. 참고로 두 가지 PCE 물가지표는 9월에 목표치인 2%를 상회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기준금리를 추가로 25bp(0.25%) 인하해 정책금리 범위를 3.50%~3.75%로 조정했다. 그러나 연준은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향방에 대한 명확성이 확보될 때까지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는 제한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기자회견에서

“it’s really tariffs that are causing most of the inflation overshoot.”

라고 말해 관세가 인플레이션 초과의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노동시장 관련 최신 통계에서 노동부는 12월 13일 종료 주간의 주(州)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가 계절 조정치 기준으로 13,000건 감소한 224,000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주의 급증을 되돌린 수치로 12월의 노동시장 여건이 안정적임을 시사한다. 다만 신규 청구 건수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연휴의 영향을 반영해 몇 주간 등락을 거듭했다.

11월의 비농업 고용은 64,000명 증가했다고 BLS가 화요일 발표했다. 11월 실업률은 4.6%로 2021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나, 해당 수치는 셧다운 관련 기술적 요인에 의해 왜곡된 측면이 있다.

고용 둔화는 일부 해고 노동자들에게 장기 실업을 초래하고 있다. 초기 실업수당 지급 이후 계속 수령하는 사람 수(고용 회복의 프록시 역할)는 12월 6일 종료 주간에 67,000명 증가한 1,897,000명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반응과 설문조사 결과도 관세 영향의 현실을 보여준다. 직원 수가 1명에서 1,000명 이상인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548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관세를 여전히 주요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이 설문은 리치먼드 연준과 애틀랜타 연준이 듀크대 푸콰스쿨과 공동으로 실시했다.


용어 설명

CPI(소비자물가지수):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인플레이션의 기본 척도다.
핵심 CPI(core CPI)는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지수다.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로, 소비자 지출 데이터에 근거해 산출되며 CPI와 구성 차이가 있다.
PPI(생산자물가지수): 생산자 레벨에서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기업의 생산비용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과정을 살핀다.


전망 및 시사점

이번 통계의 핵심적 특징은 데이터의 결측과 수집 지연이다. 10월 자료의 결손과 11월 월간 변동 미공개는 단기 경제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12월과 이후 발표될 자료들이 향후 정책 방향과 시장 반응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음 사항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관세의 전가율(tariff pass-through)이 계속 상승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자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소매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하고 관세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물가는 단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톰브스의 전망대로 관세 전가율이 9월의 약 40%에서 3월에 70% 수준으로 상승하면, 일부 품목에서의 가격 상승은 소비자 체감 인플레이션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둘째, 연준의 통화정책은 노동시장과 물가지표의 추가 데이터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이미 하향 조정했지만, 추가 인하는 노동시장 약화 또는 물가 하방 압력의 확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반대로 12월과 이후의 데이터에서 물가 가속이나 고용 강세가 확인되면 금리 인하 기조는 중단되거나 재평가될 수 있다.

셋째,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 압박과 소비심리 약화는 경기의 향후 흐름을 어둡게 할 수 있다. 관세로 인한 생활비 상승이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면 기업 매출과 고용 확대에도 제약을 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 속도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11월 CPI의 둔화는 단순한 ‘좋은 뉴스’로 해석하기 어렵다. 데이터 결측과 계절적 할인, 정책(관세)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향후 수개월간의 추가 지표를 통해 진정한 인플레이션 추세와 노동시장 강도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정책 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은 2026년 초 발표될 보완 자료들을 주시하면서 의사결정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