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요 의학단체들, 케네디 장관의 백신 정책에 대한 소송 심리 진행 촉구

미국 주요 의학단체들이 로버트 F. 케네디 보건장관의 백신 관련 정책 변경을 문제삼아 연방법원에 소송 심리 진행을 촉구했다.

2025년 12월 1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심리에서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를 포함한 주요 의학단체들의 연합은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한 일련의 조치들이 예방접종률을 낮출 것이라며 해당 행정조치의 법적 효력을 다투는 소송의 각하(기각)를 거부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원고 측을 대리하는 제임스 오(James Oh) 변호사는 보스턴에서 열린 심리에서 “케네디 장관이 의료체계에 수류탄을 던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수류탄을 던지면 사람이 다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케네디 장관이 2025년 5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대해 임신부와 소아에 대한 COVID-19(코로나19) 백신 권고를 예방접종 일정표에서 사전 통보나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하도록 불법적으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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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은 또한 케네디 장관이 2025년 6월 CDC의 백신정책을 자문하는 예방접종실무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Immunization Practices, ACIP)의 독립 전문가 17명을 해임하고, 자신의 견해를 주로 지지하는 인사들로 대체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위원회는 9월에 COVID-19 백신을 환자와 의료 제공자가 공유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을 통해 접종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고하는 쪽으로 표결했다. 이는 사실상 환자가 먼저 의료진과 상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며, 기존의 누구나 원하면 접종할 수 있다는 광범위한 권고를 철회하는 조치였다.

CDC는 10월에 이를 소아와 성인에 대한 권고로 채택했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내에서 백신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권장했던 이전의 권고를 철회했다. 원고들은 이러한 위원회 구성 변경이 연방자문위원회법(Federal Advisory Committee Act, FACA)이 요구하는 ‘공정한 균형(fairly balanced)’ 원칙과 임명권자의 부적절한 영향력 배제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6월 이후 위원회가 채택한 모든 표결은 무효화되어야 한다고 원고들은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달 초 신생아에게 광범위하게 B형간염 백신을 권고 목록에서 제거하는 표결도 포함된다.

이에 대해 미국 법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Justice)를 대리한 아이작 벨퍼(Isaac Belfer) 변호사는 재판부에 제출한 변론에서 원고 단체들이 법적 권한(standing)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벨퍼 변호사는 CDC가 환자들에게 접종 전 의사와 상담하도록 ‘조언’한 것만으로는 원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실제로 가진 것은 정책적 견해 차이일 뿐”이라며 “기관의 운영 방식에 대한 정책적 이견만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변호사는 원고 단체들이 새로운 백신 정책이 ‘폭탄처럼’ 갑작스럽게 발표되면서, 해당 단체들이 소속된 의료진 회원들에게 새로운 혼란스러운 방침을 설명하고 조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이로 인해 원고 단체들은 다른 보건 이니셔티브에 투입할 자원을 전환해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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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맡은 브라이언 머피(Brian Murphy) 판사(조 바이든 대통령 지명)는 일부 원고들의 standing 주장이 다소 설득력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머피 판사는 케네디 장관이 8월에 소아과학회가 자체 백신 권고를 발표한 이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을 주목했다. 케네디 장관은 그 게시물에서 해당 단체가 “CDC의 공식 목록에서 벗어난 권고는 1986년 백신피해보상법(Vaccine Injury Compensation Program)에 따른 면책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머피 판사는 벨퍼 변호사에게 “장관이 그들에게 법적 책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면, 그것이 손해(injury)에 해당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재판부는 2026년 1월 12일로 예정된 기존 공판을 앞두고 각하(기각) 신청에 대해 판결을 내릴 계획이며, 각하 신청이 기각될 경우 원고측은 다음 회의(위원회가 2026년 2월 25~26일로 예정)를 앞두고 매우 신속한(expedited) 구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오 변호사는 밝혔다.

소송 사건명은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et al v. Kennedy, 사건 번호는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 No. 1:25-cv-11916이다. 원고 측 변호인은 Epstein Becker & Green 소속 제임스 오이고, 피고인 미국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미국 법무부의 아이작 벨퍼이다.


용어 설명

연방자문위원회법(Federal Advisory Committee Act, FACA)는 연방정부가 구성하는 자문위원회가 공정하고 균형 있게 구성되고 외부의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는 법이다. 이 법은 위원회 구성과 공개성, 기록유지 의무 등을 규정하며, 위원회의 결정이 행정절차에 영향을 미칠 경우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예방접종실무자문위원회(ACIP)는 CDC에 백신 정책을 자문하는 독립적 자문기구로, 평상시에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백신 접종 권고안과 일정표를 결정한다. ACIP의 권고는 CDC의 지침에 큰 영향을 미치며, 공중보건 정책과 보험 적용 여부에도 파급효과가 있다.

1986년 백신피해보상법(Vaccine Injury Compensation Program)은 백신 접종으로 인해 발생한 드문 부작용에 대해 제조업체나 의료기관이 아닌 연방 정부 차원에서 보상 체계를 운영하도록 한 법률로, 특정한 상황에서 의료 제공자나 단체의 민사책임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법적·정책적 함의와 전망

이번 소송은 단순한 행정절차 다툼을 넘어 공중보건 권고의 신뢰성, 자문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그리고 의료 현장의 법적 책임 문제를 동시에 건드리고 있다. 법원이 원고들의 손해 인정 범위를 넓게 해석할 경우, ACIP의 최근 결정들이 잠정적으로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어 CDC 권고의 연속성과 의료현장 지침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각하를 인용하면, 행정기관이 위원회 구성을 바꿔 정책을 전환하는 데 있어 보다 큰 재량을 인정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예방접종 권고의 약화는 접종률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는 감염병 확산의 위험을 높이고, 보건의료비 증가 및 공중보건 지표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경제적 영향으로는 특정 백신 수요의 감소가 제조업체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질병 확산에 따른 의료비와 노동생산성 손실이 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보험 시장 측면에서는 권고 변경에 따른 접종 권리·의무의 혼선이 보험 보장 및 배상 책임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법률적 분석 관점에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FACA 위반의 증거가 구체적이고 문서화되어 있으며, 행위자(임명권자)의 발언·행동이 위원회의 독립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음을 입증할 경우 법원은 표결 무효화에 더 우호적일 수 있다. 반대로 피해 입증(standing)에 대한 엄격한 법원 판단이 유지되면 절차적 다툼은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 머피 판사의 예비적 언급은 일부 원고의 주장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되지만, 최종 판단은 제출된 증거와 법리 검토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결론

이번 사건은 보건 행정의 투명성과 자문기구의 독립성, 그리고 보건 권고의 사회적 신뢰성에 대한 중요한 법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의 각하 여부 판결은 2026년 1월 초에 예정되어 있으며, 향후 위원회 일정(2026년 2월 25~26일)과 맞물려 공중보건 정책의 향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