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매시스 본점 앞에서 쇼핑객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백을 들고 있다. 사진 설명에 따르면 2025년 11월 28일(금) 촬영된 장면으로, 연말 쇼핑 시즌의 유동인구와 소비심리를 보여준다.
2025년 12월 16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암울한 편이지만 연말을 맞아 지출은 이어지고 있다. 라이드셰어와 배송 기사로 일하는 안드레 루이스(31세)는 “연중 364일은 불안하다”고 말했지만, 7세 딸을 위해 휴일에는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크리스마스는 내가 걱정하는 것을 잠시 멈추게 해주는 날”이라며, 예산을 조금 초과하더라도 딸이 원하는 분홍색 조명이 들어오는 키보드를 사주겠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추수감사절부터 사이버먼데이에 이르는 5일간의 기간에 약 2억 300만 명(=203,000,000명)의 미국 쇼핑객들이 소매점과 온라인을 찾았다고 National Retail Federation(NRF)이 조사해 발표했다. 이는 최소 9년 만에 가장 높은 집객 수치다.
같은 기간, 대학의 여론조사로 널리 인용되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초에 3년여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12월에 소폭 반등했다. 이러한 소비 심리 약화에도 불구하고 월마트, 베스트바이,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업체는 분기 매출이 월가의 예상치를 상회했고, 갭, 아베크롬비앤피치, 아메리칸이글 등 재량적 소비재 업체들도 분기 실적에서 예상을 넘어선 성과를 보고했다. 회사 경영진들은 연말 쇼핑 시즌의 출발이 고무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지출 유지 배경
소비자 지출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노동시장 둔화의 징후도 보인다. 민간부문 고용은 ADP 집계에서 2025년 11월에 -32,000명로 예상외 감소를 보였다. 정부의 공식 고용통계는 정부 셧다운으로 연기되었던 11월 자료가 화요일에 발표되며 보다 명확한 그림을 제시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 소비자들은 주택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수익으로부터 이익을 얻어 소매 판매를 지탱하고 있다. 연말 지출은 가정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항목으로 자리해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신용카드 사용을 늘리는 방식으로도 유지된다. 예컨대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거주 바이오테크 프로젝트 매니저인 마커스 펠드먼은 올해 연말 지출이 약 15% 증가할 것이라며 가족 스키여행과 고급 선물을 계획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그럴 여유가 있어서이고, 부분적으로는 인생이 짧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말 지출과 쇼핑은 많은 미국 가정에서 예산의 필수 항목이다.”
— 매튜 셰이(NRF CEO)
NRF의 매튜 셰이는 기자들과의 12월 초 전화 통화에서 연말 지출이 감정적 동인에 의해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금리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주택과 자동차 같은 큰 비용의 구매는 연기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상품 지출에 더 많은 자금을 쓰게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업체 JLL의 소매거래·자문서비스 책임자 나빈 자기는 이 점이 상품에 대한 지출을 어느 정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혼재된 신호: 심리와 행동의 괴리
이 같은 현상은 소비자들이 말하는 것과 실제 행위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PwC의 미국 소비재 산업 리더 알리 퍼먼은 이 괴리가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직후부터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소득 가구와 미국 동해안·서해안 거주자들이 소비심리는 낮게 보고하면서도 지출은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PwC의 하계 소비자 조사에서는 연말 지출이 작년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약 5% 감소 전망)했으나, 가을에 재조사한 결과 예상을 뒤집어 모든 연령대에서 전년 대비 3~4% 증가를 예상한다고 수정했다. 퍼먼은 가을에 일부 관세 우려가 완화되고 소매업체의 연말상품이 진열되기 시작한 것이 소비자 심리를 다소 개선했다고 말했다.
한편, 소매 매출 증가의 상당 부분은 가격 인상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Adobe Analytics와 Cart.com, Salesforce 등 업계 데이터는 할인·프로모션 기간 동안 평균 판매가격(ASP)이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Salesforce의 사이버 위크 결과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연휴 판매기간의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6% 상승했으나 거래량(볼륨)은 전 세계적으로 2% 성장, 미국에서는 1% 성장에 그쳤다.
업체별 관찰: 선택적 소비자가 승자·패자를 가른다
업체 경영진들은 소비자가 여전히 ‘선택적(choiceful)’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회복력(resilient)’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버링턴 스토어즈의 CEO 마이클 오설리반은 저소득 지역 고객이 탄력적으로 지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시스는 3년여 만의 강한 성장세를 보고했지만 연말 분기에는 보수적 전망을 내놓아 소비자들이 여전히 선별적으로 지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코스트코의 CFO 게리 밀러칩은 소비 흐름이 ‘둔탁한(lumpy)’ 패턴을 보이면서 지속적 추세를 흐리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의류업체 중에서는 갭(Old Navy)이 저·중소득 고객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3분기 동기대비 동일매장매출이 6% 증가하는 등 예상보다 강한 실적을 보였다. 이는 가치(value)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저가이지만 품질·가치 제안을 제공하는 브랜드에 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격 인상, 재고 전략, 그리고 시즌 말의 리스크
여러 전문가들은 올해의 재고 구매·가격 책정 전략이 이번 시즌 초반의 성과를 뒷받침했다고 지적한다. 관세 회피를 위해 연초에 추가로 확보한 재고가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되자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에 높은 방문자 수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재고가 연말까지 소진되면 시즌 후반에는 활동이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교수 뤽 와티유는 “시즌 초반은 좋을 수 있지만 시즌 말은 상당히 부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할인 기간을 활용해 가격 인상 이전에 물건을 사들이는 수요가 관찰된다. Raymond Jame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우헤니오 알레만은 소비심리 약화의 핵심 원인으로 가격 상승을 지목하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이 지금 사야 한다고 판단해 구매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소비 패턴의 변화: 트레이딩 다운과 고소득층의 가치 소비
가치 지향(value-oriented) 소매업체들이 고소득층까지 끌어들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월마트, 달러젠럴, 오프프라이스 체인인 TJX(티제이맥스 등)과 같은 유통사가 고소득층 쇼핑객을 끌어들이면서 가정용품·의류 구매의 저가·가치 구간으로 수요가 이동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가치를 얻으려는 ‘트레이드 다운(trading down)’ 경향을 반영한다.
Cart.com의 창업자 겸 CEO 오마이르 타리크는 자사 고객의 절반 이상이 올해 가격을 올렸다고 보고했으며, 그 이후 해당 업체들의 주문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 동안에도 성장률이 낮은 한 자리 수 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정책·거시 변수와 향후 전망
현재 지표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연말 계절적 수요와 프로모션·재고 여건 덕분에 명목 매출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성장의 상당 부분이 가격 상승에 의한 명목 증가인지, 실질 수요 회복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 실질 구매력은 개선되어 연초에도 소비가 유지될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높은 상태가 오래가고 고용지표가 악화될 경우, 고소득층의 지출도 점차 약화하며 연말 이후 성장세가 꺾일 위험이 있다.
또한 관세·공급망 변수, 기업의 인건비·운영비 부담, 그리고 인공지능 투자에 따른 업종별 구조조정이 소비자 심리와 실물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다. 기업의 구조조정·해고 소식이 확산되면 중하위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이 빠르게 줄어들어 소매업 전반에 하방압력이 될 수 있다.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재정정책(세제·복지), 관세·무역정책 변화가 소비·투자 행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비가 주로 고소득층과 가치 지향 소비자에 의해 유지되는 현상은 경기 확장 국면에서의 내구성이 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투자자와 정책결정자, 소매업체는 명목 매출 대신 체감 구매력·거래량·동일매장 매출 등 실질 지표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무적 조언 및 결론
소비자가 지출을 이어가는 배경은 복합적이며, 연말의 정서적 지출, 고소득층의 자산효과, 가격인상에 따른 선구매, 그리고 재고·프로모션 전략이 결합된 결과다. 단기적으로는 소매업체들이 연말 시즌을 통해 양호한 매출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나, 그 질(quality)은 업종·업체별로 크게 다르다.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는 가격효과를 제거한 거래량·동일매장매출·재고회전율 등 실질 지표를 중심으로 실적을 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 시점의 불확실성(금리·고용·관세 등)을 고려하면, 연말 이후 소비 흐름은 두 갈래로 전개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물가 둔화와 고용 회복으로 실질 소비가 유지되는 시나리오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 악화와 금리 장기화로 수요가 위축되는 시나리오가 있다. 따라서 단기적 낙관과 중장기적 경계가 공존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기사에 언급된 인물·기관: 안드레 루이스(라이드셰어·배송 기사), 마커스 펠드먼(바이오텍 프로젝트 매니저), 매튜 셰이(NRF CEO), 존 데이비드 레이니(월마트 CFO), 마이클 오설리반(버링턴 CEO), 게리 밀러칩(코스트코 CFO), 리처드 딕슨(갭 CEO), 나빈 자기(JLL 리더), 에우헤니오 알레만(Raymond James 수석 이코노미스트), 뤽 와티유(조지타운대 교수), 오마이르 타리크(Cart.com 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