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2025년 12월 16일 — 최소 여섯 명 이상의 인도 주요 방산업체 임원들이 올해 러시아에서 드물게 회동을 갖고 잠재적 합작투자에 대해 논의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세 명의 관계자가 밝혔다.
2025년 12월 16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동은 모스크바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 방위사업계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방문한 첫 일정에서 이뤄졌다. 인도 정부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러시아와의 방위협력을 무기 공동개발 및 공동생산 쪽으로 재정렬하려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회동 참석 여부를 둘러싼 기업들의 공식 입장 — 이 기사가 보도된 후 바라트 포지(Bharat Forge)의 대변인은 참석 사실을 부인했으며, 아다니 그룹(Adani Group)의 대변인은 자회사 임원이 어떤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다. 아다니 대변인은 성명에서 아다니 대표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러시아에서 어떤 회의에도 참석하거나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와 다른 내용을 보도하거나 암시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도 직후 이 사안을 잘 아는 세 명의 관계자와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에 해당 회의가 실제로 열렸고 아다니 그룹 및 바라트 포지의 대표들이 참석했다고 재확인했다. 로이터 대변인은 로이터는 자사의 보도를 고수한다고 밝혔다.
회동의 목적과 시기 — 회의는 10월 29~30일 인도 방위산업 대표단의 모스크바 방문 기간 중에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산지브 쿠마르(Sanjeev Kumar) 인도 국방생산부(Defence Production) 서기관이 단장을 맡았으며, 이번 방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2월 4~5일 인도 방문을 위한 사전 조율과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논의된 사안 — 회의에서는 미코얀(Mikoyan) MiG-29 전투기 예비부품의 제조 가능성, 기타 러시아산 방공 및 무기체계의 부품 생산, 그리고 러시아 측이 제안한 인도 내 생산 설비 설치와 장비 개발을 통한 모스크바로의 수출 가능성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명의 소식통과 한 업계 임원은 이러한 내용을 로이터에 전하면서 익명을 요청했다.
참석자 구성 — 회의에는 인도의 대기업 방산부문, 국영기업, 드론 및 군사용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 관계자들로 구성된 광범위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칼야니 그룹(Kalyani Group)의 방산 계열사인 바라트 포지의 한 임원은 러시아산 전차와 항공기 부품 소싱 및 공동 개발, 향후 헬리콥터 협력 가능성 등을 모색하기 위해 참석했다.
아다니의 방위·항공(Ada니 Defence and Aerospace) 부문은 최고경영자(CEO) 아시시 라즈반시(Ashish Rajvanshi)가 대표로 참석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한 인도 방산제조업체협회(Society of Indian Defence Manufacturers, SIDM)의 자문그룹 소속 한 임원도 참석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기관별 공식 반응 — SIDM 대변인은 해당 그룹에서 누구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타타 손즈(Tata Sons)와 라르센앤투브로(Larsen & Toubro) 측 대변인들도 자사 대표가 러시아에서 열린 어떤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라트 일렉트로닉스(Bharat Electronics)가 사업대표단에 포함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은퇴한 아룬 사흐니(Arun Sahni) 중장은 로이터 보도 직후 본인이 11월에 모스크바에 개인 자격으로 있었다고 밝혔으며, 10월 29~30일에 열린 인도 방산업계 지도자들의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가 열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참석 기업 명단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제재(Secondary Sanctions) 위험과 전략적 함의 — 로이터는 이번 사안이 인도 방산업체들이 서구 국가들과의 무기 공동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 차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의 주도로 인도를 세계적 제조 허브로 전환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서구의 민감한 군사기술 이전은 러시아와의 긴밀한 방위관계와 인도군에서 러시아산 무기의 비중(약 36%) 때문에 장애요인이 돼왔다고 서방 외교관들은 평가했다.
인도 기업들이 러시아와 새로운 거래를 맺는 데에는 이차 제재(secondary sanctions)의 위험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한 인도 임원은 기업들이 제재 위험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으며, 한 인도 방위 관계자는 외교적 노력과 로비로 일정 부분 제재 위험을 완화할 수는 있으나 기업들은 정치적 위험을 스스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와 규제 리스크 — 2024년 로이터 보도에서는 바라트 포지의 자회사가 유럽으로 포탄을 수출했고 일부가 우크라이나로 돌아간 정황이 있어 모스크바의 외교적 항의를 초래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전례는 향후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가 가져올 규제 및 외교적 리스크를 상기시킨다.
용어 설명
MiG-29는 러시아(구 소련) 설계의 4세대 전투기로, 인도 공군이 운용해온 기종 중 하나이다. 이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는 제재를 부과한 국가가 아닌 제3국 기업이나 개인에게도 제재 위협을 확장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대외거래를 제한하는 제재를 말한다. SIDM(Society of Indian Defence Manufacturers)는 인도 내 500여 개의 방산 및 군수업체가 회원으로 등재된 업계 단체로, 회원사에는 타타, 라르센앤투브로 등도 포함된다.
전문가 분석 및 경제적 파급효과
이번 회동 보도는 단기적으로는 인도 방산업체의 주가 및 투자 심리에 혼선 요인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의 거래 확대 가능성은 서구 기술 이전을 둘러싼 의혹과 연결되며, 결과적으로 서구와의 공동개발 프로젝트 지연·중단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특히 고급 전투기·방공체계 등 민감한 기술을 요구하는 사업에서는 서구 기업의 기술 이전 제한이 현실화될 소지가 커진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공동생산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인도의 국산화·지역 생산능력 확대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동시에 제재 위험이 커지면 해외 자본 유입이 위축되고 일부 부품·소재의 조달 경로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방산 관련 중간재 및 정밀 부품을 수입하던 기업들에는 대체 공급망 확보 비용이 상승해 제조원가가 오를 수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방산주(株)에 대한 투자자들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할 수 있으며, 특히 러시아와 직접적 연관성이 확인되는 기업은 단기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인도 정부가 전략적 자립을 위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로컬 공급망을 육성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방산업체의 매출 기반 확대와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결론 — 로이터 보도는 인도 방산업계와 러시아 간의 관계가 단순 공급자-수요자 관계를 넘어서 공동연구·공동개발·공동생산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공식적 부인, 서방의 기술 이전 제한, 이차 제재 위험 등 복합적 요인들이 얽혀 있어 실제 협력의 범위와 속도는 불확실하다. 인도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제기된 규제·외교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방산 생태계의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