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상원이 2026년 예산안을 보수파 주도의 표결에서 가결했다. 상원은 원안을 손질한 뒤 찬성 187표, 반대 109표로 의결했으며, 정부는 이 수정안이 당초 계획보다 재정적자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5년 12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상원 표결 이후 예산에 대한 정치적 지지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서 양원 의원 7명으로 구성된 공동위원회가 금요일에 만나 새 버전을 마련할 예정이며, 하원(국민의회)은 12월 23일에 표결을 실시할 계획이다. 해당 표결에서 통과될 경우 예산안은 최종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
총리 세바스티앙 르코르뉴의 정부는 내년 공공 부문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억제하기를 원한다. 이는 올해 추정치인 5.4%에서 개선된 수치다. 프랑스의 올해 적자 수준은 유로존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그러나 재무장관 롤랑 레스커(Roland Lescure)는 상원의 수정안이 정부에 남긴 재정적자 비율이 5.3%라고 밝혔으며, 향후 며칠 내에 더 낮은 타협안을 도출하자고 의원들을 촉구했다.
레스커 장관은 상원 표결 직후 상원에서 “적자 5.3%는 받아들일 수 없다, 양보가 필요하다. 나는 우리가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입법부가 새로운 버전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는 새해 초 적절한 예산이 통과될 때까지 지출과 세수 징수, 차입을 임시로 유지하기 위한 긴급 임시 법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치는 예산 공백 상태가 초래할 수 있는 운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임시 방편이다.
르코르뉴 내각은 소수 정부로서 분열된 의회 내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 예산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이미 2024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조기 총선에서 과반을 잃은 이후 세 차례의 정부를 무너뜨린 바 있다.
지난주 하원은 사회보장 예산을 간신히 통과시켰다. 이 안에는 2023년의 논란이 큰 연금 개혁을 일시 중단하는 조항이 포함됐는데, 이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르코르뉴가 필요로 하는 사회당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핵심 양보였다. 사회보장 예산의 최종·공식 표결은 화요일로 예정되어 있다.
용어 설명
공공 부문 재정적자: 정부의 지출이 세입을 초과하는 금액을 말하며 보통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표시된다. 예컨대 ‘재정적자 5.3%’는 해당 연도 GDP의 5.3%에 해당하는 규모만큼 정부 지출이 세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상·하원(상원·국민의회): 프랑스는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상원은 주로 지역과 분권을 대표하고, 국민의회(하원)는 더 직접적인 국민 대표 기관으로 예산과 법안 처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예산안은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표결을 거치며, 이견이 있을 경우 양원 대표로 구성된 공동위원회가 조율안을 마련한다.
긴급 임시 법안(대체 예산): 입법 합의가 지연되어 정규 예산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출과 세수, 차입을 계속하기 위해 도입하는 임시 조치다. 이는 예산 공백에 따른 행정·서비스 중단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정치적·경제적 함의와 전망
이번 상원의 결정은 단지 입법 절차상의 사건을 넘어 프랑스의 재정 건전성과 시장 신인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적자가 정부의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면 단기적으로는 프랑스 국채(오트)가치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화될 수 있으며, 이는 국채 수익률 상승(가격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수익률 상승은 정부의 차입 비용을 늘려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유로존 내에서 재정적자 비율이 높은 국가는 한정된 재정 여력과 함께 시장의 감시를 더 받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은행과 보험사 등 국채를 많이 보유한 기관의 포지셔닝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영향은 합의의 성격,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스탠스, 글로벌 금리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르코르뉴 정부가 사회당 등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미 연금 개혁 중단과 같은 양보를 한 사례가 있다. 향후 공동위원회와 하원 표결에서 어떤 타협이 도출되느냐에 따라 정부의 연정·협상력과 향후 정책 추진 능력이 결정될 것이다. 예산안 합의 실패 시 도입될 수 있는 임시 법안은 단기적 운영 리스크를 완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구조적 재정 개선 의지가 의문시될 수 있다.
결론
상원의 2026년 예산안 가결은 프랑스 정치·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다. 공동위원회의 조정과 하원의 12월 23일 표결 결과가 예산의 최종 운명을 가를 것이며, 그 결과는 국내외 금융시장과 정책 신뢰도에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야당 간의 협상 과정에서 도출될 타협의 규모와 성격이 향후 재정 건전성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