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금융·자본시장이 12월 15일 월요일 카스트의 승리 소식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우파 성향의 강경 인사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가 좌파 후보인 자네트 하라(Jeannette Jara)를 상대로 결선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2025년 12월 15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카스트는 정부가 지지한 공산당 소속 후보 자네트 하라에 대해 약 16%포인트의 우세한 표차로 승리를 확정했다. 카스트는 범죄 증가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북부 국경의 허술한 이민 통제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천명하는 법과 질서(law-and-order)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여 평온을 회복하고, 질서를 회복하고, 성장을 회복하고, 희망을 회복할 것이다. 칠레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명령을 우리에게 주었다.”
카스트는 일요일 밤 당사 본부에서 발표한 승리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임기 인수 및 권력 이양은 내년 3월로 예정되어 있으며, 카스트는 좌파 성향의 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와 월요일 만나 권력 이양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칠레 정치 지형의 급격한 변화로 해석되며, 향후 정책 방향 전환이 시장 심리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경제 정책 측면에서 카스트는 노동법의 유연화,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그리고 지출의 대폭 축소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구리 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를 장려하겠다고 밝혔으나, 구리 광산의 운영·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근본적 대대적 변경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칠레 주식 벤치마크인 MSCI 칠레 지수는 월요일 0.55% 상승하며 최근의 랠리를 이어갔다. 또한 칠레 페소는 11월 초 이후 약 2.7%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카스트의 당선을 더 친시장적 정책 변화로 해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카스트의 정치적 배경과 성향은 이번 선거에서 주요 논쟁거리였다. 카스트는 수년간 칠레 우파 정치의 주변에서 활동해왔으며, 이번이 세 번째 대통령 도전이었다.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1973~1990년의 아우구스토 피녜트(Augusto Pinochet) 정권에 대한 지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범죄, 이민, 낙태 등을 강하게 비판해왔으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비교적 온건한 어조를 취하며 경쟁자에 대해 화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뉴욕대학교 칠레 자유주의 연구 교수 파트리시오 나비아(Patricio Navia)는 “이번 정권은 ‘칠레를 다시 평범하게(Make Chile Boring Again)’ 만들려는 성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권위주의적·포퓰리즘적·극단적 성향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나비아는 카스트를 미국의 마이크 펜스(Mike Pence)에 더 가깝다고 묘사하며 도널드 트럼프식의 공격적 스타일과는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카스트는 가톨릭 신자로서 아홉 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정장 차림을 선호하고 남미 일부 포퓰리즘 지도자들처럼 과격한 정치적 연출을 자제하는 스타일이다. 나비아는 “그는 마일리(Milei)나 트럼프처럼 공격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의회 구성과 정책 실행의 제약도 중요한 변수다. 안전 문제 해결에 대한 폭넓은 정치적 합의는 있으나, 카스트는 분열된 칠레 의회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상원은 좌우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고, 하원에서는 포퓰리스트 성향의 국민당(People’s Party)이 캐스팅보트를 보유하고 있어 그의 더 급진적인 제안이 의회에서 통과될지는 불확실하다.
단기·중기 경제 전망 분석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과 통화에서 우호적 반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나타난 주가 상승과 페소 강세는 감세·규제 완화 기대에 따른 투자자 심리 개선을 반영한다. 특히 자본집약적 산업인 건설·소매 섹터는 이미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내수 회복과 결합되어 단기적인 성장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첫째, 칠레의 공공부채 수준이 높아 재정 여건이 제약되어 있다는 점이다. 칠레대학교 경제학자 호르헤 베리오스(Jorge Berrios)는 “초기 100일 동안의 정책 실행이 관건”이며, 높은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의회 구도가 분열되어 있어 대대적인 구조개혁이나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셋째, 치안과 이민 문제에 대한 강경책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재부각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기업세 인하·규제 완화 기대가 지속되면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특히 구리 산업에 대한 투자 촉진 정책이 실효를 거둘 경우 광물 관련 설비투자와 관련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화 측면에서는 단기적 금리·수급 요인과 함께 페소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나, 재정정책 불확실성과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되면 다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정책 실행의 관건은 카스트가 얼마나 의회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상원의 균형과 하원 내 캐스팅보트의 존재는 그의 경제·사회 정책이 현실화될지 여부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다. 또한 치안 강화를 위한 예산 배분과 이민 통제 강화 조치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집행될 수 있느냐가 사회적 안정성 확보의 핵심이 될 것이다.
참고 — 생소한 용어 설명
결선투표(runoff): 다수결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상위 후보들 간에 실시하는 추가 투표를 의미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미달로 결선투표를 시행해 카스트가 승리했다.
MSCI 지수: 글로벌 시장에서 특정 국가나 지역의 주식 성과를 나타내는 대표적 벤치마크 지수로, 기관투자가와 펀드의 투자 벤치마크로 널리 사용된다. MSCI 칠레 지수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칠레 주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아우구스토 피녜트 정권: 1973년 쿠데타로 집권해 1990년까지 통치했던 칠레의 군사독재 정부로, 인권 침해와 정치적 탄압 논란이 있었다. 일부 정치인과 가정 차원에서 피녜트 정권에 대한 지지 또는 동조가 있었던 사실은 칠레 내에서 민감한 정치적 쟁점이다.
전망: 이번 대선 결과는 단기적으로 칠레 자본시장과 통화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으나, 중장기적 경제 성과는 카스트 정부의 정책 실행 능력, 의회와의 협력 정도, 그리고 재정 건전성 관리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초기 정책 기조와 의회에서의 입지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