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형은행 합병이 은행권 규모를 축소시키는 동시에 자산 건전성 약화와 자본 완충력 축소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2025년 12월 1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합병을 진행한 중국의 소형 지방은행 상당수는 이익 감소와 자본 완충력 저하를 경험해 왔으며 이는 중국 당국이 약 8조 달러 규모의 소형 은행권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대대적 구조조정의 유효성을 시험하고 있다.
핵심 데이터를 보면 중국 투자은행 차이니즈 인터내셔널 캐피털 코퍼레이션(China International Capital Corp.)의 보고서를 인용한 로이터 통신은 2025년 11월 기준 최소 350건의 은행 영업 인가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의 198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은 3,600개가 넘는 농촌은행과 신용협동조합으로, 이들은 공식 통계상 전체 58조 달러 규모의 은행권 가운데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합병의 결과와 문제점
로이터의 재무보고서 분석 결과, 2024년에 소규모 취약 은행들을 흡수한 20개 지역 소형은행 중 13개 은행은 2025년 중반까지 이익 성장 둔화, 순이익 감소 또는 손실을 보고했다. 또한 14개 은행은 합병 이후 자본적정성비율(Capital Adequacy Ratio, CAR)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을 인식하고 탕감하지 않는 한 합병만으로는 부실채권 규모를 줄일 수 없고, 단지 부실 위험을 희석할 뿐이다.”
가베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중국 금융분석가 샤오시 장(Xiaoxi Zhang)의 말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금융감독당국인 국가금융규제관리국(NFRA)도 언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규제방향과 합병 규모
NFRA 수장 리 윤쩌(Li Yunze)는 10월 한 금융 콘퍼런스에서 “중소형 금융기관의 합병·재편을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양적 축소와 질적 제고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2024년 한 해 동안 최소 290개의 농촌은행 및 농촌협동조합이 더 큰 지역 은행으로 흡수됐다고 2월 보도한 바 있다.
이들 소형 은행은 자산 건전성 저하, 낮은 자본 기반,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인해 특히 미개발 지역에서 금융 안정성의 약한 고리로 간주된다.
구체적 사례
북부 산시성(山西省) 재정부 산하의 지역은행인 산시은행(Shanxi Bank)은 ‘고위험 농촌은행’으로 보도된 4개 농촌 대출기관을 흡수한 뒤 2024년 순이익이 90% 이상 급감했다. 해당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NPL 비율)은 2023년 1.74%에서 2024년 2.5%로 상승했다고 4월에 공개한 재무보고서에서 밝혔다.
광둥성 소재 지역은행인 동관은행(Bank of Dongguan)도 2024년 두 개의 지방 농촌은행을 인수한 후 순이익이 8.2% 감소했으며, 부실채권 비율은 2023년 말 0.93%에서 2024년 말 1.01%로 올랐다(연례보고서, 4월 공개).
산시성 지방정부와 산시은행, 동관은행 측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현장 목소리와 시스템적 위험
강소성(江苏省) 한 도시상업은행의 대출담당자는 익명을 전제로 “실제 인수 과정에서는 많은 마을은행의 부실채권이 초기 평가보다 더 악화돼 있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규제 지침에 따라 건강한 은행들이 지방정부가 지정한 취약 은행 인수 의무를 부여받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합병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은행의 자산건전성 위험은 대형은행보다 여전히 높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기준 도·농촌 상업은행의 부실대출비율은 각각 1.84%와 2.82%로, 대형 국영은행 및 전국적 연합형 은행의 1.22%보다 현저히 높다.
중국 감독당국은 과거에도 금융 안정을 위해 대형 국영은행을 동원해 소형·취약 은행을 구제해 왔다.
부동산 매각과 도덕적 해이
자산의 질 악화로 일부 지역의 농촌대출기관들은 기업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연체 증가에 대응해 JD.com(징둥)의 온라인 자산거래 플랫폼을 통해 부동산 매각을 늘리고 있다. 이는 자산 회수를 통한 단기 유동성 확보 시도로 풀이된다.
한 국영은행 지점장은 익명을 전제로 “약한 기관들은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조적 구제의 대상으로 남아 구제가 올 때까지 대기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그 결과 건전한 은행들이 문제를 흡수하면서 전반적인 시스템 리스크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여러 독자들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핵심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면, 자본적정성비율(Capital Adequacy Ratio, CAR)은 은행이 보유한 위험가중자산 대비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은 충격 흡수 능력이 떨어져 건전성 우려가 커진다. 부실채권비율(Non-performing Loan ratio, NPL 비율)은 전체 대출 중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거나 회수가 어려운 대출의 비중을 뜻한다. NPL 비율이 높다는 것은 향후 손실 전이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다.
분석 및 향후 영향
현재 관찰되는 현상은 합병이 양적 축소에는 기여하지만 질적 개선에는 즉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합병을 통해 취약 자산이 대형 주체에게 이전되면 단기적으로는 시스템상 ‘표면적’ 안정성이 확보되는 듯 보일 수 있으나, 자본 희석과 부실채권 비율 상승은 합병 은행의 신용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경로로 경제에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지역 은행의 추가적인 건전성 악화는 중소기업 및 농촌 지역에 대한 대출 공급을 축소시켜 지역 경기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 둘째, 은행권 전반의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하면 은행 간 대출 금리와 단기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이는 신용경색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감독 당국이 반복적으로 대형은행을 동원해 구제에 나설 경우 도덕적 해이가 고착화돼 구조적 개혁의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단순한 흡수 통합 외에 부실자산의 투명한 인식과 적시의 손실 처리, 규제자본 보강, 지배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 여부와 연계된 ‘이중 리스크’를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만약 지방정부 보증성 지원이 확대될 경우 중앙정부의 재정적 부담과 장기적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결론
중국의 소형은행 합병은 업권을 축소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표면적으로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나, 합병 이후 이익 감소·자본 비율 악화·부실채권 증가라는 현실적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합병의 양적 추진과 더불어 부실자산 처리, 자본 확충, 투명성 제고를 포함한 포괄적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