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 식단의 새 관심사로 섬유질(fiber)이 부상하고 있다. 2025년 단백질 중심의 식품 트렌드가 식품업계와 소비자를 사로잡았지만, 최근에는 장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섬유질 관련 식품과 음료가 각광받고 있다.
2025년 12월 1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서는 ‘fibermaxxing(섬유질 섭취 최대화)’라는 개념이 확산하며 수천 건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소비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식품 연구회사 Mintel의 수석 전략가 스테파니 매투치(Stephanie Mattucci)는 “섬유질이 마침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라고 말했다. 매투치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성인 중 여성의 약 90%와 남성의 약 97%가 권장 일일 섬유질 섭취량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일일 섬유질 섭취량은 25그램에서 38그램 사이로 알려져 있다.
매투치는 또 미국 소비자 조사에서 소비자의 22%가 식품 구입 시 고섬유 함량을 중요 고려 요소 3가지 안에 꼽았다고 밝혔는데, 이는 2021년의 17%에서 증가한 수치다.
“I think fiber will be the next protein,”라고 펩시코(PepsiCo)의 최고경영자 라몬 라구아르타(Ramon Laguarta)는 10월 애널리스트 대상 실적통화에서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섬유질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이점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펩시코의 과학총괄 타라 글래스고(Tara Glasgow)는 CNBC에 독점 공개한 내용에서 2월에 ‘Smartfood Fiber Pop’(1회 제공량당 단백질 6그램 포함)과 SunChips Fiber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unChips Variant에는 통곡물과 검은콩 같은 섬유질 변형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섬유질 열풍의 배경은 ‘장 건강’과 ‘자연식(whole foods)’ 선호의 확산이다. UC 데이비스의 수석 영양사 안젤라 살라스(Angela Salas)는 섬유질 섭취를 단순 보충제나 분말이 아닌 과일·콩류 같은 일상적 통식품에서 다양하게 섭취하려는 경향이 트렌드 확산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섬유질은 크게 수용성(soluble)과 불용성(insoluble)으로 나뉘며,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고 소화를 개선하며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살라스는 섬유질이 음식 분해 속도를 늦추어 위에 더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체중감량 약물과 유사한 효과를 일부 모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시간대 보건 영양사 케이트 펠레티어(Kate Pelletier)는 섬유질이 GLP-1 계열 약물의 대체제가 될 수는 없으며, 균형 잡힌 식단이 건강 유지의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섬유질이 체내 잔여물을 청소하는 ‘스트리트 스위퍼(street sweeper)’ 역할을 한다고 보는 관점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용어 해설
fibermaxxing은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용어로 일일 섬유질 섭취량을 가능한 한 늘리는 행위을 의미한다. 프리바이오틱(prebiotic)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돕는 성분을 뜻하며, 섬유질 중 일부가 프리바이오틱 역할을 한다. GLP-1 약물은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에 쓰이는 의약품 계열로, 전문가들은 섬유질이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약물의 효과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본다.
식음료 업계도 섬유질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코카콜라(Coca‑Cola)는 올 초 프리바이오틱 소다 ‘Simply Pop’을 출시해 다섯 가지 맛으로 제품당 프리바이오틱 섬유질 6그램을 담아 장 건강을 강조했다. 네슬레(Nestlé)는 6월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단백질 셰이크를 내놓았으며, 이 제품에는 프리바이오틱 섬유질 4그램이 포함되어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성인의 소화 건강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
프리바이오틱 소다 시장에는 Olipop 등 신생 브랜드들도 진입해 장 건강을 내세운 레시피로 경쟁하고 있으며, 소규모 사업자들인 Floura 단백질바와 Sola Bagels도 고섬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atassential은 2026년 트렌드 보고서에서 섬유질이 “단백질의 뒤를 이을 다음 큰 건강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Datassential이 조사한 소비자 중 54%는 고섬유 식음료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Z세대에서는 그 비율이 60%까지 상승했다. 또한 응답자의 42%는 영양성분표에 ‘고섬유’ 표기가 있으면 그 제품을 ‘건강한 제품’으로 정의하는 데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는 유통업체와 식품기업의 제품 포지셔닝과 라벨링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Whole Foods Market도 섬유질을 2026년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개인 사례와 예방적 측면
27세 콘텐츠 크리에이터 나오미 아가넥우(Naomi Aganekwu)는 작년부터 식사마다 5~10그램의 섬유질을 목표로 콩류, 렌틸, 치아 시드 푸딩 등을 섭취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섬유질 섭취 후 포만감 증가와 호르몬성 여드름 개선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나오미는 올해 초 부친이 대장암으로 사망한 경험을 언급하며, 일부 연구에서 섬유질이 대장암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음에 주목했다. 그녀는 “60대, 70대가 돼서 여러 진단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다”며 평상시 식단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적 분석: 시장·가격 영향과 향후 전망
섬유질 트렌드는 상품 다각화와 라벨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식음료 회사들은 기존 제품 포트폴리오에 고섬유 변형을 추가하거나 신제품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할 전망이다. 이는 마케팅 비용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로 이어지며, 초기에는 제품 프리미엄화로 인한 가격대 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원재료 공급망의 확충과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하락으로 가격 상승 압력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유통 측면에서는 유통채널별로 고섬유 라인업이 확대되며, 식료품점의 건강식품 코너와 편의점, 온라인 플랫폼에서 관련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Z세대의 관심이 높은 만큼 디지털 마케팅과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통한 수요 창출이 지속되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의료·영양 측면에서 섬유질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면서 의료계와 식품업계 간 협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섬유질 섭취가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나, 약물치료(예: GLP-1 계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소비자 교육과 정확한 라벨링이 동반되지 않으면 과장된 건강 주장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섬유질은 단순한 건강 유행을 넘어 제품 개발, 마케팅, 유통, 소비자 행동 전반에 변화를 촉발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업들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제품 설계와 명확한 정보 제공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