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쇼핑 시즌이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통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선물 선정, 가격 비교, 상품 후기 확인 등 전통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던 과정을 AI 채팅형 서비스에 맡기며 쇼핑 행태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2025년 12월 1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24세의 소매 기술 스타트업 최고경영자인 암리타 바신(Amrita Bhasin)은 과거 연간 15시간 이상을 선물 구매에 소요하던 자신이 올해는 OpenAI의 ChatGPT를 통해 훨씬 적은 시간에 쇼핑을 마쳤고 오히려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바신은 “실제 매장 직원과 대화하는 것 같은 개인화된 추천을 받고 있어 구매 성향이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CNBC 보도는 AI 플랫폼인 OpenAI의 ChatGPT, 구글의 Gemini, Perplexity 등 생성형 AI 도구들이 이번 연말 쇼핑 시즌에 소비자들의 상품 검색과 구매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전통적 검색 플랫폼에서의 발견(Discovery)이 어려워지면서 소매업체들이 대응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핵심 통계로는 Salesforce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AI가 올해 전 세계 온라인 연말(holiday) 매출 $2630억(= $263 billion)을 견인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전체 연말 주문의 약 21%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Visa, Zeta Global 등이 실시한 설문과 Adobe의 트래픽 분석은 소비자 중 40%~83%가 이번 연말에 AI를 쇼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응답했으며, 미국 소매 사이트로 유입되는 AI 트래픽은 11월 1일부터 12월 1일까지 760%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AI 유입 고객의 구매 전환 우수성
Adobe의 초기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 플랫폼을 통해 소매 사이트에 도달한 방문자는 비(非)AI 경로 방문자보다 구매 가능성이 30% 더 높고, 체류와 참여도는 약 14% 더 높으며, 세션당 매출은 8% 더 높다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또한 AI 추천을 통해 소비자들이 평소 접하지 못했던 브랜드를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소규모 브랜드의 노출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바신의 구매 목록 중 약 절반은 그녀가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브랜드였다고 전해졌다.
“어디에서 가격대에 맞는 최고의 선물을 찾을 수 있는가” 같은 자연어 질문을 소비자들이 던지고 있다고, AI 쇼핑 적응을 돕는 기술기업 노비(Novi)의 창업자 겸 CEO 킴벌리 셴크(Kimberly Shenk)은 말했다.
유통업체들의 경쟁과 연합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체 AI 쇼핑 보조 도구를 출시하거나 OpenAI 등 거대 AI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월마트(Walmart)는 10월 OpenAI와의 제휴를 발표해 ChatGPT 내에서 상품을 찾고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공개했으나 출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타깃(Target)도 지난달 ChatGPT 내에서 자사 앱을 통해 장바구니 결제와 식료품을 포함한 다건 구매가 가능한 베타 기능을 발표했다. Etsy와 여러 Shopify 상점은 OpenAI의 Instant Checkout 기능에 합류해 일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단일 상품 결제 기능을 제공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반면에 아마존(Amazon)은 외부 AI 챗봇(예: OpenAI, Google, Meta 개발 챗봇)의 사이트 크롤링을 차단하는 전략을 택했다. 더 나아가 아마존은 AI 브라우저 업체 퍼플렉시티(Perplexity AI)에 대해 Comet 브라우저를 통한 자사 상품 구매를 막기 위한 중단·중지(cease-and-desist) 서한을 보냈다. 퍼플렉시티는 이에 대해 “불공정한 압력”으로 반발했다.
각 사의 AI 운영 사례
월마트 앱 내에는 노란색 스마일 페이스의 보조인 Sparky가 고객 문의에 응답하고 상품을 추천한다. 아마존은 Rufus라는 쇼핑 어시스턴트를 운영하며, 타깃은 작년에 이어 Target Gift Finder란 AI 도구를 연말 시즌에 제공하고 있다. 월마트의 CEO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은 11월 실적발표에서 에이전트형 AI(agentic AI)가 전자상거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밝히며 “소비자의 시간 절약과 쇼핑의 즐거움 증대”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월마트의 신임 CEO로 예정된 존 퍼너(John Furner)도 보조인의 향후 기능 확대(재주문 알림 등)를 예고했다.
타깃의 Prat Vemana 정보·제품 책임자는 이미 고객 검색어의 약 25%가 키워드 위주의 검색이 아닌 서술적·대화형 형태로 변했다고 밝혔으며, 타깃의 Gift Finder는 작년보다 참여도와 평균 장바구니 금액을 끌어올리는 초기 신호를 포착했다고 전했다.
디지털 마케팅과 검색(SEO→AEO)의 전환
전통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의 중심은 검색엔진최적화(SEO)였으나, AI 검색의 확산으로 기업들은 AEO(answer engine optimization)로 불리는 최적화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AEO는 단순 키워드 나열을 넘겨 사용자의 질문 의도와 맥락에 맞춘 콘텐츠·데이터 구조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PacSun의 디지털 책임자 셰를리 가오(Shirley Gao)는 “과거에는 돈을 지불해 상위 노출을 확보했지만, AI 환경에서는 유료 기반으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 플랫폼에 제품이 잘 노출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질·사이즈 표기 이상의 정보, 예컨대 “소형 주거에 적합”, “아파트 생활에 좋음”, “1살 미만 아동을 위한 최고 선물”과 같은 사용 목적형 설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상품정보가 재구성되고 있다. Brooklyn의 유아용품 브랜드 Lalo 공동창업자 마이클 비더(Michael Wieder)는 이런 접근을 통해 AI가 소비자의 구체적 질문에 더 잘 응답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샴푸·컨디셔너를 판매하는 Ethique Beauty의 CEO 에리카 코실로바(Erica Cocilova)는 검색 전략 전환 후 지난 6개월간 AI로 인한 트래픽이 90% 증가했다고 밝히며, 고객서비스 FAQ와 리뷰 등에서 도출한 소비자 질문을 제품 설명과 블로그 콘텐츠로 보강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소비자의 문제(예: 두피 건조)를 해결하는 고밀도 컨텐츠”를 통해 자사 제품이 어떻게 해결책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매출 향상으로 연결되었다고 설명했다.
AI 쇼핑의 한계와 소비자 반응
다만 모든 AI 서비스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용자는 AI가 지나치게 기본적이거나 반복적인 추천을 제공해 실망감을 표했다. 시애틀의 스타트업 창업자 다이애나 탄(Diana Tan)은 캡슐 옷장 구성 도움을 요청했으나 계속해서 기본 중의 기본(검정 티, 회색 바지, 검은 터틀넥)만 추천받아 결국 AI 추천을 포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Target의 Gift Finder도 특정 상황에 대해 단순한 가이드 링크를 반복 제안하는 등 개선 여지가 관찰되며, 회사는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망 및 경제적 영향 분석
AI 기반 쇼핑이 확산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소매업체의 트래픽 유입 경로와 광고비 배분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SEO 중심의 유기적 트래픽 전략과 페이스북·메타(Meta) 등 소셜 광고 의존도는 줄어들고, 기업들은 AI 친화적 데이터 구조와 풍부한 제품 설명, 즉 AEO에 투자하게 된다. Adobe, Salesforce 등의 데이터가 시사하듯 AI 유입 고객의 전환율이 높아 세션당 매출이 증가할 경우 전체 온라인 매출 구조가 상향될 여지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광고 시장의 재편과 함께 검색광고·디스플레이 광고 단가에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며, 플랫폼 중심의 거래(cost-per-click 등)가 AI 추천의 성능과 투명성에 따라 새로운 가치 기준으로 바뀔 수 있다. 또한 대형 플랫폼(예: 아마존)이 외부 AI 크롤러를 차단하는 전략을 유지한다면 상이한 노출 생태계가 병존하며 소비자 선택의 분산 또는 집중이 발생할 수 있다.
소매업체와 브랜드 입장에서는 AI 최적화에 드는 초기 인력·컨설팅 비용이 상당하더라도, 전환율·고객 교육 수준(상품 이해도) 향상으로 인한 장기적 수익 개선이 기대되며, 특히 중소 브랜드들은 AI를 통해 신규 고객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반면 AI 응답의 신뢰성, 편향성, 데이터 출처의 투명성 등은 추가 규제·윤리적 검토 대상이 될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정리
연말 쇼핑 시즌을 계기로 AI가 구매 여정의 핵심 접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alesforce 추정치의 $2630억이라는 수치는 AI가 쇼핑 생태계에 미칠 경제적 파급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통업체들은 자체 AI 도구 개발과 대형 AI 플랫폼과의 제휴, 웹사이트·콘텐츠 리포맷을 통해 가시성 확보를 위해 분주하다. 동시에 소비자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 최종적인 쇼핑 전환과 충성도로 연결될 핵심 관건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