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CIA 국장 페트레이어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이 유럽을 각성시켰다”

화이트하우스가 최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이 유럽을 강하게 자극했다. 문서는 유럽이 ‘문명적 말살(civilizational erasure)’ 위협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고 일부 유럽 지도자들을 약하다고 비판하는 등 이 지역의 이민·민주주의·언론자유 문제와 경제·군사력 저하를 지적했다.

2025년 12월 12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의 새 국가안보전략은 ‘어떤 유럽 국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남을 만큼 충분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유지할지 불투명하다’고 진단하면서 유럽의 자신감 부족을 지적했다. 문서는 또한 미국이 러시아와의 ‘전략적 안정성(strategic stability)’을 재확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현실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동맹국들의 충격을 불러왔다.

전 CIA 국장 겸 미 육군 4성 장군인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Gen. David Petraeus)는 아부다비에서 CNBC의 댄 머피(Dan Murphy)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경고가 유럽에 각성(wake-up call)을 주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문서가 유럽을 향해 쏘아붙이는 측면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 일부 유럽 국가들은 그런 자극을 받아야 했고 나는 네 번의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더 많은 방위 책임을 촉구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 그 요구가 실제로 실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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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증가와 NATO 합의

페트레이어스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지출을 늘리게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몇 년 전부터 했어야 할 것들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하며, 올해 초 NATO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방위비 지출을 늘리기로 합의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압박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들이 수년 전부터 했어야 할 일들을 하도록 만들었다.” —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푸틴은 물러서지 않을 것

페트레이어스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관료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측과 평화 제안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양측과 유럽 동맹국들은 서로 상충하는 평화안과 금기선(red lines)을 제시하고 있다. 평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전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문제와 러시아의 도네츠크·루한스크 등을 포함한 동부 도네츠크지방(도네바스·Donbas) 반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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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레이어스는 푸틴이 영토 통제, 정권 교체, 그리고 NATO 가입 전망이 없는 ‘비군사화된(demilitarized)’ 우크라이나이라는 전쟁 목표에 대해 타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촉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면에서 개인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것이어서 고무적이지만, 모스크바의 반응에는 고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여전히 자신이 처음부터 주장해온 최대주의적 목표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는 친러 성향의 대통령을 세워 제렌스키(Volodymyr Zelenskyy)를 대체하려 하고, 우크라이나를 비군사화하며… 가장 요새화된 지역의 영토를 요구한다.” —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페트레이어스는 “푸틴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동결자산과 우크라이나 재건

우크라이나의 유럽 동맹국들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자금 지원하는 방안과 전후 재건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 유엔(United Nations)은 우크라이나의 재건 비용을 5천억 달러(약 500 billion 달러) 이상으로 추산했다. 또한 유럽 내 금융기관에 현재 동결되어 있는 러시아의 국부자산은 약 2100억 유로(약 2440억 달러)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은 이 동결 자산 중 상당 부분을 동원하는 방안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법적 파급효과와 모스크바의 보복 가능성이라는 위험을 동반한다. 러시아의 안보회의 수석은 지난주 유럽이 동결 자산을 사용하는 것은 전쟁에 대한 정당화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트레이어스는 EU가 동결 러시아 준비금을 실제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할 경우 이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을 들었지만, 나는 그것들을 쉽게 믿지 않았다. 그러나 2천억 유로 혹은 1천억 유로 규모의 자금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면 이는 게임 체인저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재정 및 경제 문제를 수년 간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용어 설명

문명적 말살(civilizational erasure): 문서에서 사용된 용어로, 특정 문화·정체성·정치제도가 심각하게 약화되거나 소멸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는 주로 인구구조 변화, 사회통합 약화, 정치·경제 역량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전략적 안정성(strategic stability): 국가 간 핵·군사 균형을 통해 대규모 갈등으로의 확대를 억제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본문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군사적·안보적 균형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되었다.

동결자산(frozen assets): 외국 정부 또는 기관의 자산이 제재·법적 조치 등으로 인해 인출·이전이 불가능한 상태로 묶여 있는 것을 말한다. 본 기사에서는 유럽 금융기관에 보관 중인 러시아의 국부자산 약 2100억 유로가 해당된다.


경제 및 시장 영향에 대한 체계적 분석

이번 전략 문서와 이에 대한 반응은 단지 외교·군사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경제·금융시장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유럽의 방위비 지출 증가(예: NATO 회원국의 GDP 대비 5% 목표)는 국가 재정에 대한 추가적 부담을 의미한다. 이는 각국의 재정적 여력을 압박하여 장기적 복지지출 및 사회투자 여건을 제약할 수 있다. 동시에 방위 산업체에는 단기적 수요 증가로 인한 매출 확대와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둘째, EU가 동결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전용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재정적 위기는 단기간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러시아의 보복(에너지 공급 차단, 금융 및 사이버 보복 등)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보복이 현실화되면 유로존의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일부 산업군의 생산 차질로 이어져 단기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는 안전자산 선호를 확대하여 국채 금리·환율·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유럽의 군비 확충과 재정 부담 증가는 국가 신용비용을 높여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시장은 정책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향후 몇 달간은 방위비 지출 실현 여부, EU의 동결자산 운용 결정, 러시아의 대응 행보 등의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 모두 이들 변수의 전개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결론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 유럽에 ‘경종’을 울린 측면이 있으며, 이러한 자극이 유럽의 방위와 안보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촉구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가능성과 동결 러시아 자산의 활용 여부, 그리고 이로 인한 러시아의 반응은 향후 몇 달 동안 유럽의 안보·경제 환경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