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 상원, 트럼프가 요구한 연방 의회 선거구 재획정 법안 부결

인디애나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백악관의 강력한 압박을 받아 온 연방 의회 선거구 재획정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번 표결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분열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연방 하원 의석 확보를 둘러싼 당내 전략적 긴장이 인디애나 주 의회에서 직접적으로 표출된 결과다.

2025년 12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디애나 상원은 목요일(현지시간) 하원이 통과시킨 공화당 초안의 선거구 재획정 법안을 표결에 부쳐 거부했다. 이 법안은 하원 통과 시 공화당에 연방 하원 의석을 순증으로 2석 가져올 수 있는 지도를 반영하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은 이 지도 통과를 위해 인디애나를 집중 공략했다. 부통령으로 취임한 제이디 밴스(JD Vance)의 방문 등 백악관 측 인사들의 로비가 이어졌고,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디애나 하원의장을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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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인디애나 하원의장 로드 브레이)는 제한된 힘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그가 친한 이들에게 자신과 함께 투표하라고 압박함으로써 하원 다수당이 위험에 처하게 되고, 동시에 인디애나에서 이 재획정에 반대하는 누구든지 위험에 처하게 한다.”

표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공화당 소속의 그렉 구드(Greg Goode) 상원의원이었다. 구드 상원의원은 백악관의 막대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최종적으로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 직전 의회 본회의장에서 구드 상원의원은 “우리는 후지어(Hoosiers·인디애나 주민)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사안에 초점을 다시 맞춰야 한다”고 발언하며 자신의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구드 상원의원은 또 “인디애나 밖의 지역에서 발생한 격렬한 정치적 세력들이 점차, 그리고 이제는 노골적으로 인디애나의 정치에 침투해 왔다”며 허위정보, 압박 캠페인, 예비선거 위협 및 폭력 위협 사례들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올해 초 트럼프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구드를 ‘재획정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뒤 스와팅(swattng) 공격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와팅은 고의로 긴급 구조대 출동을 유도하기 위해 허위 신고를 하는 범죄 행위이다.


지지자들의 주장과 반대 논리

법안을 지지한 공화당 의원들은 새로운 지도가 하원 다수당을 보호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주장했다. 상원 공화당 지지자 중 하나인 크리스 가르텐(Chris Garten) 상원의원은 본회의에서 “우리가 이 의제(공화당의 입법·정책 과제)를 지지하는 통치 다수파를 확보하지 못하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다시 권력이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재획정의 목표가 당리당략적 이득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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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반대 측은 이번 법안이 표적화된 선거구 편성, 즉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비판했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이나 집단에 유리하도록 선거구 경계를 조작하는 행위를 뜻한다. 미국 대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순수히 당파적 이득을 위해 그려진 선거구 지도’에 대해 소송으로 다투는 것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입장을 보였고, 이로 인해 주(州) 차원에서 당파적 재획정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제도적·정치적 배경

대체로 각 주의 연방 하원 선거구 지도는 10년마다 인구조사(센서스) 이후 주 입법부에 의해 재획정된다. 최근 몇 년간 공화당과 민주당이 지배하는 주들에서 상호 당파적 이득을 위해 지도를 재구성하는 사례가 잇따랐고, 텍사스(공화당 주도)는 8월에 공화당에 추가로 5석을 순증하는 지도를 채택했으며, 캘리포니아(민주당 주도)는 11월 주민투표를 통해 민주당에 유리한 지도를 채택해 5석을 순증시키는 등 전국적으로 ‘지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 주들도 이 전선에 가세했다.

용어 설명

독자가 낯설어할 수 있는 주요 용어는 다음과 같다.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 경계를 조작하는 행위), 스와팅(허위 긴급 신고로 경찰·응급 구조대를 출동시키는 범죄),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트럼프 측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활용해 온 채널이다. 또한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당파성만을 근거로 한 선거구 지도의 법적 도전을 어렵게 만들어 주(州) 차원의 정치적 계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정책적·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부결은 인디애나 주 차원을 넘어 연방 의회 구성과 향후 입법 로드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하원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공화당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인디애나에서 공화당이 기대했던 추가 의석 확보가 무산될 경우, 공화당이 연방 차원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다수 의석을 확보하거나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질 수 있다. 이는 관세, 농업 보조금, 규제 완화, 사법·이민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 또는 친(親)공화당 입법의 시행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의회 구성의 불확실성 증대는 특정 섹터에 대한 규제 리스크를 높인다. 예컨대 에너지·금융·통신·농업 관련 기업들은 규제·보조금 정책의 방향성에 민감하므로, 의회 다수당의 불안정성 확대는 관련 산업의 정책 예측 가능성을 낮추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건 자체가 즉각적·대규모의 금융시장 충격을 일으킬 정도의 재료로 보이진 않으며, 장기적으로는 각 정당의 의회 장악 여부와 구체적 입법 의제의 진전에 따라 섹터별 영향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향후 전망

인디애나 사례는 연방 의석 확보를 둘러싼 주(州) 단위의 정치 투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다른 주들에서 재획정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며, 공화당 주도 지역에서의 지도 채택 사례와 민주당 주도의 반격 사례가 계속해서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적·제도적 변화(대법원 판결 등)에 따라 재획정 분쟁의 양상이 변동할 수 있어, 각 주의 선거구 재획정 과정과 관련 의회 선거 결과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인디애나 상원의 법안 부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관여한 대규모 당파적 재획정 시도에 제동을 건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는 연방 차원의 의회 균형과 정책 집행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사건이자, 향후 각 주에서 벌어질 재획정 전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