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더 하이츠에 매물로 나온 주택이 2025년 10월 27일 촬영됐다. 사진: Kirk Sides | Houston Chronicle | Getty Images
미국의 주택가격이 지난해 대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빈도 매물(listing)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독주택, 콘도, 타운하우스의 신축·기존 주택을 모두 분석하는 Parcl Labs의 일일 지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주택가격은 1.4% 하락했다.
2025년 12월 11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연간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3년 중반 이후 처음이다. 연준(Federal Reserve)이 제로금리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뒤, 모기지 금리가 급등했던 2022년~2023년의 충격과는 양상이 다르나 최근의 가격 흐름은 뚜렷한 약세 신호로 해석된다.
Parcl Labs의 공동창업자 제이슨 루리스(Jason Lewris)는 “코로나 기간(2020~2022)의 급격한 가격 상승 이후 전국적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2년과 2023년에 걸친 모기지 금리 급등이 구매력(affordability) 충격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로 매수세가 위축되며 매도자들의 기대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과 2023년의 모기지 금리 급등은 구매력 충격을 일으켰다. 매수자들은 가격에서 배제됐고, 거래량이 감소했으며 매도자들은 기대를 조정해야 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러한 신용 또는 구매력 충격과 수요 약화, 시장이 흡수하기 어려운 공급 증가의 조합이 광범위한 국가적 가격 하락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 제이슨 루리스, Parcl Labs 공동창업자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2006년 정점에서 2012년 저점까지 S&P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가격 지수는 약 27% 하락했으나, 이번 약세는 그 정도의 급락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2022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30년 고정금리(30-year fixed mortgage)의 평균 금리는 3.9%에서 7%대 초반으로 급등(출처: Mortgage News Daily)했고, 이는 주택 수요와 가격 형성에 중요한 여파를 미쳤다.
시장별 차별화는 뚜렷하다. 전국 평균은 연간 기준으로 1% 미만의 하락을 보이나, 일부 지역은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Parcl Labs 데이터에 따르면 오스틴(텍사스)은 전년 대비 가격이 10% 하락했으며 덴버(콜로라도)는 5% 하락을 기록했다. 탬파(플로리다)와 휴스턴(텍사스)은 각각 4% 하락, 애틀랜타(조지아)와 피닉스(애리조나)는 3% 하락을 보였다.
반면 몇몇 대도시와 중북부 도시는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클리블랜드(오하이오)는 6% 상승, 시카고(일리노이)와 뉴욕시는 각각 5% 상승, 필라델피아(펜실베이니아)는 3% 상승, 피츠버그와 보스턴(매사추세츠)은 각각 2% 상승을 나타냈다.
재고(Inventory) 측면에서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나, 최근 몇 년의 기록적 저점에서는 일부 벗어났다. Realtor.com의 집계에 따르면 11월 활성 매물 수(active listings)는 전년 동기(2024년 11월) 대비 거의 13% 증가했고, 신규 매물(new listings)은 1.7% 증가에 그쳤다. 또한 매도자들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율로 시장에서 매물을 철회(delist)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주택 착공(housing starts), 건축 허가(building permits), 신축주택 판매 자료는 정부 셧다운 이전 시점 이후에 업데이트가 중단돼 현재 공급 측면의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이는 신축 공급의 실질적 변동을 반영한 가격 예측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건설업체(주택건설사)들의 실적 발표에서는 수요가 여전히 약하고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디츠(Robert Dietz)는 11월 보도자료에서 “노동시장 약화와 소비자 가계의 재정 압박으로 매매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수요 측 약화가 계속 관찰된다”고 말했다. NAHB는 2025년에 단독주택 착공이 감소한 뒤 2026년에는 소폭 반등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노동시장 약화와 소비자 재정의 압박이 판매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수요 측 약화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 2025년 단독주택 착공 감소 후 NAHB는 2026년 소폭의 상승을 예측한다.“ — 로버트 디츠, 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
최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기사 기준 최신 결정은 2025년 12월 중순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모기지 금리는 지난 3개월 동안 큰 변동이 없었고, 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에 대해서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
Parcl Labs의 루리스는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기본 시나리오는 단기간의 깊은 국가적 하락이 아니라 연간 기준으로 작은 플러스 또는 작은 마이너스가 반복되는, 0% 내외(hover around zero)의 구간에서 머무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일지는 주로 모기지 금리와 광범위한 경제 건강성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일반 독자를 위한 보충)
30년 고정금리(30-year fixed mortgage)는 대출 기간 30년에 걸쳐 이자율이 처음 정해진 뒤 만기까지 변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금리 변동성은 월별 상환액과 구매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주요 도시의 기존주택 가격 변화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민간 지수이다.
활성 매물(active listings)은 일정 시점에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 총량을 의미하며, 신규 매물(new listings)은 그 기간 새로 시장에 나온 매물을 뜻한다. 재고가 늘어나면 공급 압력이 커져 가격 하방 요인이 되고, 반대로 재고가 부족하면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 된다.
향후 전망과 경제적 함의
체계적 분석 관점에서 현재 관측되는 주택가격의 약세는 몇 가지 핵심 변수에 의해 좌우된다. 첫째, 모기지 금리가 가장 직접적인 변수다. 금리가 하락하면 월 상환액 부담이 줄어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가 모기지 금리로 즉각 반영되지 않았고, 은행들의 대출 기준이 보수적으로 유지된다면 수요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다.
둘째, 가계의 재정 상태와 노동시장이다. 실업률 상승 또는 임금 정체는 구매여력을 약화시켜 거래 감소와 가격 조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 NAHB의 진단처럼 노동시장 약화와 가계 재정의 부담이 지속된다면 2026년에도 가격이 강하게 반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공급 측 요인이다. 아직 완전한 정부 통계(착공·허가·신축주택 판매)가 최신으로 제공되지 않는 가운데, Builder(건설사)들의 실적 발표는 인센티브로 수요를 유인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축 공급이 확대되면 단기 공급 압력이 증가해 가격을 하방 압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단기적(6~12개월) 전망은 ‘급격한 폭락 대신 제로 주변의 등락’이라는 시나리오가 비교적 현실적이다. 그러나 지역 간 차별화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도시의 일부 핵심 지역은 견조함을 보이는 반면, 금리 상승기 동안 과잉 확장되었던 성장 도시 일부는 조정 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실무적 시사점
정책 입안자와 금융기관은 금리와 신용공급의 전이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주택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는 금리와 지역별 가격 변동을 함께 검토해 구매 타이밍과 자금조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는 지역별 수요·공급 지표와 건설사 인센티브 정책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방향은 인구 이동, 도시화 패턴, 노동시장 구조 변화, 그리고 통화정책의 추이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 등락에 대한 민감도는 높지만, 구조적 요인을 고려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