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플레이션이 돌아왔다는 진단이 도이체은행에서 제기됐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이번 주와 다음 주에 잇따라 금리 결정을 내리는 가운데, 도이체은행은 각국 경제에서 공통적으로 완화적 재정·주택 가격 상승 기조와 통화가치 약화에 대한 중앙은행의 강한 반응이 관찰된다고 지적했다.
2025년 12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은행의 외환(FX) 연구 글로벌 책임자 조지 사라벨로스(George Saravelos)는 발표 전 배포한 노트에서 “‘무언가가 진행 중이다(Something’s cooking)’라며 ‘세계적 리플레이션이 복귀했다(Global reflation is back)’고 말했다. 사라벨로스는 미국을 제외한 여러 나라의 금리 기대치가 최근 몇 달간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리와 대조적으로, 세계의 다른 지역이 훨씬 더 흥미롭다. 전 세계 리플레이션이 돌아왔다.”
— George Saravelos, 도이체은행
사라벨로스는 호주 중앙은행(RBA)이 12월 초 기준금리를 3.6%로 유지했지만 시장은 2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이미 재가격(re-pricing)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반면, 한국·스웨덴·일본 등 일부 국가의 장기 금리는 대체로 30~50bp(베이시스포인트) 수준의 매도(금리 상승) 압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1bp=0.01%
연준(Fed)은 12월 11일 수요일 예고된 대로 25bp(0.25%) 금리 인하를 단행해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3.50%–3.75%로 조정했다. 연준은 추가 인하에 대해 보다 신중한 입장을 시사했고, 금융안정과 시장안정을 위해 금요일부터 단기 국채 매입을 재개해 월간 프로그램으로 400억 달러 상당의 단기 국채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12월 11일 목요일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은 다음 주에 각각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은행(BOJ)은 12월 19일 회의를 열 예정이며,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와 펀드 매니저들은 일본의 정책 전환 가능성을 미 연준의 결정보다도 더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M&G 인베스트먼트의 펀드매니저 가탐 사마르트(Gautam Samarth)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일본에서 제도적(레짐) 변화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 이어진 저금리 환경 이후 최근 물가 상승이 문제로 작용해 정부가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마르트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의 마이너스 금리 환경이 있고, 채권시장은 이상한 방식으로 반응했다”며 일본의 정상화 경로와 자산가격에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 수준을 조금 상회하고 있어 많은 시장참가자는 ECB가 중립적(비둘기·매파 중립)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도이체은행은 유로존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유로존 PMI(구매관리자지수) 지표는 연율 환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약 1.5% 수준과 일치한다며 이는 블록의 성장세가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도이체은행은 또한 사적 저축률이 높은 수준에 있으나 이는 향후 하락 여지가 많으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이 성립될 경우 소비와 성장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화 및 자산시장 관점에서 사라벨로스는 최근 몇 주간 동유럽 및 스칸디나비아 통화를 유럽 리플레이션을 표현하는 선호 수단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 통화들은 전반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들 통화의 움직임을 촉진하면 전 세계 투자심리와 유로-달러 환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통 분모는 재정정책이 완화적이고, 주택가격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으며,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의 통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글로벌 리플레이션이 복귀했다.”
— George Saravelos, 도이체은행
전문 용어 설명
리플레이션(reflation)은 경제성장이 약화된 이후 정책당국이 금리 인하, 국채 매입, 감세 등으로 수요를 부양해 물가와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정책적 시도를 의미한다. 이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경기회복 국면에서의 정책적 부양을 뜻한다. 베이시스포인트(bp)는 금리의 변동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전문가·시장 관측을 종합하면 중앙은행들의 정책 차별화는 향후 몇 가지 주요 경로를 통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통화정책의 지역별 차별화는 환율 변동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연준이 제한적 추가 인하 신호를 보이는 가운데 다른 나라들이 금리 인상이나 동결 기조로 전환하면 달러 대비 상대 통화 강세가 나타나기 쉽다. 둘째,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관찰된 대로 일부 국가의 장기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해 금융조건을 긴축시키는 영향이 지역별로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다. 셋째, 주식시장은 리플레이션 환경에서 경기민감 섹터(경기소비재·금속·에너지 등)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도이체은행의 분석처럼 유로존의 PMI와 기업실적 모멘텀이 이어질 경우 유럽 주식은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할 변수로는 각국의 재정정책 지속성, 주택가격의 추가 가속 여부,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 등이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가능성은 유럽의 에너지·물가 불확실성을 낮춰 실질 소비와 GDP 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대로 지정학적 긴장이 재연되면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해 중앙은행의 긴축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추정 시나리오
단기(6~12개월) 관점에서 시장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횟수를 제한적으로(내년 9월까지 2회 정도) 반영하고 있다. 노무라의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 안제이 슈체파냐크(Andrzej Szczepaniak)는 이 경우 미국의 완화가 환율을 통한 추가 수입형 디스인플레이션(imported disinflation)을 크게 확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ECB가 달러화 약세에 맞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각국의 통화·재정 여건에 따라 국별 비대칭적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정책 정상화와 유럽의 성장 회복이 글로벌 자금흐름을 변화시켜 신흥국 통화 및 자산 배분에 영향을 줄 것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동유럽·스칸디나비아 통화와 같은 리플레이션 수혜 통화를 포트폴리오에 반영하거나, 아시아 통화의 저평가를 활용한 헤지 전략을 검토하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 다만 각국의 거시정책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이 상존하므로 분산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요약적 결론
도이체은행은 글로벌 리플레이션 복귀를 근거로 유럽·일본·아시아 등 지역별 금리 및 자산가격 재가격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한다. 연준의 25bp 인하(연방기금금리 3.50%–3.75%)와 단기 국채 매입 재개라는 미국의 조치가 있었던 반면, 다른 중앙은행들은 금리 동결 또는 인상 기대가 남아 있어 향후 환율·채권·주식 시장에서 지역별 차별적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통화·채권·주식 간 상관관계 변화와 지정학적 변수에 주목해야 하며, 동유럽·스칸디나비아 통화의 상대적 매력 및 아시아 통화의 저평가 상태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