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 AI 국방 스타트업의 새 거점으로 부상…수십억 달러 규모 신생기업 잇따라 등장

영국과 독일이 인공지능(AI) 기반 국방 스타트업의 핵심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서 재무장을 서두르면서 민간 투자자들이 군사 예산 확대에 베팅하고 있다. 이들 투자금은 국방 기술을 민·군 양면으로 확장하려는 스타트업들에 집중되며, 새로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025년 12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유럽 전역의 국방 스타트업에 대한 민간 자금 조달이 크게 늘어났고,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국 행정부의 압박 속에서 각국의 군비 지출 증가에 기인한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상업적 계약 가능성을 근거로 2022년 초 이후 섹터에 $4.3 billion이 유입됐고, 이는 이전 4년간 투입된 자금의 거의 네 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제시되었다.

유럽 내에서 특히 활동이 집중된 국가는 영국(UK)독일(Germany)이다. 이들 두 나라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자금 유치 라운드를 기록했고, 해외 시장 진출 및 전장(戰場) 훈련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NATO Innovation Fund의 시니어 어소시에이트인 David Ordonez는 CNBC에 “이 같은 현상은 이들 국가의 과학적 전문성, 해당 분야를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대우하려는 국가적 약속, 그리고 혁신을 신속히 확장할 수 있는 제조 기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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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과 기업 실적

국방 분야에 대한 벤처 자금은 NATO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목표를 5%로 상향하기로 합의하면서 급증했다. 또한 런던과 베를린의 방위 관련 부처들이 젊은 기업들의 신기술을 실전에서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도 투자 촉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체적 사례로 독일의 AI 드론 제조사인 HelsingQuantum Systems는 올해 각각 120억 유로(=12 billion euros)30억 유로(=3 billion euros)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기록했으며 수백만~수억 유로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성사시켰다. 영국에서는 국방기업과 협업하는 제조 플랫폼 PhysicsX가 올해 $155 million을 유치했고, 미사일 요격 스타트업 Cambridge Aerospace는 8월에 $100 million 라운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Flourish Visuali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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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정책 변화와 계약 사례

2025년 6월 발표된 영국 정부의 Strategic Defence Review신기술 투자 확대조달 절차 간소화를 제안하고, £5 billion 규모의 기술 투자 패키지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포르투갈·영국 합작 드론 스타트업 Tekever의 국방 담당 책임자 Karl Brew는 CNBC에 “비전통적 주체(non-traditional primes)에게 점점 더 열린 체계가 형성되고 있으며, 기술과 인력에 대한 폭넓은 투자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Tekever는 올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이 되었고, 5월에는 영국 공군(Royal Air Force)에 무인항공시스템(명칭: uncrewed aerial systems)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발표했다. Helsing은 영국 정부와 여러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 기반의 Anduril은 3월에 공격 드론 관련 £30 million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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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산업 인프라와 조달 경로

독일은 2026년부터 집행될 방위비를 1,000억 유로(100 billion euros)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통일 이후 최대 규모의 방위비 증액이다. 동시에 스타트업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조달(procurement) 절차도 변경되었다. 금융자문회사 BGL의 매니징 디렉터 Meghan Welch는 CNBC에 “독일은 시제품에서 대규모 조달로 이행할 수 있는 명확한 경로(visible pathways)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예컨대 Helsing과 공격 드론 회사 Stark는 카미카제(kamikaze) 드론 계약을 따낼 후보로 거론됐다(파이낸셜타임스 보도, 10월). Stark는 2024년 창업 이후 정찰 및 공격 드론을 개발하며, Sequoia Capital·Peter Thiel의 Thiel Capital·NATO Innovation Fund 등으로부터 $100 million을 유치했다.

제조·인력 기반

독일의 산업적 전통은 기술 인력과 제조 인프라를 통해 스타트업에 중요한 인재 파이프라인을 제공한다. Stark의 국제 매니징 디렉터 Philip Lockwood는 “독일은 차세대 기술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 기반, 인프라, 기술 인재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유럽의 많은 우수 엔지니어들이 독일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제조 및 공급망 회복력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우에도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연구개발(R&D) 센터, 항공우주·소프트웨어·첨단 제조업 공급망이 결합되어 있어 스타트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에코시스템을 형성한다고 Tekever의 Brew는 설명했다.


런치패드(출발지)로서의 역할

영국과 독일이 국방 기술의 허브로 부상한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시장 접근성과 전투 현장 피드백(frontline training/feedback)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2021년부터 미국·호주와의 안보·방위 협력 체계인 AUKUS를 통해 특정 수출 통제와 기술 공유 제한을 완화해 왔다.

Anduril UK의 매니징 디렉터 Rich Drake는 “AUKUS의 일환으로 영국 진출은 유럽 진입의 자연스러운 관문이 되었다“고 말했으며, Anduril은 올해 공격 드론에 관한 거의 £30 million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영국 내 제조 및 R&D 시설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국방 스타트업들이 유럽 시장으로 확장할 때 런던을 기지로 택한 사례도 있다. Second Front Systems와 Applied Intuition은 각각 2023년과 2025년에 영국으로 진출했다. Second Front Systems의 최고 전략 책임자 Enrique Oti는 “미·영 특수관계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영국은 유럽 시장으로의 우수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VanEck의 제품 매니저 Dmitrii Ponomarev는 영국이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테스트베드이자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 진입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영국군과의 파일럿을 수주하고, 영국/미국과 연계된 보안·수출 규제를 준수하며, 영문으로 운영하고 영국의 산업 및 법적 기준을 만족하면 미국의 대형 방산 업체나 전쟁부서(Department of War) 프로그램, AUKUS 관련 사업에 더 적합한 후보가 된다”고 설명했다.

2025년에는 Helsing·Quantum Systems·Stark 등 유럽의 자금력 높은 국방 스타트업들이 영국에 공장·사무실·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동쪽으로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의 주요 제공국 중 하나로서 자국 스타트업들에 전장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점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Quantum Systems는 우크라이나에서 정찰기술을 배치했고, Helsing은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위해 수천 대의 공격 드론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어 설명

AUKUS는 영국(UK)·미국(US)·호주(Australia) 간의 안보·방위 협력 체계로, 첨단 기술 공동개발과 수출 통제 완화 등을 포함한다. NATO의 방위비 목표는 회원국들이 GDP 대비 국방비를 일정 비율까지 올리도록 권고하는 정치적 합의이며, 본 기사에서는 5%의 목표가 언급되었다. 카미카제 드론(kamikaze drone)은 소위 ‘자살형’ 또는 loitering munition으로 분류되는 무인 공격체로 표적을 탐지한 후 스스로 충돌해 폭발하는 방식의 무기체계를 의미한다. 언크루드 에어리얼 시스템(uncrewed aerial systems)은 승무원 없는 항공체(드론)와 이를 운용·제어하는 시스템을 통칭한다.


확산되는 과제와 제약

진전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영국과 독일에서 글로벌 수준의 방산 기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치·조달 개혁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VanEck의 Ponomarev는 “지속적 정치 개혁과 조달 개편 없이는 스케일링(확장)이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은 여전히 느린 조달 사이클, 보안 인가 절차의 병목, 보안 승인된 기술 인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관료주의, 엄격한 수출 통제, 단일 고객(국군)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큰 장애물로 꼽힌다.

BGL의 Meghan Welch는 “유럽의 AI 국방 붐에서 승자가 되려면 수출 규정, 동맹 관계, 공적 서사(public narratives) 등 정치경제를 숙달하고, 기술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해 국가 주권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영향과 향후 전망

이같은 민간 자금의 유입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단기적으로 국방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과 M&A(인수·합병) 활동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이 국방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경우 상장 방위산업체의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될 수 있으며, 관련 부품·소재·반도체 등 공급망 업체의 주문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제조기반 확장에 따른 고용 창출과 지역 산업 생태계 강화도 기대된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엄격한 수출 통제와 안보 규제가 기술 확산과 상업화 속도를 제약할 수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관료적 절차와 단일 고객 의존은 매출 다변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영국은 AUKUS와의 연계로 수출·협력 경로를 확보했지만, 국가 간 정치 리스크·규제 변화가 사업 모델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전망 시나리오로는 세 가지가 유력하다. 첫째, NATO 목표가 유지·강화되고 조달 개혁이 진행되면 투자 유입이 지속되어 밸류에이션과 생산능력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다. 둘째, 규제·수출 통제가 강화되고 조달 개혁이 지연되면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져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셋째, 지정학적 위기가 추가로 고조되면 단기적으로는 방위 관련 수요와 정부 조달이 급증하여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국제 협력과 수출 경로의 재정비가 필요해진다.

종합하면, 영국과 독일은 자국의 과학·제조·정책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국방 스타트업의 성장과 실전 배치를 가속화하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달·규제 개혁, 인력 양성, 공급망 다변화가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향후 유럽 방산 산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참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