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네시아 무역협정, 자카르타의 약속 후퇴로 와해 위험에 처해 있다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국기 이미지 관계 및 직물 텍스처(사진 제공: Oleksii Liskonih | iStock | Getty Images)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의 무역협정이 와해 위험에 처해 있다. 워싱턴 관료들은 자카르타가 협정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25년 12월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소속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는 인도네시아가 협상에서 여러 약속을 후퇴(backtracking)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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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관리들은 협정에서의 일부 구속력 있는 약속에 동의하기를 꺼리고 있으며, 이를 USTR에 전달한 상태다. 워싱턴은 인도네시아가 미국의 산업 및 농업 수출에 대한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s)을 제거한다는 약속과 디지털 무역 관련 조치 이행 약속에서 후퇴(backsliding)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수요일 보도에서 인도네시아 관료가 해당 통신에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이며, 협상 과정에서 특정한 쟁점은 제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중순 인도네시아와의 협정 체결을 발표하면서 해당 국가에 대한 이른바 ‘상호(reciptocal)’ 관세율을 그가 이전에 위협했던 32%에서 19%로 인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이번 협정의 일환으로 미국산 에너지 150억 달러, 미국 농산물 45억 달러를 구매하고 보잉 여객기 50대를 도입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성명에서 “미국의 대(對)인도네시아 수출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제거된 상태가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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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과 인도네시아 무역부는 CNBC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협정 불협화음(Deal Frictions)

FT는 이 사안에 정통한 인물을 인용해 인도네시아가 “자신들이 합의한 내용을 실행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며, 초기의 구속력 있는 약속을 비구속적(non-binding)으로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러한 입장이 “매우 문제적이며 미국 측에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고, 인도네시아가 협정을 잃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안은 워싱턴과 자카르타 간 무역협정에서 처음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FT는 2025년 11월 보도에서 인도네시아가 협정에 포함된 소위 ‘포이즌 필(poison pill)’ 조항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포이즌 필 조항은 해당 국가가 미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할 것으로 판단하는 경쟁 상대국과 다른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기존의 협정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협정들은 초기 발표 이후 다른 지역 국가들에서도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350 billion USD)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은 단순히 그 금액을 현금으로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은 10년에 걸쳐 현금 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선박 건조 관련 투자에 쓰일 1,5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최종 약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이 이 투자에서 90%의 이익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도쿄는 이후 투자 이익은 각 측의 기여도에 따라 분배될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 설명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s)은 관세 외의 규제·기술적 규격·수입 쿼터·검역·행정 절차 등으로, 실질적으로 수출입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장벽은 특정 품목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비용을 높여 무역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호(Reciprocal) 관세는 두 국가가 서로 상대국 상품에 대해 동일하거나 상응하는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협정에서는 종종 상호 혜택을 전제로 관세율 조정이 합의된다.

포이즌 필(Poison pill) 조항은 한 나라가 추가로 체결하는 다른 협정이 기존 협정의 목적이나 이익을 훼손한다고 판단될 경우 기존 협정을 무효화하거나 재협상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특정 국가의 전략적·안보적 이해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되기도 한다.

USTR(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의 무역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행정부 기관으로, 무역 협상·관세·무역 분쟁 해결 등과 관련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전문적 분석 및 시사점

이번 보도는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자카르타의 약속 후퇴는 합의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며, 양국 간 향후 협상 동력을 잃게 할 위험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수치들(예: 관세율 32%에서 19% 인하, 에너지 150억 달러 구매, 농산물 45억 달러 구매, 보잉 50대)은 협정의 핵심 경제적 유인으로 작용하지만, 약속 불이행 또는 약속의 비구속화 시 이러한 유인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둘째, 비관세 장벽과 디지털 무역 관련 약속의 이행 문제는 물리적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와 데이터 흐름, 기술 이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지털 무역 조치은 데이터 현지화(localization) 규정,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서비스 과세 등 다양한 정책과 얽혀 있기 때문에 실무적 이행이 복잡하다. 인도네시아가 일부 약속의 구속력을 회피하려는 의도를 보일 경우, 미국 기업들의 대(對)인도네시아 투자·수출 계획에도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다.

시장·투자자 관점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항공기·에너지·농산물·디지털 서비스 등 이번 합의에 포함된 분야의 기업들은 계약 이행과 관련한 신용·수요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또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체결된 유사한 협정 사례(한국·일본 사례)를 보면, 초기 발표와 실제 이행 간 간극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적 관점에서는 양국이 구속력 있는 약속과 비구속적 약속을 어떻게 구분하고, 이를 실행 가능하도록 제도화할 것인지가 핵심 이슈다. 법적·행정적 이행 장치, 분쟁 해결 메커니즘, 이행 감시·투명성 확보 방안 등이 보완되지 않으면 향후 협력은 표류할 소지가 크다.

결론적으로 이번 보도는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 무역협정이 현재 중요한 전환점에 놓였음을 보여준다. 향후 협상의 방향과 양국 기관들의 후속 조치가 실제 협정의 존속 여부와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를 좌우할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은 약속의 구체적 이행 방법과 시간표를 명확히 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