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티야 칼라와 문시프 벵가틸 기자
인도 정부가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해 A-GPS(보조 위성항법장치) 기반 위치추적을 항상 활성화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제안이 통신업계 제안서와 내부 이메일, 다섯 명의 소식통을 통해 확인됐다. 이 방안에는 애플, 구글(알파벳), 삼성이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5년 12월 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통신사업자들이 제시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제안은 스마트폰 기기 수준에서 더 정밀한 위치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제조사들이 항상 위치 서비스를 활성화하도록 강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관련 문서와 이메일, 그리고 이 사안에 정통한 다섯 명의 소식통이 로이터에 이 같은 실무 검토 사실을 알렸다.
이 문제는 최근 심각한 개인정보 논쟁으로 번졌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는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이 사찰 가능성을 우려하자, 모든 기기에 국가가 운영하는 사이버 안전 앱을 사전 탑재하도록 요구했던 명령을 철회한 바 있다. 이 철회 결정은 이번 주 인도 내에서 거센 프라이버시(개인정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모디 정부는 수년간 수사 과정에서 통신사들에게 법적 요청을 할 때 정부 기관들이 정확한 위치 정보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 삼아왔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통신사들이 기지국(셀타워) 데이터를 이용하는 데 한정되며, 이 방식은 위치를 추정하는 수준에 그쳐 실제 위치가 수 미터 단위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인도 이동통신사업자 연합(COAI)은 정밀한 사용자 위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A-GPS 기술을 활성화하도록 정부가 명령한 경우에만 제공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COAI는 리라이언스의 Jio와 바르티 에어텔(Bharti Airtel)을 대표하는 단체이다. 이 내용은 6월에 작성된 IT(정보기술) 부처 내부 이메일에서 확인됐다.
해당 제안이 현실화되면 스마트폰의 위치 서비스가 항상 켜진 상태가 되어 사용자가 이를 끌 수 있는 선택권이 사라지게 된다. 로이터가 접촉한 세 명의 소식통은 애플, 삼성, 구글이 뉴델리에 이 같은 조치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국내외 전례 부재와 업계 반발
업계 로비단체인 인도 휴대전화·전자제품 협회(ICEA)는 애플과 구글을 모두 대표하며 7월 정부에 보낸 비공개 서한에서 이런 기기 수준의 위치 추적 조치는 세계 어느 곳에도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비공개 서한은 로이터가 확인했다.
서한은 “A-GPS 네트워크 서비스는 위치 감시를 위해 배치되거나 지원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조치가 “규제권의 남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 감시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통상적으로 A-GPS는 특정 앱이 실행될 때나 긴급 전화가 발생할 때에만 켜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상시 활성화하면 당국은 사용자의 위치를 약 1미터 이내로 추적할 정도의 정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인 준데 알리(Junade Ali)는 이 제안에 대해 “이 제안은 휴대전화를 전용 감시 장치로 작동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 전자프론티어재단(EFF) 소속 보안 연구원 쿠퍼 퀸틴(Cooper Quintin)은 유사한 제안을 다른 곳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며 “상당히 섬뜩하다(pretty horrifying)”고 표현했다.
정부·업계의 대응 현황
인도의 내무부는 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스마트폰 업계 최고경영진들과의 회의를 금요일로 예정했으나 소식통은 이 회의가 연기됐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목요일 이 주제와 관련해 내무부에 관련 질문을 보냈다.
현재 IT부와 내무부는 모두 통신업계의 제안서를 분석 중이며, 두 부처 모두 로이터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애플, 삼성, 구글, 리라이언스, 그리고 에어텔 측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로비단체인 ICEA와 COAI 역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IT부나 내무부 어느 쪽에서도 정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정밀 위치추적의 기술적 의미와 우려
A-GPS(Assisted GPS)는 전통적인 위성 GPS 신호에 통신망(셀룰러) 정보를 결합해 위치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산출하는 기술이다. 본 보도에서 문제로 지적된 것은 이 기술을 항상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평상시에는 꺼져 있는 A-GPS를 상시 동작시킬 경우 당국이 특정 기기의 위치를 매우 정밀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 전문가들은 이 경우 위치 오차가 약 1미터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제안에 반대하는 측은 보안·법적·프라이버시상의 중대한 우려을 제기했다. ICEA는 7월 서한에서 제안된 위치추적의 대상에는 군인, 판사, 기업 임원, 언론인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들이 보유한 민감한 정보와 직업적 특성상 위치 추적은 그들의 안전과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신사 측은 기존의 위치추적 방식도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사용자에게 “통신사가 귀하의 위치에 접근하려고 합니다“라는 팝업 메시지를 띄워 사용자에게 알리는 방식 때문에, 통신사나 보안 당국이 특정 인물을 추적 중이라는 사실을 대상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 단체는 정부가 제조사들에게 이러한 팝업 기능을 비활성화하도록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신사 단체는 “대상자는 보안 기관이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며 제조사들에게 팝업 기능을 비활성화하도록 정부에 권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애플과 구글이 속한 단체인 ICEA는 7월 서한에서 프라이버시 우선 원칙을 내세우며 인도가 팝업 알림을 비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ICEA는 팝업 알림 유지가 “투명성과 사용자의 위치에 대한 통제권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배경과 시사점
세계 각국 정부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이동과 데이터를 더 잘 추적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A-GPS를 상시 활성화해 기기 단위에서 위치를 추적하는 조치는 전례가 드물다. 러시아의 경우 국가가 지원하는 통신 앱을 모든 휴대전화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사례가 있으며, 이는 중앙 정부가 통신 경로에 더 큰 접근권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한편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바일 시장으로, 2025년 중반 기준으로 7억 3,500만대(735 million)의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기기들이 애플의 iOS를 사용한다고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는 밝혔다.
향후 이 문제에 대해 IT부와 내무부의 검토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통신사와 제조사 간의 갈등이 제도적·법적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안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법적·기술적 표준이 바뀔 수 있다.
참고: 본 기사에 사용된 용어
A-GPS(Assisted GPS): 위성 기반 GPS 신호에 통신망(셀룰러) 정보를 보조적으로 결합해 더 빠르고 정확한 위치 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보통 특정 앱이 실행되거나 긴급통화 시에만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셀룰러 타워(기지국) 데이터: 휴대전화가 연결되는 기지국의 신호 세기와 삼각측량 방식으로 산출되는 추정 위치 정보로,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 수준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COAI(인도 이동통신사업자 연합): 인도 통신사업자를 대표하는 협회로서 리라이언스의 Jio와 바르티 에어텔을 포함한 주요 통신사를 회원으로 둔 단체이다.
ICEA(인도 휴대전화·전자제품 협회): 애플과 구글 등 스마트폰 제조사 및 전자제품 관련 사업자를 대표하는 로비 단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