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휘발유 선물 가격이 지정학적 위험 완화 기대 속에 하락 마감했다. 1월물 WTI 원유(CL F26)는 -0.68달러(-1.15%) 내렸고, 같은 1월물 RBOB 휘발유(RB F26)도 -0.00386달러(-2.07%) 하락했다.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신호에 반응했다.
2025년 12월 2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전쟁이 종결될 경우 대러 에너지 수출에 대한 각종 제한이 해제될 수 있고,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을 증가시켜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선물 가격을 누르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만 하락 압력과는 별개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지지하는 요인도 병존한다. 러시아 통신사 인테르팍스(Interfax)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선박에 대한 공격이 멈추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를 돕는 국가의 선박을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지난주에는 흑해에서 러시아 유조선 4척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주말에는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발트해 원유 터미널이 손상돼 폐쇄됐다.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은 카자흐스탄 원유 160만 배럴/일(bpd)을 수송하는데, 정박 설비(모어링) 중 하나에서 파이프라인이 손상되며 운영을 중단했다.
해상 저장 증가도 공급 우려를 키웠다. 운송 데이터 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선박에 저장된 원유는 11월 28일로 끝난 주에 전주 대비 +12% 증가한 1억 2,464만 배럴로 집계됐으며, 이는 약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통상 선박 내 저장(플로팅 스토리지)이 늘면 즉시 시장에 풀리지 못한 물량이 증가했다는 신호로 해석돼, 단기 수급 불균형을 시사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달 3분기 글로벌 석유시장의 균형 전망을 적자에서 흑자로 수정했다. 미국의 생산 증가가 예상치를 상회했고, OPEC 역시 원유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OPEC은 3분기 글로벌 시장의 균형을 +50만 배럴/일 공급 초과로 보는데, 이는 지난달 제시했던 -40만 배럴/일 공급 부족 전망에서 뒤집힌 수치다. 아울러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을 1,359만 bpd로 상향(전월 1,353만 bpd) 조정했다.
베네수엘라 관련 지정학 리스크도 가격을 떠받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상공을 “폐쇄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고, 베네수엘라는 세계 12위 산유국으로 평가된다. 해당 발언은 항공로·해상 운송과 에너지 수출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원유에 위험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러시아 공급 축소 요인: 정제시설 타격과 제재
최근 러시아의 석유 수출 감소도 하방 경직성을 제공한다. 11월 19일 기준 보텍사 집계에서, 러시아의 석유제품 선적은 11월 상반월(1~15일) 일 170만 배럴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3개월 동안 러시아 정유시설 최소 28곳을 겨냥해 연료 수급난을 심화시켰고,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약했다. 10월 말까지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러시아 정제 능력의 13~20%를 무력화했고, 이에 따라 최대 110만 bpd의 생산이 감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미국·EU의 추가 제재(러시아 석유기업·인프라·탱커 대상)도 수출을 억제하는 변수가 되었다.
OPEC+의 증산 일시중단 방침 재확인
OPEC+는 일요일 회동에서 2026년 1분기 동안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11월 2일 회의에서는 12월에 +13만7천 bpd의 증산을 단행하되,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멈춘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월 중순 2026년에 일 400만 배럴에 이르는 사상 최대 공급 과잉을 전망했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220만 bpd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복원 중이며, 이 가운데 120만 bpd를 추가로 복원해야 한다. 한편 10월 OPEC 원유 생산은 +5만 bpd 늘어난 2,907만 bpd로, 약 2.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핵심 전망: “단기적으로 지정학 완화 기대와 공급 차질 리스크가 엇갈리며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구도다. 재고 지표와 OPEC+의 생산 궤적이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EIA 주간 재고 컨센서스와 최근 수급 지표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수요일 발표 예정 EIA 주간 원유 재고는 -200만 배럴 감소, 휘발유 재고는 +100만 배럴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 수요일 공개된 EIA 보고서에서는 11월 21일 기준 미국의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3.8%, 휘발유 재고는 -3.3%, 증류유 재고는 -6.9%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전주 대비 -0.1% 감소한 1,381.4만 bpd였으며, 11월 7일 주의 사상 최고치 1,386.2만 bpd에서 다소 후퇴했다.
미국 시추 활동: 리그 수 급감
에너지 서비스사 베이커휴즈(Baker Hughes)에 따르면, 11월 28일로 끝난 주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리그는 -12기 감소한 407기로, 4년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 2.5년 동안 리그 수는 2022년 12월의 5.5년 최고치였던 627기에서 가파르게 감소했다. 이는 중장기 공급 투자의 둔화를 반영하며,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공급의 하방 경직성을 높일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용어 설명과 맥락
– WTI: 미국산 서부텍사스산 원유. 글로벌 벤치마크 가격으로 쓰인다.
– RBOB: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산소화합물 혼합 전 단계의 휘발유 선물 기준물이다.
– bpd: 일일 배럴당 생산·소비 단위를 뜻한다.
– EIA/IEA: 각각 미국 에너지정보청과 국제에너지기구로, 에너지 통계·전망을 제공한다.
– OPEC/OPEC+: 산유국 카르텔과 비(非)회원 협력국을 포함한 확장 협의체다.
– Vortexa: 선박 이동·저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에너지 분석업체다.
– Interfax: 러시아 기반의 통신사로 정부·안보 관련 속보를 전한다.
– CPC: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으로, 카자흐스탄 원유를 흑해로 수송한다.
– 베이커휴즈 리그 카운트: 미국 유전 시추 활동의 주간 척도로, 향후 공급에 대한 시그널로 활용된다.
시장 함의와 해설
첫째, 전쟁 리스크 완화 기대는 즉각적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을 축소시키며 가격을 누르지만, 러시아의 운송·정제 인프라 차질과 통상 제재는 물리적 공급을 제약해 상쇄 효과를 낸다. 둘째, OPEC+의 증산 일시중단 재확인은 IEA의 2026년 대규모 잉여 전망과 대비되며, 산유국이 균형가격 방어를 위해 유연한 생산 조절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해상 저장의 2.5년래 최고는 단기 유통 병목 혹은 거래 전략 변화(예: 가격 구조·정책 불확실성 반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현물-선물 베이시스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넷째, 미국 리그 수 급감은 고비용 자본투자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반영하며, 가격 하락 시에도 공급 급증이 쉽게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요컨대, 수급의 구조적 완화 신호(미국 생산·OPEC 공급·IEA 2026 잉여)와 지정학적 공급 차질이 맞물려, 단기 가격은 재고·운송 차질 뉴스플로와 OPEC+ 실행 모니터링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 동향
바차트는 에너지 시장의 추가 논점을 다룬 관련 기사로 ‘유가 하락 폭은 어디까지?’, ‘3분기 에너지: 4분기 가격과 계절성’, ‘IEA, 2026년 대규모 초과공급 경고’, ‘공급과잉 공포 속 전략’ 등을 소개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수급 밸런스와 계절성, 정책 변화를 교차 검증하며 전략을 세워야 함을 시사한다.
주의 및 고지
본 보도에 따르면,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에서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포지션이 없었다고 밝혔다. 기사에 담긴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바차트의 공시 정책에 따른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또한 본문에 담긴 의견·견해는 작성자 개인의 것으로, 나스닥(Nasdaq, Inc.)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