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 무선통신사 AT&T가 미국 통신 규제기관에 제출한 서한에서 다양성·형평·포용(이하 ‘DEI’)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공식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회사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무선 스펙트럼 자산 인수를 승인받기 위해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다.
2025년 12월 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AT&T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보낸 서한을 통해 DEI 관련 정책과 직무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규제 승인 과정에서 DEI 정책을 종료하도록 요구해 온 현 행정·규제 환경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AT&T는 2024년 11월, U.S. Cellular로부터 일부 무선 스펙트럼 라이선스를 10억2,000만달러 규모로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해당 거래는 FCC 승인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의 FCC는 거래 승인 조건으로 통신사들에 DEI 프로그램 종료를 요구해 왔다고 전해졌다.
브렌던 카(Brendan Carr) FCC 위원장은 화요일(현지시각) AT&T의 서한이 올해 초 이미 발표된 ‘DEI 관련 정책 종료’ 약속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카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1월에 지명한 공화당 출신으로, 통신·미디어 기업의 규제 심사에 있어 DEI 관련 이슈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알려졌다.
AT&T는 서한에서 DEI에 관해 다음과 같이 못 박았다.
‘AT&T는 현재 DEI에 초점을 둔 어떤 직무도 두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두지 않을 것이다.’
한편, T-Mobile US는 7월에 두 건의 대형 거래에 대한 규제 승인을 추진하면서 자사의 DEI 프로그램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지역 통신사인 United States Cellular의 무선사업 거의 전부(고객, 매장, 스펙트럼 자산의 30%)를 인수하는 44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포함돼 있다.
FCC는 같은 7월, T-Mobile이 사모펀드 KKR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메트로넷(Metronet)을 인수하는 별도의 거래도 승인했다. 메트로넷은 17개 주에서 200만 가구 및 기업 이상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FCC는 5월에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Verizon Communications)가 20억달러가 아니라 200억달러 규모로 광섬유 인터넷 제공업체 프론티어 커뮤니케이션즈(Frontier Communications)를 인수하는 거래를 승인했다. 로이터는 이 승인 이전에 버라이즌이 DEI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카 위원장은 2월에 컴캐스트(Comcast)에 대해, NBC 뉴스의 모회사인 이 기업이 추진해 온 DEI 프로그램의 홍보와 관련해 조사를 개시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정부의 DEI 프로그램을 전면 재구성 및 해체하는 광범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민간 부문에도 동참을 압박한 바 있다고 보도됐다.
용어·맥락 설명
DEI: ‘다양성(Diversity)·형평(Equity)·포용(Inclusion)’의 약자로, 조직 내 인력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기회 접근의 형평성을 보장하며, 소수자·저대표 집단을 포함하는 문화를 조성하려는 정책과 관행을 의미한다. 통상 채용·승진·교육·공급망 다양성 등의 영역에 적용된다. 본 기사에서 언급되는 DEI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거나, 규제·이해관계자 요구에 대응해 설계해온 프로그램 전반을 가리킨다.
무선 스펙트럼 라이선스: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수 있는 정부 발급 권리다. 미국에서는 FCC가 경매·배분·양수도 승인 등을 통해 스펙트럼 라이선스를 관리한다.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자산 거래에서 스펙트럼 이전은 반독점·공익성 심사와 함께 핵심 심사 항목이 된다.
FCC: 미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로, 통신·방송·위성·스펙트럼 정책을 관할하는 독립 규제기관이다. 본 기사에서 등장하는 거래 승인 및 조건 부과의 주체이며, 브렌던 카는 위원장으로서 승인 조건 및 정책 방향을 관리·감독한다.
분석과 시사점
핵심: 이번 AT&T의 서한은 규제 승인 조건과 기업 내부 정책의 연동이 강화된 현재 환경을 상징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FCC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통신사 거래 승인과 관련해 DEI 프로그램 종료를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이에 따라 AT&T, T-Mobile, 버라이즌 등 주요 통신사들이 각각의 대형 거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DEI 정책의 정지 또는 종료를 선택하는 흐름이 연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거래 연쇄: 기사에 열거된 사례는 다수의 굵직한 승인이 올해 들어 잇달아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AT&T의 10억2,000만달러 규모 스펙트럼 인수 추진, T-Mobile의 44억달러 규모 U.S. Cellular 무선사업 인수 및 KKR과의 메트로넷 합작 거래 승인, 그리고 버라이즌의 200억달러 규모 프론티어 인수 승인까지 이어졌다. 공통분모는 규제 승인 과정에서 DEI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의 입장 변화가 거래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기업 운영 함의: 이러한 환경은 인사·조직문화·공급망 다양성 등 내부 거버넌스 정책이 단순한 ‘선언’ 차원을 넘어, 규제 리스크 관리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형 거래의 시간·비용 변수를 줄이기 위해 규제기관의 조건을 충족하는 선택을 할 유인이 커진다. 다만 DEI 프로그램의 종료는 인재 확보·유지·브랜드 평판과 같은 다른 경영 요소들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과제를 남긴다.
정책 환경: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월에 연방정부 DEI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내용의 광범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며, 민간에도 유사한 변화를 촉구했다. FCC 위원장 브렌던 카가 2월에 컴캐스트의 DEI 프로그램 홍보와 관련해 조사 개시를 통보한 점도, 정책 기조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종합: AT&T의 DEI 종료 약속은 현재 진행 중인 스펙트럼 자산 인수 승인 절차의 중요한 맥락으로 자리한다. 동시에 T-Mobile, 버라이즌 사례가 보여주듯, 대형 통신 거래의 심사·승인이 기업의 내부 정책 구성과 직접 맞닿아 있음을 다시 확인시킨다. 향후에도 거래 심사 과정에서 DEI와 같은 조직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조건화되는지, 그리고 기업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조정하는지가 업계 전반의 실무·전략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