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발로 보도된 바에 따르면, 두 번째 영향력 있는 의결권 자문사가 호주 2위 시가총액 은행인 웨스트팩(Westpac)의 사외이사 피터 내시(Peter Nash)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기관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권고 사유의 핵심은 그가 호주증권거래소(ASX) 이사회에서 6년간 재직한 이력과, 그 기간 동안 불거진 운영 리스크 관리 실패와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 문제다.
2025년 12월 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CGI 글래스 루이스(CGI Glass Lewis)는 화요일 발표한 신규 보고서에서 웨스트팩 이사회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내시에 대한 재선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내시는 2018년 3월 웨스트팩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현재 감사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이번 권고는 앞서 ISS(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 서비스)가 내린 동일한 취지의 권고에 연이어 나온 것이다. ISS는 내시의 ASX 이사회 재직 경력과 과거 KPMG의 수석 파트너로서의 경력이 웨스트팩 이사로서의 독립성과 적합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며, 그의 재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었다.
KPMG는 지난해 웨스트팩의 외부감사인으로 선임되었고, 이는 웨스트팩이 호주 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 2위의 대형 은행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ISS는 내시가 웨스트팩 이사회에 있으면서, 과거 KPMG 최고위직 경력이 얽혀 지배구조상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스트팩은 이번 사안에 대해 코멘트를 거부했으며, 내시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웨스트팩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5.2% 상승한 상태다.
ASX(호주 증권거래소 운영사)는 최근 수년간 거래·결제 시스템 장애 등 일련의 실패로 규제 압박이 강화되는 국면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거래·결제 중단 사태는 운영 리스크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이번 주 월요일, ASX의 공시(announcements) 플랫폼이 장애를 겪으면서 수백 건의 기업 공시가 지연됐고, 가격에 민감한 공시를 준비 중이던 약 80개 기업은 거래 정지(trading halt) 조치에 들어갔다.
CGI 글래스 루이스는 “ASX의 감사·리스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내시 씨는 운영 리스크 관리 붕괴 및 그에 따른 문제로 이어진 감독 실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충분한 대응과 감독이 이러한 리스크를 중대한 운영 사고로 현실화시켰고, 그 결과 ASX의 주주가치 훼손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호주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다수의 기관투자자는 정기 주주총회 표결에서 이들 자문사의 권고를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번 재선임 반대 권고는 웨스트팩 거버넌스 의제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웨스트팩의 연례 주주총회는 12월 11일 시드니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피터 내시의 재선임 안건은 이날 표결에 부쳐지며, 기관표의 향배가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핵심 배경과 용어 설명
의결권 자문사(Proxy Adviser)는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에게 주주총회 안건별 찬반 권고와 분석을 제공하는 독립 자문기관이다. 이들은 지배구조, 이사 독립성, 보상정책, 회계·감사 리스크 등 다양한 기준을 종합해 표결 가이드를 제시한다. 호주 시장에서는 이러한 권고가 실제 표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외이사(Non-executive Director)는 회사의 일상적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경영진 견제·감독과 전략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감사위원회를 이끄는 사외이사는 재무보고의 건전성과 내부통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감시한다. 따라서 과거 감사법인(예: KPMG) 고위직 경력이 현직 회사의 외부감사인 선정과 직접·간접적으로 얽힐 경우, 독립성과 이해상충에 대한 시장의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ASX(호주 증권거래소 운영사)는 호주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를 관리·운영한다. 거래·결제 시스템과 공시 플랫폼은 상장사의 정보공개와 시장투명성, 투자자 보호의 근간이 된다. 최근 공시 플랫폼 장애와 거래·결제 중단 등 사건은 운영 리스크 관리(Operational Risk Management)와 감독 체계의 적정성을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
거래 정지(Trading Halt)는 특정 종목에 중대한 가격민감 정보가 존재하나 즉시 공시가 어려울 때, 또는 시스템 장애 등으로 공정한 가격형성이 보장되지 않을 때 부여되는 일시적 거래 중단 조치다. 이번 사안에서는 ASX 공시 플랫폼 장애로 인해 약 80개 기업이 거래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분석과 시사점
이번 CGI 글래스 루이스와 ISS의 연속된 반대 권고는, 웨스트팩 이사회가 감사·리스크 감독과 감사인 독립성에 관한 시장의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하는지가 주주 신뢰의 핵심 변수임을 재확인시킨다. 특히 내시가 웨스트팩 감사위원장인 동시에, ASX 감사·리스크위원회 위원장으로도 지목된 상황에서, 최근 ASX의 운영 사고와 주주가치 훼손이 감독 책임 공방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지배구조 관점에서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감독 책임의 명확성이다. 대규모 시스템 장애와 공시 지연에 따른 시장 충격은 위원회 차원의 리스크 인지·대응이 적시에 작동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둘째, 이해상충 관리다. 회사의 외부감사인과 이사회 구성, 특히 감사위원장의 과거 경력 사이에서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대형 기관투자자는 표결로 메시지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
호주 시장에서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권고는 12월 11일 시드니에서 열리는 웨스트팩 연례 주주총회 표결에 실질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기관투자자 다수가 권고를 참고하는 관행을 보일 경우, 이사 재선임 안건은 접전으로 흐르거나, 최소한 찬성률 하락이라는 압박으로 나타날 수 있다.
동시에, 웨스트팩의 연초 대비 15.2% 상승한 주가 흐름은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 기대가 여전히 견고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거버넌스 리스크는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번 표결 결과와 이후 이사회 차원의 감독 강화·독립성 제고 조치는 향후 평판 리스크 관리와 밸류에이션에 직결될 전망이다.
ASX 측의 플랫폼 장애와 관련된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의 신뢰도 역시 중요하다. 상장사의 가격민감 공시가 지연되거나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는 시장 효율성과 투자자 신뢰를 훼손한다. 이는 결국 거래소 운영사의 운영 리스크 관리 성숙도와 감사·리스크위원회의 실질적 감독 능력 평가로 귀결된다.
취재 메모source | 본 기사는 로이터 통신(기자: 스콧 머독, 크리스틴 첸) 보도를 번역·정리한 것이다. 웨스트팩은 본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피터 내시는 로이터의 질의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