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주요 은행이 이번 주 발표할 4분기 실적에서 전반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은행(IB) 및 자산관리(웰스 매니지먼트) 부문의 수익이 개선되고, 신용 여건이 안정세를 보이는 점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만큼 실제 숫자가 기대에 미달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도 병존한다.
2025년 12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캐나다 간 통상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캐나다 소비자 건전성 및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갱신 부담에 대한 우려 역시 이번 실적 시즌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정책 환경은 은행들의 대출 성과, 조달비용, 수수료 사업의 활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단기적으로는 주가의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2026·2027년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느냐는 점이다. 그럴 때에야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지속할 수 있다”고 PICTON 인베스트먼츠의 주식 공동대표 롭 풀이 말했다.
빅6 캐나다 은행의 밸류에이션, ‘풀 밸류에이션’ 논쟁
캐나다 ‘빅6’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토론토도미니언뱅크(TD), 뱅크오브몬트리올(BMO), CIBC, 노바스코샤은행(스코샤은행), 내셔널뱅크의 주가는 올해 들어 평균 약 32% 상승했다. 이는 토론토증권거래소(TSX)의 약 27% 상승률을 웃도는 성과로, 지난 두 분기 동안 이어진 무역전쟁의 파장을 상당 부분 흡수한 모습이다.
“캐나다 은행들은 관대하게 보아도 ‘충분히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유의미한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으며, 소폭의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단기 업사이드는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고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존 에이컨은 분석했다.
이들 6개 은행의 4분기 회계기간은 10월 31일에 종료됐다. 실적 발표를 앞둔 지난주 말 기준으로 이들 은행은 평균 선행 주가수익비율(P/E) 12.9배에 거래됐으며, 이는 10년 평균 대비 23% 프리미엄이라는 게 CIBC 애널리스트 폴 홀든의 진단이다. 그는 이로 인해 해당 종목들이 시장 변동성에 더 민감해졌다고 덧붙였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4분기 순이익은 6개 은행에서 3.5%~41.9% 범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손충당금(LLP)은 5개 은행에서 5%~32% 증가가 예상되고, BMO에서는 46%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신용비용의 점진적 안정과 함께 은행별 포트폴리오 구성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초 일부 미국 지역은행들이 부실 대출과 사기(fraud) 문제를 경고한 이후, 투자자들은 캐나다 은행들의 신용 리스크를 더욱 촘촘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프라이빗 크레딧 혹은 비은행 금융기관(NBFI)에 대한 익스포저(노출) 규모와 성격이 어떠한지, 은행 대출자산의 스트레스 징후가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캐나다 은행들의 미국 사업은 수년 간 확장돼 왔으며, 현재 전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 시장 포화 환경에서 해외 성장을 모색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투자은행·자산관리·상업대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매출원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RBC 애널리스트들은 6개 은행 가운데 BMO가 관련 익스포저가 가장 크고, 스코샤은행이 가장 작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RBC의 다르코 미헬리치 애널리스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 분야에 대해 제한적인 공시, 빠른 성장, 시장 불투명성 등 여러 우려를 갖고 있다… 2025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 기간 동안 이 산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발표 일정은 다음과 같다. 스코샤은행은 화요일, RBC와 내셔널뱅크는 수요일, BMO·CIBC·TD는 목요일 각각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핵심 쟁점과 투자 포인트
첫째, 밸류에이션의 정당화다. 평균 선행 P/E 12.9배와 10년 평균 대비 23% 프리미엄이라는 수치는, 순이익 성장과 신용비용 안정이 가시적으로 확인돼야만 유지될 수 있다. 애널리스트 롭 풀의 지적처럼 2026~2027년 이익 추정치의 상향이 뒤따르지 않으면, 현재의 멀티플은 조정 압력을 받을 소지가 있다.
둘째, 크레딧 퀄리티(자산 건전성)다. 대손충당금이 대부분 은행에서 한 자릿수~30%대 증가가 예상되고, BMO는 -46%로 오히려 감소가 전망된다. 이는 은행별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 구성, 업권·지역 노출 차이를 반영한다. 투자자들은 부실 징후의 조기경보 지표와 함께 프라이빗 크레딧·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익스포저의 크기와 성격에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
셋째, 수수료 기반 사업의 회복력이다. IB 딜 활동과 자산관리 부문에서의 수탁고 및 수수료 수익이 개선되면, 순이자마진(NIM)의 변동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 본 기사에서 구체적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으나,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부문이 이번 4분기 실적 호조의 주된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넷째, 미국 사업의 비중이다. 캐나다 내 포화된 시장 환경에서 미국은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한다. 다만 미국 지역은행들이 올해 초 겪은 부실·사기 이슈가 상기시키듯, 익스포저가 클수록 신용·규제·평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RBC 분석에 따르면 BMO의 익스포저가 가장 크고, 스코샤은행이 가장 작다.
용어 설명: 이해를 돕기 위한 핵심 개념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 향후 12개월(또는 다음 회계연도)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이다. 12.9배라는 수치는 투자자들이 미래 이익 1달러당 약 12.9달러를 지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밸류에이션 멀티플: 주가가 이익·자산 등 기초지표 대비 어느 정도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배수 개념이다. 멀티플이 높을수록 성장 기대가 크거나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게 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손충당금(Loan Loss Provisions, LLP):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출 부실에 대비해 미리 비용으로 인식하는 계정이다. 충당금 증가는 단기적으로 이익을 낮추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 제고에 기여한다.
프라이빗 크레딧: 비상장·비전통적 대출시장으로, 은행 외 기관이나 펀드가 기업·자산에 직접 대출하는 금융을 말한다. 비은행 금융기관(NBFI)은 은행이 아닌 보험사·자산운용사·대출회사 등 광범위한 금융 중개기관을 포괄한다.
모기지 갱신: 고정·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도래 시, 새로운 금리·조건으로 대출을 다시 설정하는 과정이다. 금리 수준과 가계 소득 여건에 따라 가계의 상환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전문적 시각: 이번 시즌에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이번 4분기 결과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현재의 높은 멀티플을 정당화할 만큼 이익 성장의 질과 지속성이 확인되는가. 둘째, 신용 사이클이 예상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는가. 3.5%~41.9% 범위의 순이익 증가 전망과 대손충당금의 은행별 차등화는 긍정·부정 시그널이 교차하는 구간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 수수료 사업의 트렌드, – 대손비용 가이던스, – 프라이빗 크레딧/NBFI 익스포저 공시의 구체성이 어느 수준인지가 관건이다.
요약하면, 어닝 미스 시에는 멀티플 수축이, 소폭의 어닝 비트 시에도 업사이드 제한이 거론되는 구조 속에서, 중기(2026~2027년) 실적 추정치의 상향 여부가 주가 추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신용비용이 예상을 상회하거나 미·캐나다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방어적 포지셔닝이 우위일 수 있다.
발표 일정 재확인
스코샤은행(화) → RBC·내셔널뱅크(수) → BMO·CIBC·TD(목) 순으로 4분기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각 은행의 자본·유동성, 수수료 수익, 신용비용 가이던스, 미국 사업 동향을 중심으로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