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고우라(Eugowra) — 호주 중부의 강렬한 태양 아래 그늘막이 설치된 세 줄의 우리(펜)에서 블랙 앵거스 소 6,000두가 압연 보리, 사일리지, 면실박, 당밀을 씹으며 천천히 살을 붙이고 있다. 이곳 건다메인(Gundamain) 피드롯비육장에서의 규칙적인 급여는 곡물비육 쇠고기의 ‘즙 많고 연한’ 식감에 대한 글로벌 수요에 맞춘 표준화된 품질을 목표로 한다.
2025년 12월 1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건다메인에서는 평균 90일의 비육 기간을 거친 뒤 도축에 나서며, 개체당 체중은 최대 50%까지 불어나 약 600kg(1,323lb파운드)에 이른다. 이러한 공정은 국제 시장의 ‘곡물비육(grain-fed)’ 쇠고기에 대한 선호 확대에 대응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건다메인은 호주 축산업이 겪는 구조적 변화의 한 축이다. 광활한 초지와 소규모 인구라는 조건을 바탕으로 호주는 이미 세계 2위 쇠고기 수출국이며, 올해 1~9월 동안 수출액은 86억 달러로 집계됐다관세기록. 이러한 기반 위에 피드롯의 부상은 수출 물량의 일관성을 높이며, 곡물비육을 선호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산의 빈자리를 점차 메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제품을 요청받고 있다.” 건다메인을 소유·운영하는 테스 허버트(Tess Herbert)는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약 4시간 거리에 위치한 시설의 수요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허버트는 “공급망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해야 한다”며 “그 유일한 해법은 확장”이라고 강조했다. 비육장은 향후 수용 능력을 12,000두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급속한 곡물비육 확대
업계 자료에 따르면, 호주에서 사료 비육 중인 소(head on feed)는 6월 말 기준 160만 두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5년 전 100만 두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분석가들은 2027년경 해당 숫자가 200만 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그때가 되면 호주의 도축 출하 소 중 약 절반이 현재의 약 40%에서 더 높아져 피드롯을 거쳐 출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미국의 축소 국면과 때를 같이한다. 피드롯의 개척자이자 곡물비육 쇠고기 최대 생산국인 미국은 수년간의 가뭄 여파로 가축 두수가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11월 1일 기준 미국의 피드롯 사육 암소는 1,170만 두로 전년 대비 26만 두 감소했으며, 미국의 쇠고기 생산은 올해와 내년 모두 감소가 예상된다.
“수요의 가속이 성장을 이끌었다.”
호주 최대급 쇠고기 생산사 중 하나인 테이스 오스트레일리아(Teys Australia)에서 피드롯을 총괄하고 호주 피드롯협회(ALFA)를 이끄는 그랜트 개리(Grant Garey)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생산 감소가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거의 한 세기 동안 도축 전 비육을 위해 피드롯이 활용돼 왔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사료는 더 크고 지방이 풍부한 부위를 빠르게 형성해, 소비자가 더 맛있고 육즙이 많은 식감으로 인식하는 특성을 만든다.
미국산과 유사한 제품 특성을 갖춘 호주산 곡물비육 쇠고기는 마블링과 품질을 중시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호주의 곡물비육 쇠고기100일 이상 사육만 집계 수출은 324,421톤으로, 2020년 같은 기간 224,230톤 대비 크게 증가했다100일 미만 사육분은 통계 제외.
해당 물량의 대부분은 일본·한국·중국으로 향한다. 반면, 미국의 이들 국가로의 수출은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 안정성의 확보
피드롯은 호주 생산자들에게 프리미엄 육질 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강우·가뭄의 변동성이 극심한 호주에서 그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컨설팅 업체 에피소드 3(Episode 3)의 육류·축산 애널리스트 맷 달글리시(Matt Dalgleish)는 “공급망에 대한 안전성을 제공한다”며, “연중 일관된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강우와 초지에 덜 의존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가뭄은 곡물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호주는 피드롯 수요를 상회하는 곡물 수확을 지속해 왔다. 글로벌 애그리트렌즈(Global AgriTrends)의 애널리스트 사이먼 퀼티(Simon Quilty)는 피드롯이 우수한 수익을 내고 있으며,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운영자들은 기회를 보고 있다. 내년에는 175만 두, 그 다음 해에는 200만 두로 가게 될 것이다.”
호주의 주요 피드롯 운영사로는 Mort & Co, JBS, NH Foods, 그리고 미국 카길(Cargill)이 소유한 테이스 오스트레일리아가 있다. 다만 호주가 사육 소의 90% 이상이 피드롯에서 비육되는 미국형 구조로 바뀔 가능성은 낮다. 개리 회장은 시설 건설 비용이 높고, 수년 내 미국 생산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신규 부지 투자의 상한선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초지 사육(그래스-피니시드) 쇠고기에 대한 강한 시장 수요도 존재한다. 일부 소비자는 이를 덜 산업화되고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인식한다.
달글리시는 “곡물비육과 초지 사육이 거의 50대 50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곡물비육은 가장 수익성이 높다. 그러나 초지 사육에 대한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호주는 두 시장을 모두 충족할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과 맥락
피드롯(feedlot)은 도축 전 수십~수백 일 간 소를 고열량 배합사료로 집중 비육하는 시설을 뜻한다. ‘곡물비육(grain-fed)’은 보리·옥수수 등 곡물을 중심으로 비육해 근내지방(마블링)과 육즙을 강화하는 방식이며, ‘초지 사육(grass-finished)’은 자연 초지 위주의 사양으로 기호성·식감·풍미에서 차이를 보인다. 기사에서 언급한 사일리지는 녹말·섬유질 사료작물을 발효 저장한 것으로, 소화 효율과 에너지 공급에 유리하다.
또한 ‘사료 중(head on feed)’라는 표현은 피드롯에서 현재 비육 중인 두수를 의미한다. 단위 표기는 kg(킬로그램)과 lb(파운드1lb≈0.4536kg)가 혼용되며, 본문 수치는 원문 기준을 그대로 따랐다.
분석: 아시아 수입시장과 가격 안정성의 관점
이번 보도는 미국의 공급 축소와 호주의 비육 능력 확대가 아시아 프리미엄 쇠고기 시장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관된 출하와 규격화된 품질을 담보하는 피드롯 시스템은 일본·한국·중국 등 곡물비육 선호가 뚜렷한 시장에서 대체재로서의 신뢰를 강화한다. 이는 수급 변동이 심한 초지 기반 공급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 완화에 기여할 여지가 크다.
다만 시설 투자비와 사료 조달 비용은 구조적 제약으로 남아 있다. 더불어 미국 생산의 주기적 회복은 향후 몇 년 내 시장 점유율의 재경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호주의 양대 트랙(곡물비육·초지 사육)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은 수요 다변화와 위험 분산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이는 프리미엄 부위 중심의 고부가가치와 지속가능성 선호라는 두 축을 모두 겨냥하는 접근으로,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