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요약: ‘연산능력’이 곧 경제력이다
미국과 동맹권이 2025년에만 FP16 sparse 기준 25 ZFLOPS 이상의 AI 가속 연산능력을 온라인에 추가하는 동안, 중국의 연간 추가분은 1 ZFLOPS 미만에 머물 전망이라는 번스타인 리서치의 추정이 나왔다. 같은 해 중국이 전력 설비에서 500GW+의 원시 용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음에도, 실제 AI 데이터센터용 ‘사용 가능한 컴퓨트’ 축적에서는 미국이 압도한다는 진단이다. 2024년 데이터센터 용량 순증 역시 미국 5.3GW vs 중국 3.9GW로 미국이 앞섰다. 여기에 슈퍼컴퓨팅 2025(SC25)에서 확인된 액체냉각 대세화, 고전압 DC(HVDC) 랙 전력 전환, 모듈러 배치 확대는 ‘전력-열-메모리’라는 물리적 병목을 뚫기 위한 산업의 총력전을 보여준다. 본 칼럼은 이른바 ‘컴퓨트 머천틸리즘(연산능력 중상주의)’이 2026~2030년 미국 증시와 실물경제를 어떻게 재편할지, 그리고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실천적 포트폴리오 지침을 제시한다.
1) 데이터로 본 팩트: “누가 실제로 더 많은 연산능력을 추가하는가”
번스타인(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2025년 ‘사용 가능한 컴퓨트’ 순증에서 미국·동맹권 ≥25 ZFLOPS, 중국 <1 ZFLOPS라는 격차를 제시했다. 가정의 핵심은 (1) 미국·동맹에서 NVIDIA Blackwell 400만 개 × 4.5 PFLOPS ≈ 18 ZFLOPS에 더해 (2) TPU/ASIC 배치를 포함하면 총합이 25 ZFLOPS를 상회한다는 계산이다. 반대로 중국은 2025년 국산 칩 150만 개를 ‘Ascend 910B(칩당 0.4 PFLOPS)’ 기준으로 환산해도 0.6 ZFLOPS 수준이고, NVIDIA/AMD 저가형 칩 유입을 더해도 1 ZFLOPS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결정적으로 번스타인은 중국이 2030년에야 누적 ~19 ZFLOPS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는데, 이는 미국이 ‘현재’ 확보 중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엄중한 메시지다.
이 수치를 ‘전력 총량’이 아닌 실제 유효 컴퓨트로 본 점이 중요하다. 2025년 중국의 전력 설비 증설은 500GW+ vs 미국 ~30GW로 중국이 압도하지만, HBM·네트워킹·소프트웨어 최적화·랙 밀도가 동반되지 않으면 전력은 곧바로 컴퓨트로 전환되지 않는다. 결국 공급망의 병행 고도화가 승패를 가른다.
| 지표(2025 추정) | 미국·동맹권 | 중국 | 출처/근거 |
|---|---|---|---|
| 추가 유효 컴퓨트 | ≥ 25 ZFLOPS | < 1 ZFLOPS | 번스타인 |
| DC 용량 순증(2024) | 5.3 GW | 3.9 GW | 번스타인 |
| 원시 전력 증설(2025) | ~ 30 GW | > 500 GW | 번스타인 |
위 표에서 보듯, 전력 총량>컴퓨트 우위라는 통념은 깨졌다. 인프라-칩-메모리-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총체적 스택을 얼마나 빨리 동원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승자-패자 간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촉발한다.
2) ‘SC25’가 가리킨 산업의 방향: 액체냉각·HVDC·모듈러·서비스
인베스팅닷컴이 전한 슈퍼컴퓨팅 2025(SC25)의 산업 컨센서스는 명확하다. (1) 버블 징후 부재: 2028년 말 이후까지 수요 가시성이 확장 중, (2) 액체냉각이 직접-칩(Direct-to-Chip) 방식 중심으로 대세화, 2상 냉각은 2027~2028 본격화, (3) 고전압 DC(HVDC) 랙 전력이 중기 ‘고밀도 아일랜드’에서 퍼지고, 2030년 전후 광범위 전개, (4) 모듈러 솔루션 확대와 함께 Eaton-Boyd, Schneider-Motivair 등 내재화/번들 트렌드 강화, (5) 냉각수 오염·필터 막힘 등 운영 리스크를 방어하는 서비스 역량이 핵심 해자로 부상. Vertiv는 4,400대 서비스 플릿과 PurgeRite 인수로 포지션을 강화했고, Eaton·nVent 역시 CDU/PDU/매니폴드 및 HVDC 제품군에서 호조가 예상된다.
이 어젠다는 ‘전력·열·밀도’라는 물리적 제약이 산업의 설계 철학을 바꿔 놓고 있음을 뜻한다. 냉각·전력 효율이 TCO(총소유비용)를 좌우하고, 모듈러·패키지·서비스가 배치 속도와 가동률을 담보한다. 한마디로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부동산이 아니라 공정산업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전력·열 밸류체인이 AI 반도체와 함께 구조적 프리미엄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다.
3) HBM 캐퍼의 지정학: 히로시마에서 시작해 2028년을 겨냥
니케이/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에 1조5천억 엔(약 96억 달러) 규모의 HBM 공장을 착공(예정 2026년 5월)해 2028년 전후 출하를 노린다. 일본 METI는 최대 5천억 엔 보조금을 검토 중이다. 이는 AI 워크로드의 병목이 HBM 대역폭·용량임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한 결정이다. 이미 SK하이닉스가 선도하는 시장에서 마이크론이 생산 거점을 대만 외로 다변화하는 것은 고객사 입장에서 지정학 리스크 분산과 멀티소싱의 가치가 크다. 2026~2028년을 향한 HBM 증설은 AI 가속기의 총비용/성능 곡선을 다시 낮추며, 컴퓨트 보급의 2차 가속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2028년 무렵 칩-HBM-모듈-랙의 고도화가 동시 결실을 맺을 가능성은 미국 반도체·장비·소재·패키징 전반에 멀티-이어(Multi-year) 모멘텀을 제공한다. 주식시장에서는 (1) HBM 공급자, (2) 첨단 패키징(CoWoS·플립칩·패널레벨), (3) 고밀도 랙 전력/냉각, (4) 네트워킹·광모듈이 동시 수혜를 보는 구도가 강화될 것이다.
4) 물리적 증거: ‘냉각’은 이미 시스템 리스크다
CME가 데이터센터 냉각 문제로 전 시장 거래를 일시 중단한 사건은 ‘전력·열’이 더 이상 이론이 아님을 증명했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의 실시간 거래 안정성이 냉각 장애로 흔들렸다는 사실은, (1) 고밀도 IT 부하의 급증과 (2) 백업·이중화 설계에서도 냉각이 핵심 실패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항공 산업에서도 에어버스 A320 계열의 소프트웨어 롤백이 대규모 운항 지연을 낳았는데, 본질은 ‘안전 마진’ 확보를 위한 즉시적 패치와 표준화된 형상관리였다. 시장 인프라·항공·제조·금융을 막론하고 디지털 고밀도화·소프트웨어화는 냉각과 전력의 운영회복력(Resilience) 확보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5) 수요면 촉매: 에이전틱 커머스·기업 AI 확산
모건스탠리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2030년 미국 전자상거래의 10~20%(GMV 1,900억~3,850억 달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본다. 월 단위로 ChatGPT 45%, Gemini 32%, Meta AI 22%를 사용했다는 설문은 상업 행동 전이의 초입을 시사한다. OTA 업계에서도 LLM이 ‘퍼널 축소’가 아닌 ‘퍼널 확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기업 양쪽에서 AI 워크로드는 지속적 측면 확장이 예상되며, 이는 2028년 전후 HBM/냉각/전력의 공급 진전과 맞물려 보급률-수요-컴퓨트의 복리 구조를 만든다.
6) 2026~2030 시나리오: 전력·HBM·정책의 3변수
시나리오 A — ‘가속적 균형’(확률 45%)
- 전력: 북미 주요 허브에서 송배전 보강·HVDC 구간 구축이 앞당겨지고, 대형 코로케이션/하이퍼스케일러가 온사이트 발전·PPA로 전기를 ‘사유화’함. 배전/냉각 제한은 있지만 모듈러·액체냉각 덕에 배치 속도 유지.
- HBM: 2027~2028년 증설이 초과수요를 완화하며 ASP는 완만히 하향, 그러나 성능/밀도 개선이 수요의 질을 높여 공급 완화가 가격 붕괴로 번지지 않음.
- 정책: 수출통제는 유지되나 동맹 내 공급망은 보조금·허가의 ‘패스트트랙’으로 개선.
- 시장: 반도체·전력/냉각·네트워킹·REIT이 분산 강세. 대형 가속기 플랫폼은 성장 둔화 없이 초과 현금흐름을 재투자.
시나리오 B — ‘전력 병목 장기화’(확률 35%)
- 전력: 송전 인허가 지연·주정부 규제가 지속돼 신규 용량의 온보딩이 밀림. 하이퍼스케일러는 자체 전원·마이크로그리드를 확대하나, 산발적 지역 병목은 해소되지 않음.
- HBM: 공급은 늘지만 전력 한계로 실제 랙 밀도 증가가 더딤. 서버 단가 상승이 IT 예산에 부담.
- 정책: 금리 변동·보조금 재조정이 투자 타이밍을 교란.
- 시장: 전력·냉각·HVDC에 프리미엄이 더 쏠리고, 가속기/서버는 변동성 확대.
시나리오 C — ‘정책 리스크 확대’(확률 20%)
- 전력/HBM: 물적 제약은 관리되나, 규제/무역/사이버 리스크가 투자 속도를 훼손.
- 시장: 방어적 IT/산업과 서비스형 모델의 상대강세. 성장주의 미래 현금흐름 할인율 상향으로 밸류에이션 재조정.
7) 섹터·종목군 로드맵: 미국 시장의 구조적 수혜 축
반도체·메모리
- HBM: 마이크론(히로시마 증설, 2028년 전후 출하), SK하이닉스 등. 포인트는 (1) 공급량 증가 vs 밀도/성능 상향의 균형, (2) 고객사 다변화·인증 리드타임 관리.
- 가속기: 플래그십 플랫폼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해자(모아트) 강화. 다만 가격-성능 균형과 고객 ‘자체 가속’ 부상에 주기적 변동성 존재.
전력·냉각·전장
- 액체냉각/서비스: Vertiv(서비스 플릿·PurgeRite), Schneider/Eaton/nVent(CDU/PDU/매니폴드). SC25가 제시한 설계 전환의 핵심 수혜.
- 고전압 DC(HVDC): 2030 전후 채택 본격화. UPS/PDU의 정의가 바뀌며 밸류체인 구조조정.
- 송전/그리드: 지역 유틸리티·장비에서 규모의 경제를 선점한 사업자가 강세.
네트워킹·광모듈
- 고밀도 랙·액체냉각 체계에 광 인터커넥트 수요가 동반 급증. 레이턴시·에너지 효율에 민감.
데이터센터 REIT/개발사
- 전력할당/확약(Power Reservation) 능력이 핵심 자산으로 부상. 블렌디드 임대단가가 구조적 상향.
8) 리스크 매트릭스: 무엇이 ‘상승론’을 깨뜨릴 수 있나
| 리스크 | 메커니즘 | 대응 |
|---|---|---|
| 전력 인허가 지연 | DC 배치 속도 둔화 → 가속기 수요의 인식 약화 | 온사이트 발전·PPA·HVDC, 지역 분산 전략 |
| HBM 공급 차질 | 서버 단가 급등·납기 지연 → IT 예산 경색 | 멀티소싱·고객 선인증·장기공급계약 |
| 정책/안보 리스크 | 수출통제·보조금 변화 → 투자 타이밍 혼선 | 밸류체인 다변화·오프쇼어링 균형 |
| 사이버·운영장애 | 시장 인프라 중단(CME 냉각 사례) → 신뢰 하락 | 이중화·표준화·서비스 역량 내재화 |
9) 포트폴리오 가이드: 3단 구성(코어-위성-리스크 헷지)
- 코어: 전력·냉각·서비스(Vertiv 등), 송전·HVDC, 데이터센터 REIT 비중 확대. 수요의 비탄력 구간에서 현금흐름/배당/밸류에이션 방어력이 우수.
- 위성: HBM·패키징·광모듈과 가속기에 선택적 베팅. 2027~2028년 증설-수요 교차 구간을 겨냥하되, 사이클 변동성을 감안한 분할·장기 접근.
- 리스크 헷지: 유틸리티·산업의 방어축과 현금성 배치, 금·단기채 등 비상시 유동성 버퍼.
핵심은 ‘전력·냉각’은 사이클이 아닌 구조라는 점이다. 가속기는 승자독식의 소프트웨어 해자가 있으나, 물리 계층은 광범위한 수요에 지지받는다. 2026~2030년은 컴퓨트 스택의 수직적 공진이 전개될 시기다.
10) 정책·거버넌스 제언: 3대 병목을 푸는 국가 과제
- 송전 인허가 패스트트랙: HVDC 슈퍼하이웨이 구간 지정, 주정부-연방 간 원스톱 심사.
- 에너지 믹스 실용주의: 재생·가스·원전·CCUS를 혼합해 24/7 전원을 실질 확대. 데이터센터에 시간대별 탄소신호 제공.
- 인력·표준·안전: 액체냉각·HVDC 등 신규 기술표준 정립과 서비스 인력 양성. 냉각 장애·사이버 리스크를 포함한 운영회복력 지침 강화.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HBM 투자처럼, 동맹 내 분업과 보조금은 공급망 회복력의 기초다. 미국은 칩-메모리-패키징-장비-전력-냉각의 전선을 맞물리게 해야 한다.
결론: 컴퓨트 머천틸리즘은 미국의 장기 성장 축이다
2025년 현재, 미국은 유효 컴퓨트 증설에서 중국을 수 배수로 앞서며, 2028년 전후에는 HBM·액체냉각·HVDC·모듈러가 결실을 맺는다. SC25가 보여준 산업의 합창은 ‘버블’이 아니라 실수요 기반의 체질 전환이었다. CME 데이터센터 냉각 장애가 알려준 경고는, 물리 계층이야말로 디지털 경제의 최후 방어선임을 일깨운다. 모건스탠리의 에이전틱 커머스 2030 전망과 현장의 기업 AI 확산은, 상업·산업 양면의 수요 판을 키우고 있다.
투자자는 전력·냉각·서비스라는 ‘필수 인프라 축’을 포트폴리오의 대들보로 삼고, HBM·패키징·광모듈·가속기를 위성으로 더하며, 방어적 유틸리티·현금성 자산으로 변동성에 대비하는 3단 구조를 갖춰야 한다. 2026~2030년은 전력-열-메모리-컴퓨트의 공진(Resonance)이 미국 증시의 장기 추세를 이끌 시기다. 연산능력이 곧 경제력임을, 데이터와 설비와 정책이 하나의 스택으로 증명하고 있다.
참고·출처(기사 기반 팩트)
- 번스타인: 2025년 미국·동맹 ≥25 ZFLOPS vs 중국 <1 ZFLOPS, 2024년 DC 용량 순증 미국 5.3GW vs 중국 3.9GW, 중국 전력증설 >500GW vs 미국 ~30GW, 2030년 중국 ~19 ZFLOPS 가능.
- SC25(인베스팅닷컴): 액체냉각 DTC 대세, 2상 냉각 2027~2028 전개, HVDC 2030 전후 확산, 모듈러·내재화 트렌드, Vertiv·Eaton·nVent 포지션.
- 마이크론·니케이/로이터: 히로시마 HBM 공장 1.5조 엔, 2026년 착공·2028년 전후 출하, METI 최대 5천억 엔 보조.
- CME: CyrusOne 데이터센터 냉각 문제로 거래 일시 중단.
- 모건스탠리: 2030년 에이전틱 커머스 GMV 1,900억~3,850억 달러(미국 전자상거래 10~20%).
부록: 체크리스트(실무)
- 기업: (1) IT·부동산·전력 조달의 통합 CAPEX 계획 수립, (2) 액체냉각/HVDC 전환 로드맵, (3) 데이터센터 위치의 송전/수전 확약 확보, (4) 서비스 파트너의 MTTR/가동률 KPI 계약.
- 투자자: (1) 전력·냉각·서비스 코어 비중, (2) 2027~2028 HBM 증설 교차 구간에 맞춘 분할매수, (3) 금리·정책 이벤트 시 변동성 헤지, (4) 리더/팔로워 간 수익성 격차 추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