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마켓 장기전망 — 인공지능(AI) 붐은 더 이상 ‘반도체 이야기’로만 요약되지 않는다. 2025년 이후의 승패는 칩보다 전력(power)과 냉각(cooling), 그리고 이를 설계·설치·운영하는 서비스 역량에서 갈릴 공산이 크다. 올해 슈퍼컴퓨팅 2025(SC25) 현장에서 확인된 메시지는 명확했다. “버블이 아니라 실수요가 앞선다. 병목은 자본이 아니라 물리 인프라다.” 본 칼럼은 2025~2030년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구조적 대전환을 전력·열·서비스라는 물리변수의 관점에서 해부하고, 산업·자산군·종목지형에 걸친 장기 함의를 제시한다.
1) 핵심 요약(Executive Summary)
- 수요의 실체: 번스타인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미국 및 동맹은 FP16 스파스 기준 ≥25 ZFLOPS의 AI 연산능력을 추가하는 반면, 중국은 1 ZFLOPS 미만에 그칠 전망이다. 엔비디아 ‘블랙웰’ 400만 개 × 4.5 PFLOPS = 18 ZFLOPS, TPU·ASIC 포함 시 25 ZFLOPS 이상으로 추정된다.
- 병목의 실체: SC25에서 산업계는 최대 병목으로 전력 공급 제약을 지목했다. 고밀도 GPU 랙 전환이 가속되며 액체냉각(단상 direct-to-chip)이 주류로 진입, 2상 냉각은 2027~2028년 본격화 전망. 고전압 DC(HVDC) 랙 전력은 2030년 전후 확산 가능성.
- 사건이 말해 준 것: 데이터센터 냉각 문제로 CME 선물·옵션 시장이 일시 중단된 사례는(“CyrusOne 냉각 이슈”) 전력·열 관리가 금융 인프라의 시스템 리스크로 직결됨을 시사한다.
- 공급망 재편: Eaton–Boyd, Schneider–Motivair 등 인수로 액체냉각 기능 내재화가 확산. 모듈러 솔루션과 서비스 역량이 해자를 형성(VERTIV의 서비스 플릿·PurgeRite 인수 등).
- 부동산 지형 변화: 바클레이즈는 “부동산의 AI 도입 속도가 놀랍다”면서 데이터센터 수혜와 비프라임 오피스 부담을 경고. 동일 보고서에서 AI가 10년 EPS 최대 +15%p까지 기여할 ‘블루스카이’ 시나리오도 제시.
2) 무엇이 달라졌는가: 반도체에서 ‘전력·냉각·서비스’로
2.1 AI 연산능력 증설의 현실: 숫자가 말해 준다
번스타인(스테이시 라스곤)은 2025년 ‘누가 더 많은 사용 가능한 컴퓨트를 온라인에 추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미국이 압도적”이라 답했다. 계산 방식은 간명하다. 미국·동맹은 엔비디아 블랙웰 400만 개(칩당 4.5 PFLOPS)만으로 18 ZFLOPS에 이르고, TPU/ASIC을 더하면 ≥25 ZFLOPS. 중국은 화웨이 Ascend 910B(칩당 0.4 PFLOPS) 150만 개 가정 시 0.6 ZFLOPS에 불과하며, 기타 유입 칩을 보태도 1 ZFLOPS 미만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원시 전력(capacity)만 보면 2025년 중국이 500GW+, 미국이 ~30GW를 추가한다는 역전된 숫자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데이터센터 순증(2024)에서는 미국 5.3GW, 중국 3.9GW로 미국이 앞선다. 결론은 명료하다. 전력 총량과 유효 컴퓨트의 상관관계는 인프라·칩·소프트웨어 최적화라는 전체 스택이 동시 충족돼야 성립한다는 점이다.
| 지역 | 추가 컴퓨트(ZFLOPS) | 주요 가정 |
|---|---|---|
| 미국·동맹 | ≥25 | 블랙웰 400만개×4.5 PFLOPS=18 ZFLOPS + TPU/ASIC |
| 중국 | <1 | Ascend 910B 150만개×0.4 PFLOPS=0.6 ZFLOPS + 저가형 일부 |
2.2 병목의 구조: 열밀도와 전력 아키텍처
SC25의 컨센서스는 다음과 같다. 고전력 GPU로의 전환은 액체냉각을 옵션이 아닌 전제로 만들었다. 현재의 주류는 단상 direct-to-chip이며, 2상 냉각은 2027년 Rubin Ultra, 2028년 Feynman 등 차세대 플랫폼에서 랙 밀도 급증과 함께 확산될 공산이 크다. 동시에 고전압 DC(HVDC) 랙 전력은 효율·발열·전력변환 손실 저감의 해법으로 부상, 중기적으로 고밀도 구역(‘아일랜드’) 중심으로 채택되고 2030년 전후 데이터홀 단위의 광범위 전개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시되었다.
요컨대, 전력·냉각·배전이 칩·서버 못지않게 설계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인프라 납기·현장 공사의 복잡도·운영 리스크가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
3) 사건이 던진 경고: ‘냉각 장애’가 금융 인프라 중단으로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 그룹은 CyrusOne 데이터센터의 냉각 이슈로 전 시장이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회사는 “단기 해결을 위해 작업 중이며 Pre-Open 지침을 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IT 사고’가 아니다. 열 관리 실패 → 시스템 보호 셧다운 → 유동성·헤지·가격발견 기능의 일시 정지라는 연쇄 고리가 금융 인프라 리스크로 직결됨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는 이제 금융, 항공(항공사 운항관리·예약), 커머스 등 실물·금융 시스템의 공통 기반이다. 냉각·전력의 물리적 취약성은 곧 거시 변동성과 시장 신뢰의 문제다. ‘디지털 경제의 물리 계층’에 대한 장기 투자 논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기술·산업 로드맵: 2025~2030 체크포인트
4.1 액체냉각: 단상 D2C → 2상 전개
- 2025~2026: 단상 direct-to-chip이 주류. 랙 밀도 상향(수십 kW/rack→100kW 이상)과 함께 도입률 가속.
- 2027~2028: Rubin Ultra/Feynman 세대에서 2상 채택 본격화 가능성. 더 높은 열밀도 처리와 공간 효율이 장점이나 설계·운영 복잡도↑.
- 운영 모멘텀: 냉각수 오염·필터 막힘 등 현장 이슈에 대응하는 서비스 역량이 지속 효율의 핵심 해자로 부상.
4.2 전력 아키텍처: AC 중심 → HVDC 혼합
- 초기 채택: 고밀도 섹터의 ‘아일랜드’ 방식으로 HVDC 파일럿.
- 2030 전후: DC 배전의 광역 확산 시나리오. UPS·PDU 등 가치사슬이 재편, 제품·서비스·표준화에서 신규 리더십 창출 가능.
4.3 공급망·생태계
- 내재화·번들링: Eaton–Boyd, Schneider–Motivair 등 M&A로 액체냉각 역량 내재화 확산. 모듈러 솔루션으로 리드타임·설치비 절감.
- 서비스 해자: Vertiv의 대규모 서비스 플릿과 PurgeRite 인수는 유체 관리·현장 유지보수 역량 확대의 전형. backlog 미반영 제품군의 2026년 이후 상향 여지도 지적됐다.
5) 부동산·전력망·정책: 투자 지형도의 재그리기
5.1 부동산의 AI 도입 가속
바클레이즈는 “부동산 업계의 AI 도입 속도가 놀랍다”고 평했다. 단기에는 비용 절감·운영마진 개선, 10년 블루스카이에서는 EPS 최대 +15%p 기여를 추정했다. 다만 세부 섹터의 양극화가 관건이다. 데이터센터는 수요의 직접 수혜자, 반면 비프라임 오피스는 디지털 전환과 공간 효율화로 구조적 역풍이 지속될 전망이다.
5.2 전력망·인허가·물 사용
- 전력망 접속: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의 interconnect queue가 수년 단위로 늘어나는 가운데, 분산형 전원·PPA 및 수요반응 결합모델에 관심.
- 물 자원: 일부 액체냉각 시스템의 물 사용 논란. 폐루프·건식 쿨링 등 대안 기술·현장 최적화가 기업 평판과 지속가능성의 핵심.
- 인허가: 고밀도 설비·HVDC 전환·냉매 취급·소방규정 등 코드 정합성 문제. 모듈러화·사전인증 패키지가 해결책.
6) 승자와 패자: 밸류체인별 장기 함의
| 구분 | 주요 플레이어/동향(참고 사례) | 장기 함의 |
|---|---|---|
| 액체냉각 하드웨어 | Motivair(인수 대상), Boyd(인수 대상) 등 | 단상 D2C 주류, 2상 2027~; 모듈러·내재화·번들링로 마진 안정 |
| 전력·배전(HVDC) | Vertiv, Eaton 등 | 효율 개선·발열 저감; UPS/PDU 재정의, 표준 선점 경쟁 |
| 서비스·유체 관리 | Vertiv 서비스 플릿, PurgeRite 인수 | 오염·막힘·누설 대응이 ‘가동률’ 좌우; 서비스 수익 가시성↑ |
| 데이터센터 RE | DC 전용 개발/운영, 모듈러 캠퍼스 | 전력·물·인허가 역량이 가치의 핵심; 비프라임 오피스는 구조적 역풍 |
7) 시나리오 분석(2025~2030)
Base(60%): ‘전력·냉각 병목 관리 하의 성장’
- AI 컴퓨트 증설은 미국·동맹 중심으로 계획대로 집행.
- 단상 D2C 보급률 급등, 2상은 2027~로 본격 진입.
- HVDC는 고밀도 구획부터 확산, 2030 전후 메인스트림 진입.
- 인허가·전력망 병목은 프로젝트 타임라인을 지연시키지만 투자자 기대는 유지.
Bull(25%): ‘고전압 DC+2상 냉각의 동시 가속’
- 대형 사업자의 DC 아키텍처 전환이 빠르게 확산, 장비교체 사이클 가속.
- 2상 냉각 표준화·안전성 검증이 조기 완료, 랙 밀도 급증.
- 밸류체인 수혜기업들의 서비스 ARPU와 수익성 레버리지 확대.
Bear(15%): ‘규제·자원·사고 리스크의 동시 충돌’
- 물·전력 자원 논란과 지역 커뮤니티 반발로 허가 지연.
- 냉각·전력 관련 운영사고 다발 시 표준·보험요건 급격 강화.
- Capex 리프레이싱으로 일부 계획 축소·연기.
8) 투자 로드맵: 12~36개월 체계적 접근
8.1 포트폴리오 원칙
- 핵심-위성(Core-Satellite): Core는 전력·냉각·서비스의 필수 인프라 리더, Satellite는 모듈러·HVDC·2상 냉각의 상승 잠재력이 큰 신흥영역.
- 서비스 가중: 하드웨어 대비 현장 반복수익(오염·막힘 대응, 정기점검)이 경기 저항적.
- 표준·인증 리더십 점검: DC 배전·냉매·안전코드·수질 관련 인증·표준화 주도 기업 선호.
8.2 모니터링 지표(KPI)
- 랙 밀도(kW/rack) 평균/상위값 추이, 액체냉각 비중(설치·수주 기준).
- HVDC 파일럿 수 및 메가캠퍼스 단위 적용 범위.
- 서비스 매출 비중, 액체냉각 MTBF/MTTR, 누설·오염 인시던트.
- 전력망 interconnect queue 대기기간, PPA 체결 및 분산전원 결합 속도.
9) 리스크 레지스터: 우리가 보아야 할 것들
- 자원 리스크: 물 사용량·열 배출 논란, 지역사회 반발.
- 규제·표준: DC 배전 코딩, 냉매 취급·소방규정, 액체 유출 대응 표준.
- 공급망·M&A: 핵심 밸브·플레이트·펌프 부품 납기, 기술·인력 인수의 통합 리스크.
- 사이버·물리 복합: BMS/EMS 사이버 보안과 물리 사고의 연쇄(냉각 제어 교란→온도 급상승).
- 시장 구조: AI 칩 교체주기와 모델 효율 개선에 따른 IT 장비 투자 리듬 변화.
10) 사례·데이터로 본 ‘지금 여기’
10.1 SC25의 5대 메시지(현장 정리)
- 버블 신호 부재: 파이프라인은 2028년 말 이후까지 가시성 확장.
- 액체냉각 주류화: 단상 D2C 중심, 2상은 2~3년 뒤 본격.
- 고전압 DC 전환: 중기 ‘아일랜드’→2030 전후 광역화.
- 모듈러·내재화: Eaton–Boyd, Schneider–Motivair 등 M&A.
- 서비스 해자: Vertiv 서비스 플릿, PurgeRite 인수의 전략적 의미.
10.2 미국 vs 중국: ‘전력 총량’과 ‘유효 컴퓨트’의 괴리
중국은 2025년 500GW 초과의 전력 증설이 예상되지만, AI 목적의 데이터센터 증설·칩 수급·소프트웨어 최적화에서 병목이 겹치며 유효 컴퓨트는 미국에 크게 미달할 공산이 크다(2030년 중국 ~19 ZFLOPS vs 미국의 현 수준에도 미달 가능). 이는 칩·메모리뿐 아니라 전력·냉각·네트워킹·서비스의 통합투자에서 미국의 선행을 시사한다.
10.3 CME 냉각 이슈: ‘물리 계층’이 금융시장 리스크가 되는 순간
“Cooling issue at CyrusOne data centers, our markets halted.” 이 짧은 문장은 전력·열 관리가 거래·헤지의 최후 보루임을 상기시킨다. 전력·냉각 설계가 금융 인프라의 ‘BCP(비상복구계획)’에 직결되는 시대, 서비스 역량의 내재화와 중복화 설계는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는 투자다.
11) 부동산·도시와의 접점: 사회적 허가(SLO)의 경제학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부지·용수·전력을 집약적으로 요구한다. 도시·커뮤니티는 고용·세수·인프라 현대화라는 편익과, 소음·경관·자원 경쟁이라는 비용 사이에 선다. 사회적 허가(Social License to Operate)를 얻기 위한 투명한 데이터 공개(열·물 사용), 현지 상생 프로그램(교육·전력효율 개선), 친환경 냉각(건식·재순환) 전략은 장기 프로젝트의 인허가 리스크를 현저히 낮춘다. 이는 AI 도입 가속을 확인한 부동산 업계(바클레이즈)의 전략적 응답과도 맞물린다.
12) 장기 투자자에게: ‘물리 해자’를 보라
AI 업사이클의 첫 페이지가 ‘GPU’였다면, 다음 장은 전력·냉각·서비스다. 이 영역은 표준화·현장성·규제라는 3대 진입장벽이 공존한다. 표준을 선도하고, 대규모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코드·인허가를 선제 충족하는 기업은 경기와 관계없이 반복적·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창출한다. 반대로 AC-only 설계·공랭 중심의 레거시 모델, 비표준·비규격 부품에 과도 의존한 체인은 리프레시 사이클에서 구조적 침식을 겪을 수 있다.
- ① 해당 기업은 액체냉각(단상/2상)·HVDC 전환에서 제품+서비스 풀스택을 보유하는가?
- ② 서비스 매출 비중과 현장 커버리지(플릿 규모·응답시간)는 동종 대비 우위인가?
- ③ 표준·인증(전기·소방·냉매·수질)에서 업계 참여·리딩 기록이 있는가?
- ④ 모듈러 설계·사전인증 패키지로 리드타임·설치비를 구조적으로 낮추는가?
- ⑤ 물·전력·커뮤니티 리스크에 대한 정량 KPI 공개와 완화 로드맵이 명확한가?
13) 결론: AI는 ‘전력·냉각의 경제학’을 재정의한다
AI는 반도체만의 게임이 아니다. 열과 전력이라는 물리 변수, 그리고 이를 현장에서 24/7로 다루는 서비스 해자가 승패를 가른다. SC25는 “버블이 아니라 실수요”라는 점을 확인시켰고, 번스타인의 수치는 “미국이 유효 컴퓨트에서 압도적”임을 보여줬다. CME의 냉각 이슈는 물리 계층의 취약성이 금융 인프라의 리스크로 직결됨을 증언한다. 부동산은 데이터센터로 재편되고, 비프라임 오피스는 더 깊은 구조조정을 요구받는다. 전력망·물·인허가라는 사회적 제약조건 속에서, 표준화·모듈러·서비스라는 세 축을 선점한 기업과 자본이 2025~2030년의 과실을 거둘 것이다. 장기 투자자는 GPU의 다음 페이지에 표시된 이 세 단어를 포트폴리오의 중심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부록: 기사 내 참조 및 사실 근거
- SC25 현장 정리: 수요 견조, 액체냉각·HVDC 전환 가속, 모듈러·내재화 M&A, 서비스 해자(Vertiv 플릿·PurgeRite 인수) 등.
- 미·중 유효 컴퓨트 비교(번스타인): 미국·동맹 2025년 ≥25 ZFLOPS vs 중국 <1 ZFLOPS. 블랙웰 400만 개 가정, Ascend 910B 150만 개 가정 등.
- 데이터센터 냉각 장애 사례: CME 그룹, CyrusOne 냉각 문제로 시장 일시 중단 및 Pre-Open 안내.
- 부동산·AI(바클레이즈): 부동산 AI 도입 가속, 데이터센터 수혜·비프라임 오피스 부담, 10년 EPS 최대 +15%p 블루스카이.
본 칼럼은 공개된 보도·리서치에 기초한 정보 제공 목적의 분석이며, 투자자 책임 원칙을 전제로 한다. 특정 종목·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