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팅 2025(SC25) 전시회가 11월 16일부터 11월 21일까지 개최되며, AI 워크로드가 급증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뚜렷한 신호를 제시했다. 업계 전반의 대화는 전력·열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실 속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2025년 11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장 기류는 ‘견조한 수요, 확장되는 파이프라인, 수년 단위의 가시성’으로 요약됐다. 다수 기업 경영진은 중장기 수요 가시성이 2028년 말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프로젝트 착수와 발주가 연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핵심 부품과 시스템 납기가 촘촘해지는 가운데, 가장 큰 잠재 병목으로 전력 공급 제약이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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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e Research는 최근 고객 노트에서 이번 SC25의 핵심 메시지를 ‘투기적 과열’이 아닌 ‘가속되는 실수요’로 정리했다. 해당 노트는 다섯 가지 주요 시사점을 강조하며, 데이터센터 설계 철학과 전력·냉각 아키텍처, 그리고 서비스 역량의 중요성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 ‘버블 징후 부재’ — 수요 강화와 가시성 확대
여러 기업 경영진은 산업 과열론에 선을 그으며, 현재의 증설은 근시일 내 가동될 실제 수요에 근거한다고 강조했다. Wolfe Research의 애널리스트 나이절 코는 회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수요는 강화되고(또한 폭이 넓어지고) 있으며, 파이프라인은 계속 확장되고, 가시성은 2028년 말 그 너머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현재의 공급 확장을 1990년대 말 통신 사이클과 명확히 구분했다. 당시와 달리 이번 증설은 순환적 금융(circular financing)로 인한 과잉이 아니라, ‘당장의 용량 충족’이라는 현실적 요건이 중심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가장 큰 잠재적 병목은 전력 공급으로 지목됐으며, 이는 향후 투자 타이밍과 구축 속도를 좌우할 관건으로 평가됐다.
2) ‘액체냉각, 무대의 중심으로’ — 고성능 GPU 전환이 채택 가속
한층 높은 전력 소모의 GPU로의 전환은 액체냉각 도입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코 애널리스트는 ‘NVIDIA GB200로의 마이그레이션이 시장을 사실상 전면적인 액체냉각 중심으로 기울게 했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표준축은 단상(單相) 직접 칩 냉각(direct-to-chip) 기술에 맞춰져 있다.
이에 비해 2상(二相) 냉각은 여전히 개발과 검증 단계로, 2027년 Rubin Ultra와 2028년 Feynman 등 차세대 플랫폼에서 랙 밀도가 추가로 상승함에 따라, 향후 2~3년 후 본격 전개될 가능성이 큰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침지냉각(immersion cooling)은 기술적 난제 탓에 현 시점에서 주류 채택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3) ‘고전압 DC 랙 전력’ — AC에서 DC로의 전환 준비 본격화
더 많은 벤더가 랙 전력을 교류(AC)에서 직류(DC)로 전환하는 흐름에 대비하고 있다. Vertiv와 Eaton은 초기형 고전압 DC(High Voltage DC, HVDC) 제품군을 소개하며, 의미 있는 효율 개선을 제시했다.
채택은 중기적으로 고밀도 ‘아일랜드(섬)’ 구역에서 먼저 확산될 전망이며, 데이터센터 전체 배전의 완전 DC화는 이르면 2030년 전후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코 애널리스트는 이 전환이 ‘전력 밸류체인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UPS(무정전 전원장치)와 PDU(전력분배장치)의 역할 정의가 재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 ‘모듈러 솔루션’ — 인수합병으로 기능 내재화, 패키지 제공 확대
경쟁 구도는 통합(Consolidation)을 통해 재편되는 양상이다. 애널리스트는 Eaton의 Boyd 인수, Schneider의 Motivair 인수를 사례로 들며, 액체냉각 역량을 사내화(in-house)하여 번들 패키지로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시장에는 설치 비용을 낮추고 배치 리드타임을 단축하는 모듈형 솔루션이 대거 등장했다. 코 애널리스트는 ‘집중적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으로도 성공이 가능하지만, 통합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5) ‘액체냉각 시대의 서비스 역량’ — 효율 유지의 관건
기업들은 액체냉각 운영과 관련한 실무적 과제를 강조했다. 냉각수 오염(coolant fouling), 필터 막힘 등은 1차·2차 냉각 루프의 효율을 흔들 수 있는 요소다. 이에 따라 서비스 역량이 지속적 효율 유지를 위한 핵심 해자(moat)로 부상하고 있다.
코는 Vertiv의 스케일을 주목하며 ‘약 4,400대 규모의 서비스 플릿’을 강조했다. 또한 10억 달러 규모 PurgeRite 인수를 ‘영리한 결정’으로 평가하며, 유체 관리(fluid management) 역량 확장에 유리한 포지셔닝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종목 관점: Vertiv 최유리, Eaton·nVent 업사이드 잠재
코 애널리스트는 ‘Vertiv는 데이터센터 전반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유지하며, 데이터센터 가치사슬(Value Chain) 전 구간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전압 DC 랙 전력 제품군으로의 제품 전환 경로와 모듈러 제품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또한 Eaton의 Boyd와의 통합 심화, nVent의 CDU(냉각분배장치), PDU, 매니폴드 등 확대되는 라인업도 지목됐다. 주목할 점은 이들 제품이 아직 백로그(backlog)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2026년까지의 수주 및 증설에 대한 상방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산업용 AI 관련 종목 변동성은 위험-보상 구도가 팽팽해지며 커졌지만, Labor Day 이후 성과에서는 Vertiv, Wesco, nVent가 뚜렷한 상위권을 형성한 반면, GE Vernova, Eaton, Hubbell은 상대적 약세를 보였다. 이러한 성과 차별은 FY26(2026 회계연도) 실적 전망치의 수정 흐름과 연동됐으며, 코는 최근의 격차 확대가 일부 종목, 특히 ‘ETN(Eaton)’에 더 매력적인 진입 구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핵심 포인트 요약
- 버블 신호 부재: 수요는 강화·확대 중이며, 가시성은 2028년 이후까지 연장.
- 액체냉각 대세: NVIDIA GB200 전환으로 단상 직접-칩 냉각이 주도, 2상 냉각은 2~3년 로드맵.
- 고전압 DC 확산: 중기적으로 고밀도 아일랜드 중심 도입, 2030년 전후 광범위 DC 배전 가능성.
- 모듈러·내재화: Eaton–Boyd, Schneider–Motivair 사례처럼 번들 패키지 강화.
- 서비스 해자: 오염·막힘 등 운영 리스크 관리가 차별화 포인트, Vertiv 서비스 플릿·PurgeRite 인수 긍정적.
용어 설명 및 배경
액체냉각(Liquid Cooling): 공랭 대비 열교환 효율이 높아, 고전력 GPU 및 고밀도 랙 환경에서 필수로 부상 중인 냉각 방식이다. 단상 직접-칩은 냉각수가 상변화 없이 칩 냉각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구조이며, 2상은 냉매가 증발·응축을 반복하는 상변화를 활용해 더 높은 열밀도를 처리한다. 침지냉각은 서버 전체를 절연액에 담그는 방식이나, 소재·유지보수·표준화 난제 등으로 주류 채택이 더디다.
고전압 DC 랙 전력(HVDC): 교류 변환 손실을 줄이고 분전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로, 랙 단까지 직류를 공급하는 아키텍처다. 이 전환은 UPS와 PDU의 역할·배치·사양을 바꿀 수 있어, 전력 생태계 전반의 제품 전략과 서비스 모델에 영향을 준다.
CDU/PDU/매니폴드: CDU는 냉각수를 분배·순환·모니터링하는 장치, PDU는 전력을 랙·서버로 분배하는 장비, 매니폴드는 냉각수 유량을 각 랙/서버로 배분하는 배관 허브다. 백로그는 이미 수주했으나 인도되지 않은 잔여 주문을 뜻하며, 제품이 백로그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향후 수주 집계에 추가 상승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분석과 시사점
이번 SC25의 메시지는 ‘실수요에 기반한 구조적 업사이클’로 요약된다. 특히 전력과 열이라는 물리적 제약이 산업의 설계 원칙을 재정의하고 있으며, 그 해법으로 액체냉각 확대와 고전압 DC 전환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총소유비용(TCO)을 좌우하는 효율·밀도·배치 속도에서 비약적 개선을 겨냥한다. 동시에, 운영 리스크(오염·막힘·누설 등)를 최소화하고 가동률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 하드웨어 납품을 넘어선 서비스·운영 역량이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자리 잡을 것이다.
공급 측에서는 전력 인입·배전·냉각 루프 등 복합 공종이 병목이 되기 쉬우며, 이에 대응하는 모듈러화·내재화·번들 패키지 전략이 확산 중이다. 이 같은 전략은 설치비용 절감과 리드타임 단축에 유리하며, 고객의 스케일업 일정에 맞춘 ‘예측 가능한 배치’에 기여한다.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FY26 실적 추정의 상향 여지가 남아 있는 기업과, 고전압 DC·액체냉각·서비스 역량에서 ‘제품-서비스-규모’ 삼박자를 갖춘 업체가 상대적 우위를 지속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성과 격차는 일부 후행 종목에 가격·가치 측면의 진입 매력을 형성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SC25는 ‘버블’의 서사가 아닌 ‘구조적 수요 전환’의 서사를 강화했다. 전력·열 제약이 기술·제품·서비스 혁신을 동시다발적으로 추동하는 가운데, Vertiv는 고전압 DC와 모듈러 포트폴리오, 서비스 스케일 면에서 선도적 포지션을 확인했고, Eaton과 nVent는 통합·라인업 확장을 통해 2026년까지 추가 업사이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NVIDIA GB200 전환, Rubin Ultra(2027), Feynman(2028)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은 향후 2~3년 동안 밀도 증가 → 액체냉각 심화 → 전력 아키텍처 재편이라는 방향성을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