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미국 채권시장이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고문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될 가능성에 비교적 침착한 반응을 보이는 이면에는, 그의 금리 인하 선호가 달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속적인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2025년 11월 2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블룸버그의 관련 보도 이후 베팅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5월에 끝난 뒤 해싯이 바통을 이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다만 백악관은 최종 결정 전까지 모든 논의는 가정적 수준에 머문다며 진화에 나섰다.
단기물 국채수익률은 연준의 향후 금리정책 기대와 가장 밀접하게 연동되는데, 베팅사이트에서 해싯의 선호도가 오르자 한때 하락했다가 곧 되돌림을 보였다. 달러와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미미한 반응에 그쳤고, CME의 FedWatch에 따르면 12월 0.25%포인트 인하 확률이 83%로 가격에 반영돼 있다.
해싯은 과거 연준 선임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와 가깝다고 평가받는다. 양측 모두 더 빠른 금리 인하에 기울어져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전략적 채권 담당 리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이크 리델은 “해싯이 연준 의장으로 지명될 가능성은 금리 인하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며, 이는 달러에 약세 요인”이라고 말했다.
리델은 이어 “시장이 거의 반응하지 않은 것은, 그가 이미 유력 주자로 여겨졌고 최근 몇 주 사이 미 국채금리가 상당 폭 하락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의장 후보군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우먼 연준 은행감독 부의장, 블랙록의 임원 릭 리더 등 소수 최종 후보로 압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팅 플랫폼 폴리마켓에서는 해싯의 당선 확률이 18포인트 급등해 53%에 이르렀다. 월러는 22%로 2위, 워시는 16%로 뒤를 이었다.
연준 독립성 논쟁
현재까지 투자자들은 누가 의장에 오르든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설령 행정부가 늘어나는 국가부채의 조달비용을 낮추기를 원한다 해도,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연준의 책무보다 저금리 국채 발행을 우선하는 정책을 택할 것이라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트 호건 B. 라일리 웰스의 최고시장전략가는 “의장이 금리를 단독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장은 위원회를 이끌고 12명이 표결한다는 점을 시장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사 매우 비둘기파 성향의 의장이라도 재임 기간에 통화정책을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향후 금리 경로는 여전히 새로운 미국 경제지표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특히 핵심 고용지표의 흐름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관세 정책에 대한 경기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탐 그래프 페싯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해싯이 의장에 오른다면 월가는 상반된 해석을 동시에 가질 것”이라며 “그는 과거 의장들이나 크리스토퍼 월러 같은 후보에 비해 독립성이 약하게 비칠 수 있다. 이는 달러 약세 리스크와 함께 미 국채 수익률곡선의 스티프닝 위험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그래프는 다만 해싯이 정통 경제학 배경을 갖춘 만큼, 파월보다 더 과감한 인하에 나설 여지가 있더라도 그로 인해 제도적 균형이 쉽게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정치화되는 연준?’에 대한 의문
연준은 9월과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해, 연방기금금리(은행 간 초단기 금리이자 연준의 핵심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3.75%~4.00%로 낮췄다.
이후 연준 인사들은 경기·물가 리스크에 대한 상이한 견해를 개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논쟁은 12월 차기 정책회의를 앞두고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해싯은 9월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연준의 ‘느리고 점진적인’ 인하 접근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트럼프를 포함한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는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시도한 사건으로 다시 부각됐다. 이 조치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일시적으로 제동이 걸렸다.
샐리 그리그 베일리 기퍼드 글로벌채권 본부장은 “‘트럼프가 연준을 장악할 것’이라는 주장은, 해싯 카드가 나오더라도 과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싯이 위원회 전체를 트럼프가 원하는 수준의 비둘기파로 이끄는 데는 난관이 많을 것”이라며 “또한 해싯이 시장의 예상만큼 비둘기파가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용어 해설과 시장 구조
비둘기파(도비시)란 경기 둔화·실업 리스크에 더 무게를 두어 완화적 정책(금리 인하·완화적 커뮤니케이션 등)에 우호적인 성향을 뜻한다. 반대로 매파(호키시)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을 선호한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시장 참여자들의 정책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파생상품이다. CME FedWatch는 해당 선물의 가격을 기반으로 회의별 인상·동결·인하 확률을 추정해 제시한다. 폴리마켓은 특정 사건의 발생 확률을 가격으로 표현하는 예측시장으로, 정치·경제 이슈에 대한 집단지성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단기물 국채수익률은 연준의 근시일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장기물은 성장·물가·부채 지속가능성 같은 구조적 요인을 더 반영한다. 수익률곡선 스티프닝은 장단기 금리 차가 벌어지는 현상으로, 더 깊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보다 성장·물가·공급 리스크가 커질 때 나타나기도 한다.
분석: 달러와 채권시장에 미칠 잠재적 파장
현재 가격에 반영된 12월 0.25%포인트 인하 기대는 해싯 카드의 정책 경로에 대한 단기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한 상태임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더 빠른 인하’ 시그널이 강화될 경우, 달러에는 완만한 약세 압력이, 미 국채에는 짧은 구간의 상대적 강세가 재차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연준의 집단 의사결정 구조와 데이터 의존성을 감안하면, 의장 개인의 성향만으로 정책 궤적이 급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또한 투자자 심리는 노동시장 신호와 무역·관세 정책의 경기 파급경로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는 달러 지수의 방향성과 스프레드 거래, 커브 포지셔닝 등 채권 전략에도 직접적인 변수를 제공한다. 요컨대, 인물 변수와 데이터 변수가 맞물린 이중 경로가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Saqib Iqbal Ahmed 작성/뉴욕, Reut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