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영국 가을 예산 정밀 분석: 세수 증대 역사적 규모·재정여력 급증 평가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영국 ‘가을 예산(Autumn Budget)’을 해부적으로 분석했다. 영국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Rachel Reeves)가 발표한 이번 예산은 2010년 이후 세수 증대 규모 기준 세 번째로 큰 예산으로 평가됐다. 도이체방크의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산제이 라자(Sanjay Raja)는 “올해 예산은 2024년의 대규모 지출 발표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아 보일 수 있으나, 세수 증대 조치 자체는 역사적이다”라고 진단했다.

2025년 11월 2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라자는 메모에서 이번 예산이 거의 £30bn*에 달하는 세금 증수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재정 드래그(fiscal drag)’의 연장연금 및 임직원 급여 희생(salary sacrifice) 제도의 점진적 축소(tapering)로, 세수 증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부동산세, 도박세, 전기차(EV) 관련 과세의 인상도 포함됐다. 다만 £12bn에 달하는 지출 확대가 동시에 발표돼, 세수 증대의 일부는 지출 측에서 상쇄되는 구조다.

“총괄적으로 보면, 오늘 발표된 재정 긴축(fiscal consolidation)의 규모는 우리(도이체방크)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우리는 £35bn 수준을 예상했다.” — 산제이 라자, 도이체방크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자는 이어, 생산성 전망의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OBR(영국 재정 전망기관)의 최신 전망치가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임금 상승과 주가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차기 재정전망에서 차입 전망에 대한 생산성 하락의 충격이 예상보다 작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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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하향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망에서 장관은 누구보다 큰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 임금과 주가의 강세가 상쇄 효과를 냈고, OBR의 전망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확연히 더 나았다. 결과적으로 재정여력에 대한 타격이 작았고, 필요한 긴축 규모도 더 작아졌다.”


후행 배분된 긴축: ‘백로딩(backloaded)’ 리스크

도이체방크는 재정 긴축의 시간적 배분이 ‘후행(backloaded)’된 점을 특히 지적했다. 즉, 오늘 발표된 다수의 증세 조치가 OBR의 전망 기간 후반부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라자는 “실제로 세수 증대 조치의 47%만이 2029/30 회계연도 이전에 반영된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 세수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재정적자 경로: 점진적 하락

차입과 적자 경로에 대해서는 하향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봤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영국의 예산적자(재정적자)는 GDP 대비 4.5%에서 다음 회계연도 3.5%로 하락하고, 2030년대 초입(‘이 10년’의 말)에 이르면 GDP 대비 2%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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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서프라이즈’: 재정 여력의 급증

이번 예산의 ‘깜짝’ 요소로는 장관의 재정 여력(fiscal headroom)이 약 £10bn 수준에서 £22bn 바로 아래까지 ‘두 배 이상’ 확대된 점이 꼽혔다. 이는 이전의 가정 대비, 향후 충격 흡수나 정책 미세조정을 위한 공간이 더 넓어졌다는 의미다. 라자는 “시장 관점에서 보면, 재정 여력의 확대가 긍정적”이라며, “차입이 대체로 궤도에 있고, 이 10년 말에는 적자가 GDP 대비 2%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현금 수요 전망: 예측치보다 다소 낮아져

도이체방크는 향후 4개 회계연도 동안 정부의 중앙정부 순현금 필요액(CGNCR)이 자사 전망보다 약간 낮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채 발행 수요와 시장의 소화 능력을 가늠하는 데 실무적으로 중요한 지표다.


정치적 리스크: ‘실행 가능성’과 신뢰성의 문제

다만 도이체방크는 긴축의 상당 부분이 후반부에 몰려 있다는 점정책 신뢰성에 물음표를 던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음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로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라자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면서, “2026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재정정책이 핵심 테마로 남을 것이며, 이제 관심은 필연적으로 가을 예산 이후의 전개로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리스크는 여전히 만연하다. 우리는 2026년까지 재정정책이 두드러진 주제로 남을 것으로 본다. 초점은 이제 가을 예산의 ‘사후 효과(aftermath)’로 이동할 것이다.”


핵심 수치 요약
• 세수 증대: 약 £30bn
• 지출 확대: £12bn
• 도이체방크 기대 대비 긴축: £35bn 예상 → 실제 미달
• 세수 조치의 조기 반영 비중: 2029/30 이전 47%
• 재정적자 경로: GDP 대비 4.5% → 내년 3.5% → 10년 말 2% 미만
• 재정 여력: 약 £10bn → £22bn 바로 아래


시장과 투자자 관점에서의 함의
도이체방크의 평가에 따르면, 재정 여력의 두 배 확대적자의 하락 경로국채 수급과 금리 기대에 단기적으로 우호적일 수 있다. 동시에 긴축의 ‘백로딩’실행 리스크를 수반하며, 정책 신뢰성을 시험대에 올릴 수 있다. 결국 예산의 실효성은 2029/30 이전에 실제로 얼마만큼의 세수 조치가 집행되는지, 그리고 정치 일정을 거치며 핵심 증세 항목이 변형 없이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다.


용어 해설 및 맥락 정리

재정 드래그(fiscal drag): 명목 임금 상승 등으로 소득세 구간(브래킷)이 고정돼 있을 때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해 세부담이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이 더 걷히는 구조다.
연금·급여 희생(salary sacrifice) 제도의 점진적 축소(tapering): 특정 혜택이나 공제의 상한·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줄여 실질 과세표준을 넓히는 조치다. 이는 세수 증대에 기여한다.
재정 여력(Fiscal Headroom): 정부가 법정 재정규율(적자·부채 목표 등)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추가 지출이나 감세를 단행할 수 있는 ‘여윳돈’의 규모를 뜻한다. 이번 예산에서 £10bn → £22bn 미만으로 크게 확대됐다.
OBR: 영국의 독립적 재정전망 기관으로, 성장·생산성·세수·차입 등을 전망해 예산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한다.
중앙정부 순현금 필요액(CGNCR): 정부의 현금 기준 재정 부족분을 뜻하며, 단기 국채 발행 수요와 연계돼 금리·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백로딩(Backloaded): 정책의 효과 또는 집행이 기간의 후반부에 집중되는 구조를 말한다. 이번 예산에서는 증세 조치의 53%가 2029/30 이후에 반영되는 셈이다.


종합 평가
도이체방크의 분석은 이번 영국 가을 예산이 ‘규모는 절제됐으나 내용은 강경’한 성격을 지닌다고 요약한다. 재정 드래그 연장과 혜택 축소를 통한 광범위한 과세 기반 확대세수의 구조적 강화를 노린 조치로 보인다. 재정 여력의 예기치 않은 확대는 시장 안정 요인이지만, 집행의 시간 분포가 후행되어 있어 정치 이벤트의 변수가 커지는 구간에서는 정책 지속성과 신뢰에 대한 질문이 불가피하다. 한편, 재정적자의 점진적 하향CGNCR의 완만한 개선은 국채공급·금리 경로에 비교적 우호적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지속 가능한 재정경로정치적 실행 리스크 간의 긴장 관계가 당분간 영국 자산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 £1bn = 10억 파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