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유럽 주식시장이 2026년에도 올해의 강한 수익률을 다시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Reuters)가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미국 대비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과 경기 환경의 개선이 맞물리며 유럽 대표 지수들이 현 수준 대비 약 11%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2025년 11월 2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특히 상대가치 매력이 유지되는 가운데 경기 모멘텀이 개선될 경우 상승 탄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2026년 말까지의 추가적인 상승 여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미국 시장과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는 점이 중요한 전제다.
설문 응답자들은 또, 만약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의 과열 국면이 꺼지는 이른바 버블 붕괴가 발생하더라도, 유럽 증시는 미국 등 다른 주요 지수보다 낙폭이 작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는 유럽 시장의 기술주 비중이 낮은 구조와 밸류에이션 할인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범유럽 STOXX 600 지수는 2026년 말 623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주식 애널리스트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집계된 중앙값(median)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치는 현재 수준 대비 약 11%의 상승을 의미하며, 이달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 586.33을 상회하는 흐름을 의미한다. STOXX 600은 올해 들어 11.9% 상승했다.
상승 배경으로는 우선 독일의 헌법상 ‘채무 브레이크’(부채 억제 규정) 폐기 결정이 투자 심리를 개선시킨 점이 꼽힌다. 더불어 관세 여파로 변동성이 커진 미국 시장에서 일부 자금이 유럽으로 이동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증시는 2025년 하반기에 반등했지만, 유럽 지수들도 글로벌 증시 랠리와 보조를 맞추며 상승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내년에도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며, 특히 유럽 지수의 상대적 저평가가 지속되는 점을 핵심 근거로 제시한다.
“미국과 유럽 간 유사한 비즈니스의 가격 할인폭이 사상 최고에 이르렀고, 향후 몇 분기 동안 유럽과 미국의 경제 성장 경로가 수렴할 것으로 예상한다.”
카르미냑(Carmignac) 투자위원회 구성원 케빈 토제(Thozet)의 말이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유럽 기업의 실적(EPS)에도 가시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스톡스 50(Euro STOXX 50) 블루칩 벤치마크 역시 내년에 5,900까지 6.7% 상승한 뒤, 2027년 중반에는 5,955로 신고가 경신이 예상된다고 설문은 전했다.
AI 딜레마: 방향성의 열쇠, 그러나 단선(一線) 매매는 아니다
2025년 초 유럽에서는 STOXX 600이 S&P 500을 극적으로 앞서는 흐름을 보이며 시장의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이러한 상대수익률의 우위가 희석되었고, 현지 통화 기준으로 두 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대체로 유사해졌다.
내년의 승부는 고평가 상태에서 비행하는 기술주의 향방에 달렸다는 응답이 많았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기술주 랠리는 최근 몇 주 사이 속도가 둔화되었는데, 이는 오랜 약속이었던 수익이 실제로 창출될지, 섹터 내부의 순환적 지출(circular spending), 채권 발행 확대 등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AI가 2026년 주식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지만, 이제는 한 방향 베팅(one-way trade)도, 유일한 테마도 아니다.”
바클레이즈(Barclays) 유럽 주식 전략가 마게시 쿠마르 찬드라세카라란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이어 “유럽 주식은 밸류에이션이 더 싸고, 군집화(crowding)가 낮으며, 실적 비교(earning comparisons)가 더 수월한 데다, AI 테마의 성패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물론 AI 관련 종목이 계속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조 메이어(Joe Maher) 보조 이코노미스트는 “AI에 대한 열기가 커지는 시기에 유럽 주식시장의 가장 큰 상대적 역풍은 기술주 비중이 낮다(tech-light)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나 나쁜 소식은 아니다. 메이어는 이어
“우리는 AI 연관주 버블이 2027년에 붕괴할 것으로 가정(penciled in)하고 있으며, 그 여파가 유럽 증시에 부담이 되겠지만, 기술 비중이 낮은 구조는 미국 대비 상대적 아웃퍼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독일·프랑스 지수, 정책·정치 변수에 주목
내년에는 독일과 프랑스의 대표 지수도 초점이 될 전망이다. 시장은 독일의 대규모 국방·인프라 지출 확대 계획이 경제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프랑스의 정치적 교착 상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주시하고 있다.
로이터 설문에 참여한 시장 전문가들은 독일 블루칩 지수가 2026년 말 25,500까지 약 9.7%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지수는 2025년 연초 이후YTD 17.9% 상승했다.
프랑스 CAC 40은 같은 기간 8.7% 올랐으며, 2026년 말에는 8,600으로 약 8%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용어·맥락 해설: 투자자들이 체크해야 할 핵심
STOXX 600은 유럽 전역의 대형·중형·소형주를 포괄하는 범유럽 지수다. Euro STOXX 50은 유로존 대표 대형주 50개로 구성된 블루칩 벤치마크다. S&P 500은 미국의 대표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지수로, 글로벌 비교의 기준점으로 자주 사용된다.
‘채무 브레이크’는 독일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헌법에 규정한 구조적 재정적자 한도 장치다. 폐기는 확장적 재정을 통한 성장 부양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관세 여파’는 무역제한 조치로 인한 교역 둔화와 기업 마진 악화 우려 등으로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현상을 뜻한다.
‘군집화(crowding)’는 특정 자산군에 투자자 포지션이 과도하게 몰린 상태를 의미해, 추세 반전 시 동시에 청산이 발생하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순환적 지출(circular spending)’은 업계 내부 기업들이 서로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며 수요가 순환적으로 과대평가될 수 있는 구조를 일컫는다. ‘tech-light’는 지수 내 기술 섹터 비중이 낮다는 뜻으로, 상승장에서의 탄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버블 붕괴 시의 하방 완충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석과 시사점: 이번 로이터 설문은 밸류에이션 격차의 정상화와 성장 경로 수렴이라는 두 축이 유럽 증시의 상대적 리레이팅(재평가)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623(STOXX 600), 5,900→5,955(Euro STOXX 50), 25,500(독일), 8,600(프랑스) 등 제시된 레벨은 급격한 낙관론이라기보다 완만한 실적 개선과 멀티플 정상화의 조합을 전제한다. 변수는 AI 관련 흐름과 정책·정치 이벤트다. AI가 계속 시장을 주도하면 tech-light 구조가 상대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2027년 버블 조정이 온다면 유럽이 방어적 초과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실적 가시화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정책 드라이브(독일의 재정 확대, 프랑스 정치 변수)가 실물 투자와 생산성으로 연결될지가 관건이다.
편집자 주: 본 기사는 로이터 Q4 글로벌 주식시장 설문 패키지의 하나로, 동일한 주제의 다른 기사도 함께 발행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