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캐리, 아비루프 로이 취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올해 상당 기간을 로봇 공학 프로젝트와 주주들의 약 1조 달러 규모 보상 패키지 승인 확보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그 사이 테슬라의 핵심 사업인 자동차 판매 전망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다.
2025년 11월 2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유럽·중국·미국이라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판매 압력에 직면해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화요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테슬라의 유럽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48.5% 급감했다. 올해 들어 유럽 누적 판매도 약 30% 감소한 반면, 유럽 전체 전기차(EV) 시장은 26% 성장했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금융 데이터업체 비저블 알파(Visible Alpha)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글로벌 차량 인도량(Deliveries)은 올해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4년 1% 감소에 이어지는 하락세다. 이런 추정은 미국 소비자들이 9월 30일 만료된 EV 세액공제를 마지막으로 활용하려는 수요 덕에 3분기 기록적 인도를 달성했음에도 나왔다.
유럽에서의 부진한 실적은, 머스크가 지난해 말 극우 성향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칭찬해 촉발된 지역 전역의 항의 시위 이후 판매 혼란이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머스크는 최근 몇 달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테슬라 유럽 사업은 회복되지 못했고 이는 보다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2023년까지만 해도 테슬라 모델 Y는 내연기관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이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더 개선된 EV를 더 낮은 가격대로 대거 선보이면서, 제품 라인업이 비교적 좁고 신선도가 떨어지는 테슬라는 판매 순위에서 하락하고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진단한다.
테슬라는 본 보도에 대한 코멘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 주주들에게 2025년 차량 판매가 20~30%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회사는 구체적 수치 없이 다시 성장 복귀를 예상한다고 했지만, 이듬해 분기에 그 가이던스를 철회했다. 10월 테슬라는 향후 성장의 진척이 거시경제 여건과, 차량에 자율주행 기능을 얼마나 빨리 적용하고 공장 증설 속도를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에 ‘추월’ 당한 테슬라
테슬라의 난관은 특히 유럽에서 두드러진다. 이 지역에서는 3만 달러 미만에 판매되는 전기차가 수십 종 존재하며, 더 많은 신차가 출시 대기 중이다. 중국 완성차 브랜드의 공세도 거세다. 유럽에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 브랜드들은 눈에 띄는 디자인과 함께 전기차(EV)부터 가솔린, 하이브리드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로이터가 인터뷰한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에서의 빠른 해법을 보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유럽에서 모델 3 세단과 모델 Y SUV라는 두 개의 대중형 모델만을 판매한다. 판매 부양을 위해 테슬라는 최근 사양을 낮춰 가격을 인하한 모델 Y를 추가로 투입했다.
한편, 타 제조사들의 EV는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150종이 넘는 전기차 모델이 다양한 브랜드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중국계 신생 경쟁자들도 늘고 있다. 내년 최소 50종의 전기차 신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EV 구매 조언 사이트에 따르면 전해졌다.
Electrifying.com의 지니 버클리(Ginny Buckley) CEO는 “그 50종 중 테슬라 모델은 단 한 종도 없다”라고 말했다.
유럽 전역에서 중국 BYD는 10월에 17,470대를 판매해, 테슬라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또 독일 폭스바겐(VW)은 올해 9월까지 EV 판매가 78.2% 증가해 522,600대를 기록, 테슬라의 판매를 세 배 수준으로 앞질렀다.
폭스바겐은 2017년 디젤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전동화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수년간 EV 전환에 난항을 겪어 왔다. 한때 폭스바겐의 전 CEO는 테슬라가 촉발하는 위험을 공개적으로 우려했을 정도였다.
페르디난트 두덴회퍼(독일 듀이스부르크-에센대 CAR 씽크탱크 소장)는 “머스크에게 문제는 중국 업체들만이 아니다. 유럽 업체들도 이미 따라잡았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판매 후퇴, 미국도 냉각 기조
중국에서도 테슬라의 판매와 점유율은 유럽만큼 급격하진 않지만 내림세다. 10월 테슬라의 중국 인도는 3년래 최저로, 35.8% 급감했다. 올해 누적(10월 기준)로도 8.4% 감소했다.
테슬라는 체리(Chery) 같은 재정비한 현지 강자들과, 샤오미(Xiaomi) 같은 신생 완성차 업체의 도전에 직면했다. 샤오미의 YU7은 6월 출시 이후 빠르게 모델 Y의 직접 경쟁차로 부상했다.
미국에서는 리서치업체 모터 인텔리전스(Motor Intelligence) 추정치 기준으로, 9월 테슬라 판매가 18% 급증했다. 이는 9월 30일 7,500달러 EV 세액공제 만료를 앞둔 막판 구매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 흐름은 10월에 24% 급락으로 즉각 반전됐다. 미국 자동차 업계 경영진들은 EV 시장의 냉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혼다 등 일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EV 신차와 설비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있어, 테슬라에는 상대적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모델 Y·모델 3의 저가 변종이 최근 출시돼, 가격이 약 5,000달러 낮아진 점이 점유율 방어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판매 반등을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간 운전자를 위한 새로운 양산 모델이 가시권에 있다는 증거는 미미하다. 머스크의 관심은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머스크의 새 보상 패키지는 매출 급성장을 반드시 전제하지 않는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120만 대의 판매를 달성하고, 주가 상승이 수반되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상을 차등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는 2024년 판매량보다 약 50만 대 적은 수준이다.
용어와 맥락 설명참고
인도량(Deliveries)은 고객에게 실제로 차량을 넘긴 수량을 뜻하며, 일반적인 ‘판매’ 지표와 유사하게 시장 수요를 가늠하는 데 쓰인다. EV 세액공제는 전기차 구매 시 납부해야 할 세금에서 일정액을 공제해 주는 정부 혜택을 가리킨다. 스트립드다운(사양 축소) 모델은 일부 기능과 옵션을 뺀 대신 가격을 낮춘 트림을 의미한다. 비저블 알파와 모터 인텔리전스는 각각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시장 데이터를 집계하는 금융·자동차 리서치 기관으로, 보도에서 인용되는 수요·인도 추정의 근거로 자주 사용된다. 로보택시·휴머노이드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와 사람형 로봇을 뜻하는 용어다.
분석: 데이터가 시사하는 구조적 과제
유럽 10월 -48.5%, 연간 약 -30% vs 시장 +26%라는 조합은, 가격 경쟁 심화와 제품 다양성 부족이 테슬라의 가장 큰 약점임을 드러낸다. 동일 기간 폭스바겐의 EV 급증(9월 누적 +78.2%, 522,600대)과 BYD의 월간 판매 우위(17,470대)는 전통 강자와 중국 신흥세력의 ‘양면 압박’을 의미한다. 가이던스 번복과 성장 조건부화(거시·자율주행·증산 속도)는 단기 매출 회복의 가시성이 낮다는 점을 재확인시킨다. 미주에서는 세액공제 효과의 일시성이 10월 역성장으로 드러났고, 중국에서는 현지 맞춤형 경쟁차가 라인업의 노후화를 부각시키고 있다. 요컨대, 제품 신선도와 가격 포지셔닝, 지역별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향후 반등의 관건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