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닉(Harmonic)이 $1억2천만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14억5천만 달러로 평가받았다. 이 회사는 로빈후드(Robinhood) CEO 블라드 테네프(Vlad Tenev)가 공동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생성형 AI의 ‘환각(hallucination)’ 문제—사실과 다른 답변이나 비논리적 응답—를 추론 능력 향상을 통해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다.
2025년 11월 25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이번 라운드는 시리즈 C 단계의 매출 발생 전(pre-revenue) 기업인 하모닉에 대한 투자로, 리빗 캐피탈(Ribbit Capital)이 주도했고 기존 투자사인 세쿼이아(Sequoia)와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가 참여했다. 또한 로렌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가 이끄는 투자사 에머슨 컬렉티브(Emerson Collective)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다.
이번 거래는 지난 14개월 동안 세 번째 대규모 자금 조달로, 하모닉의 누적 조달액을 $2억9천5백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이는 상용 제품 출시 전 단계에서도 AI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려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강하다는 점을 부각한다다.
하모닉은 수학적 초지능(Mathematical Superintelligence, MSI)이라는 개념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고급 수준의 논리적 추론에 초점을 맞춘 AI로, 많은 생성형 AI 모델을 괴롭히는 환각과 사실 오류를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이다다.
회사는 주력 모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가 합성 수학 증명(synthetic math proofs)—문제 해결을 가르치기 위해 컴퓨터가 생성한 증명 예시—으로 훈련됐으며, 7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nternational Mathematical Olympiad, IMO)에서 구글(Google)과 오픈AI(OpenAI)와 더불어 최상위권 성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다. 튜더 아킴(Tudor Achim) CEO는 이러한 성과가 투자자 관심을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다.
2023년에 설립된 하모닉은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형식적 추론(formal reasoning)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AI가 자신의 추론 과정을 프로그래밍 언어 ‘Lean4’ 코드로 출력하도록 요구하고, 해당 코드를 정합성 검증을 통해 정확히 맞는지 확인받는 구조다. 아킴 CEO는 이번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모델 훈련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 확보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다.
하모닉은 검증 가능하고 오류 없는 논리에 집중함으로써, 항공우주와 금융 등 안전이 핵심인 산업(safety-critical)에서 AI에 대한 신뢰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분야에서는 작은 실수도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다.
“환각의 제거는 우리가 시스템에 영어 문장 대신 코드로 추론을 출력하도록 요구하는 사실에서 직접적으로 나온다.” — 튜더 아킴 CEO
현재 하모닉은 ‘아리스토텔레스’ 모델을 무료 API 형태로 공개해, 개발자가 자신의 소프트웨어에 손쉽게 연결할 수 있게 했다. 회사 측은 수학자와 연구자들이 복잡한 증명을 검증하고 새로운 발견을 가속하는 데 이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킴 CEO는 향후 상업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최우선인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또한 자동차·항공우주 등 안전 필수 산업에서의 수요도 확인되고 있다.” — 튜더 아킴 CEO
용어 설명: 핵심 개념 한눈에 보기
환각(hallucination): 생성형 AI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그럴듯하게 생성하거나, 질문과 무관한 비논리적 답변을 내놓는 현상을 뜻한다. 하모닉은 이 문제를 형식 검증 가능한 코드 기반 추론으로 줄이려 한다다.
시리즈 C(Series C):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서 제품-시장 적합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뒤, 확장과 상업화를 위해 받는 후속 투자 라운드를 의미한다. 다만 하모닉은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pre-revenue) 단계임을 동시에 밝혔다다.
합성 수학 증명(synthetic math proofs): 사람이 일일이 만든 데이터 대신, 컴퓨터가 생성한 증명 예시를 대량으로 활용해 추론능력을 훈련하는 접근이다. 이는 형식논리와 정합성을 학습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다다.
Lean4: 수학 정리를 기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설계된 형식 증명(증명 지원) 언어이자 도구 생태계다. 모델이 산출한 추론을 코드 형태로 표현하면, 시스템은 이를 자동으로 체크해 오류를 줄일 수 있다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고등학생 수학 경시대회로, 수학적 난제 해결 능력을 겨룬다. 하모닉은 2025년 7월 대회에서 구글·오픈AI와 함께 최상위권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다.
API: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가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능을 호출·연결하도록 돕는 도구다. 하모닉의 무료 API는 외부 개발자가 아리스토텔레스 모델을 손쉽게 통합하도록 지원한다다.
기자 해설: ‘형식 추론’ 중심 AI의 의미와 파장
이번 하모닉의 기업가치 $14억5천만 달러 평가는, 정확성·검증 가능성을 최우선에 두는 ‘추론 중심(reasoning-first)’ AI 접근법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Lean4와 같은 형식 증명 생태계를 활용해 추론 자체를 코드로 강제하고, 이를 기계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은 수학·검증 가능한 영역에서는 환각을 구조적으로 억제할 잠재력이 있다다.
다만 이러한 강점은 형식화가 가능한 문제 공간에서 가장 빛난다. 자연어 기반의 개방형 과제나 비정형 지식 추론 등으로 확장될 때 동일한 수준의 무오류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하모닉의 전략은, 안전 규제가 엄격한 산업(항공우주·자동차·금융 등)에서 검증 가능한 AI라는 명확한 초기 제품-시장 적합성(PSF) 가설을 세우고, 그 영역에서 우선 상업화를 모색하는 집중형 노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다.
한편, 막대한 컴퓨팅 자원 투입 계획은 최신 AI 모델 훈련의 자본집약성을 재확인시킨다. 누적 $2억9천5백만 달러 조달 이력과 무료 API 공개는, 연구 커뮤니티와 개발자 생태계의 조기 흡수·검증을 통해 모델 품질과 신뢰를 쌓으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투자 라인업에 리빗·세쿼이아·클라이너 퍼킨스·에머슨 컬렉티브가 포진한 점도, 상업화 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방향성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구글·오픈AI와 같은 대형 연구 조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IMO 성능 언급이 기술 신뢰도를 높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환각 제로’에 대한 주장은 형식 검증이 가능한 과제의 범위 내에서 성립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향후에는 형식화 기법의 적용 범위 확장, 자연어-코드 간 추론 연결, 그리고 산업별 인증·규제 프레임과의 정합성이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다.
결론적으로, 하모닉의 이번 자금 유치는 ‘검증 가능한 AI’라는 명확한 차별화를 앞세워 안전 필수 산업에서의 신뢰 구축을 서두르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상업화 시점·수익 모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증 비용을 낮추고 신뢰성을 수치화할 수 있다면 산업 현장에서의 채택 가능성은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