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주 허큘리스의 주택가 전경(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사진=David Paul Morris | Bloomberg | Getty Images
2025년 11월 25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구매자 수요 약화,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 그리고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주택 매도자(sellers)들이 계획을 바꾸고 시장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9월에 약 8만5,000명의 매도자가 매물을 시장에서 철회(delist)했으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 동월 기준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수요 위축과 매물 체류기간 장기화가 결합한 결과로 해석된다.
레드핀은 9월에 등록된 매물의 70%가 60일 이상 시장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장기 체류 매물이 늘어나면서 ‘묵은 매물(stale listing)’이 확산되고, 이에 따라 매도자들이 ‘저가 제안’을 수용하기보다 매물 자체를 철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완만한 둔화 조짐이 엿보인다. 9월 주택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으나, 8월의 1.4% 상승에서 소폭 둔화했다. 이 수치는 S&P Cotality Case-Shiller U.S. National Home Price NSA Index미국 전국 주택가격 비계절조정 지수에 기반한 것이다.
CNBC의 ‘Property Play with Diana Olick’은 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신규·진화 중인 기회들을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다. 원문은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cnbc.com/lander?id=propertyplay-newsletter.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사드 칸(Asad Khan)은 “디리스팅 빈도가 문서상 재고를 실제보다 타이트하게 만든다”며, “수만 명의 주택 소유자가 낮은 가격 제안을 받느니 매물을 철회할 때, 실제 구매 가능한 주택의 공급이 줄어들고 이는 매매가격을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한다”고 말했다.
일부 매도자들은 가격을 낮추고 있으나, 그 폭과 빈도는 지역과 물건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Zillow 자료에 따르면 통상적인 1회 가격 인하폭은 약 $10,000 수준이다. 다만 거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복수 차례 인하가 늘고 있으며, 10월에는 누적 인하액 중간값이 $25,000에 이르러 Zillow가 집계한 역대 최대폭과 동률을 기록했다.
주택시장은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접어들고 있다. 디리스팅된 매물 다섯 채 중 한 채(약 20%)는 재상장되지만, 이 과정은 몇 달 뒤로 미뤄지는 경향이 있고, 많은 매도자들이 봄 성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하는 흐름이 관찰된다.
장기 흐름을 보면, 주택가격은 5년 전보다 여전히 50% 높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매입한 일부 매도자는 손실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9월 디리스팅 매물 중 약 15%가 손실을 보고 팔릴 위험이 있었으며, 이는 5년 만에 최고 비중이다.
Realtor.com 자료 기준으로, 판매용 주택 공급은 현재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다만 향후 몇 주 동안에는 계절적 요인과 구매자·판매자 모두의 심리 약화로 인해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Realtors 측 집계에 따르면, 10월의 미결 판매(pending sales)계약 체결 기준는 전월 대비 1.9% 증가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사실상 보합 수준이었다. 이 같은 월간 증가는 모기지 금리의 단기 소폭 하락이 한몫한 것으로 보이나, 11월에는 금리가 다시 상승했다.
핵심 포인트 요약데이터 출처: Redfin, Zillow, Realtor.com, Case‑Shiller
– 9월 디리스팅: 약 8만5,000건 (+28% YoY), 동월 기준 8년래 최고.
– 체류기간: 9월 매물의 70%가 60일+ 체류.
– 가격: 9월 +1.3% YoY (8월 +1.4%→둔화), 지수: S&P Cotality Case‑Shiller U.S. National Home Price NSA Index.
– 가격 인하: 통상 $10,000씩 인하, 10월 누적 $25,000로 Zillow 최대폭과 동률.
– 손실 위험: 9월 디리스팅의 15%가 손실 매각 위험(5년래 최고).
– 공급: 전년 대비 +15% (Realtor.com), 그러나 비수기·심리 약화로 축소 가능성.
– 미결 판매: 전월 대비 +1.9%, 전년 대비 보합.
배경과 해석: 왜 ‘디리스팅’이 가격을 지지하나
디리스팅은 단순히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는 행위를 뜻하지만, 실질적 공급을 줄여 체감 재고 부족을 야기한다. 매수자가 체감하는 선택지의 범위가 좁아지면, 거래량은 줄더라도 남아 있는 매물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판매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 레드핀의 설명처럼, 이는 ‘문서상 재고’와 ‘실구매 가능 재고’의 괴리를 확대시키며, 가격 경직성을 강화한다.
또한 묵은 매물의 증가는 두 가지 선택지를 매도자에게 강제한다. 첫째, 가격 인하를 통해 수요 탄력성을 자극한다. 둘째, 계절적 성수기까지 기다리며 시장 타이밍을 조정한다. Zillow 기준 누적 인하액 중간값 $25,000은 ‘즉시 거래’ 대신 ‘완만한 가격 조정+시간 벌기’ 전략이 혼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매입자 중 일부는 손실 회피를 위해 디리스팅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손실 위험 비중 15%(5년래 최고)에서 확인된다.
반면, 케이스‑실러 지수로 대표되는 전국 단위 가격지표는 지연 반영 특성이 있어, 9월 +1.3% YoY 같은 완만한 상승세는 체감 시장과 간극을 보일 수 있다. 즉, 거래량 둔화·디리스팅 증가가 당장 지수에 큰 하방 압력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시간 경과에 따라 가격 조정 신호로 전이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금리 환경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10월 모기지 금리의 단기 하락은 미결 판매의 전월 대비 +1.9% 개선으로 이어졌으나, 11월 재상승은 매수 심리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 이 같은 ‘금리 스윙’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첫 주택 구매자층의 참여를 약화시키는 한편, 현금 보유자·투자자에게는 기회비용 감소로 작용할 수 있다.
용어 설명
– 디리스팅(Delisting): 이미 시장에 올라온 매물을 매도자가 스스로 내려 거래 가능 상태에서 제외하는 것. 재상장 가능.
– 묵은 매물(Stale Listing): 일정 기간 이상(기사 맥락상 60일+)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매물. 관심 저하와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지기 쉬움.
– 미결 판매(Pending Sales): 계약 체결 기준 통계로, 실제 종결(closing) 이전 단계의 거래를 포착.
– 재고(Inventory): 시장에 나온 판매 가능 주택 수. ‘문서상 재고’와 ‘실구매 가능 재고’는 디리스팅 등으로 차이가 날 수 있음.
– S&P Cotality Case‑Shiller U.S. National Home Price NSA Index: 미국 전국 주택가격을 비계절조정으로 추적하는 지수. 지역별 세부지수와 달리 전국 평균 흐름을 보여줌.
– 플랫폼: 레드핀(Redfin), 질로우(Zillow), 리얼터닷컴(Realtor.com)은 미국 주택시장 데이터와 리스팅을 제공하는 대표적 플랫폼·데이터 제공자.
시장 참여자를 위한 체크포인트
– 매수자: 디리스팅 증가 국면에서는 ‘보이는 재고’보다 실제 선택지가 적을 수 있다. 장기 체류 매물의 가격 인하 추이를 주시하고, 금리 변동 타이밍에 맞춘 금리 락(lock) 전략 검토가 유효하다.
– 매도자: 즉시 매각이 최우선이 아니라면, 성수기 재상장과 부분적 리노베이션·연출(staging)로 체류기간 단축을 도모할 수 있다. 다만 지역별 미시 수급을 고려한 가격 현실화가 필요하다.
– 투자자: 가격 조정보다 거래량 축소가 먼저 진행되는 구간에서는 현금흐름형 자산과 협상 우위가 있는 물건 선별이 중요하다. 지역별 공실률, 임대료 추세를 병행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망
계절적 비수기 진입과 함께 디리스팅 확대→실질 재고 축소→가격 경직성 유지의 구도가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격 인하 누적과 손실 위험 증가가 동반되는 만큼, 금리·고용·소득 등 거시변수가 완만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경우, 봄 성수기 재상장을 계기로 체결 속도가 일부 개선될 여지가 있다. 현재의 데이터는 가격 급락보다는 거래 위축과 선택적 가격 조정이라는 미국 주택시장의 특징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