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의 완만한 상승 뒤에 있는 글로벌 야심 분석

중국 위안화무역전쟁, 성장 둔화, 초저금리, 외국인 투자 급감이라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0년 팬데믹 시기 이후 가장 가파른 연간 상승을 향해 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철저히 관리되는 환율 체제 아래에서 진행된 이 같은 완만하고도 꾸준한 절상이 다시 한번 위안화 국제화 의제를 전면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한다.

2025년 11월 2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PBOC)은 고정폭 환율 밴드 안에서 위안화를 관리하고 있으나, 올해 위안화 강세의 설계와 전략에 대한 질의에는 별도 코멘트를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위안화의 상승 양상은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018년에는 미국의 통상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완충 역할을 맡았던 위안화가 약 5% 하락했으나, 2025년 들어서는 반대로 거의 3% 강세를 기록했다. 이 변화는 수개월에 걸쳐 매일 아침 제시되는 인민은행의 기준환율(중간값·fixing)이 위안화를 점진적으로 상향 유도해 온 데다, 국유은행들의 빈번한 달러 매수(위안 매도)가 변동성을 억제하며 완만한 상향 추세를 고정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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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Kelvin Lam 시니어 China+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무역 조치가 격화되는 상황임에도 예상보다 견조한 위안화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전략적 관점에서 중국은 안정적 위안화 이미지를 통해 국제적 신뢰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경쟁적 평가절하 흐름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역내 앵커 통화 지위를 굳힌 전례를 연상케 한다”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의 예상보다 강한 일일 고시기초체력의 약세에도 특히 주목을 받았다. 기준금리는 달러권 대비 현저히 낮고, 미약한 민간소비가 성장을 제약하는 가운데, 자본수지capital account는 10월 말까지 10개월 누적 2,81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위안화 국제화를 둘러싼 정책 의지는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경제 청사진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동안 “신중하게(prudently) 추진”하겠다고 해 온 위안화 국제화에 대해, 10월에 공개된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는 ‘신중하게’라는 수식어가 삭제됐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아시아 거시 전략 총괄 성기용(Kiyong Seong)은

변동성이 높은 시장 환경에서 강하고 안정적인 위안화를 보여주는 것은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는 데 유리한 논거가 된다”

고 분석했다.


SEVEN AND BEYOND — ‘7’과 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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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강세의 가장 강력한 버팀목중앙은행이었다. 이 같은 운영 기조는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로 하여금 추가 상승과 채택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게 했다. 골드만삭스는 메모에서

“경제적·비경제적 이유 모두에서 위안화 국제화가 중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로 부상했으며, 향후 수년간 의미 있게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당국이 현 수준의 강세에 안도하고 있다고 보면서, 연말까지 달러/위안 환율이 7.00에 도달하고 1년 뒤에는 6.85까지 추가 상승(위안화 절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11월 24일(월) 기준 현물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당 7.1068에 거래됐다.

인민은행은 현물환율이 ±2%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도록 허용하는 중간값 고시지난해 11월 이후 시장 예상보다 더 강한 수준으로 설정해 왔다. 4월 이후 공식 중간값과 로이터 추정치의 평균 괴리는 327핍(pips)을 기록했고, 위안화 채택은 가속되는 조짐을 보였다.

BIS(국제결제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올해 조사에서는 달러/위안 통화쌍의 일일 거래대금약 60% 증가7,81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일일 외환 거래8%를 약간 상회하는 규모다.


STORE OF VALUE — 가치저장 수단 담론

또 다른 축은 가격의 안정성이다. 복수의 시장 소식통에 따르면, 역내·역외 양 시장에서 국유은행들이 상시적으로 위안을 매도(달러 매수)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러한 개입은 달러/위안 3개월 실현변동성10년래 저점 부근에 머물게 했고, 변동성 억제수출기업으로 하여금 예치해 둔 약 1조 달러 규모의 달러 예치금을 점진적으로 환전·매도하도록 유도해, 장기적인 위안화 안정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상업은행들은 10월 고객으로부터 순 177억 달러의 외환을 순매수했으며, 이는 6개월 연속 흑자로, 달러 매도(위안 매수)가 늘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수출대금의 변동성이라는 교란 요인이 있어 해석에 유의가 필요하다. 또한 위안화의 강세는 균일하지 않았다. 위안화는 유로화 대비 올해 7.7% 하락했고, 교역상대국 통화 바스켓 대비로도 3% 하락했다.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은 대규모 국제화가 현실화되려면 중국이 국경 간 자본 이동 통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가격 레벨과 모멘텀은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중국·북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딩솽(Shuang Ding)은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점진적 절상을 허용하려는 성향은 위안화를 가치저장 수단으로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의지는 중국의 무역 경쟁력자본 유출입 변동성 관리에 대한 당국의 검증된 실적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용어와 제도 이해를 위한 설명

중간값(기준환율·fixing): 인민은행이 매 거래일 아침 고시하는 기준 환율로, 그날의 달러/위안 현물환율이 ±2%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관리 대상 중심가격이다.
핍(pip): 외환시장에서 최소 호가 단위를 뜻한다. 달러/위안의 경우 ‘1핍’은 일반적으로 소수점 넷째 자리 변화를 가리킨다. 기사에서 언급된 327핍의 괴리는 당국 고시값이 시장 추정치보다 체계적으로 강한 방향으로 제시되었음을 의미한다.
실현변동성: 과거 일정 기간의 실제 수익률 변동으로 계산되는 변동성 지표다. 당국과 국유은행의 조합된 개입은 3개월 실현변동성10년래 저점 부근에 고정하는 데 기여했다.
자본수지(capital account): 자본 유출입을 집계하는 대외거래 계정이다. 2,810억 달러 적자는 순자본 유출이 컸음을 나타낸다.
통화 바스켓: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들을 가중 평균한 지표로, 단일 통화 대비보다 대외경쟁력의 포괄적 변화를 보여준다.

맥락과 함의

위안화의 점진적 절상과 변동성 억제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의 기억을 환기한다. 당시 중국은 경쟁적 평가절하에 가담하지 않으며 역내 금융안정의 앵커 역할을 수행했고, 이는 통화 신뢰를 강화했다. 이번에도 인민은행의 강한 중간값 고시, 국유은행의 시장 미세조정, 정책 문서에서 드러난 국제화 의지의 격상이 결합하면서 대내 기초체력의 약점(낮은 금리, 소비 부진, 자본수지 적자)을 상쇄하는 정책 일관성을 시장에 신호하고 있다. 다만, 자본 통제 완화 없이 대규모 국제화로의 도약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의 정책 커뮤니케이션과 단계적 개방이 관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