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4년 전 전면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정황이 채굴업자 증언과 업계 데이터에서 확인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일부 성(省)에서 값싼 전기요금과 최근의 데이터센터 붐을 활용하려는 개인 및 법인 채굴자들이 늘면서, 채굴 활동이 물밑에서 확대되는 양상이다.
2025년 11월 2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베이징 당국이 “금융 안정 위협”과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모든 암호화폐 거래 및 채굴을 금지하기 전까지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채굴국이었다. 금지 이후 현지 채굴장은 문을 닫았고 많은 채굴업자들이 해외로 이동했으나, 최근 들어 재가동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동향을 추적하는 Hashrate Index에 따르면, 금지의 여파로 중국의 글로벌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은 한때 ‘0’까지 추락했으나, 10월 말 기준 약 14%를 회복하며 세계 3위로 재진입했다. 이는 공식적인 규제 완화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도 현장 기반의 채굴 활동이 되살아났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채굴 반등은 장비 제조사 Canaan Inc의 중국 내 매출 급반등으로도 뒷받침된다. 업계에서는 채굴 수요 회복이 세계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신장(新疆)의 개인 채굴업자 왕(王) 씨는 “에너지가 풍부한 신장에서 지난 해 말 채굴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장에서 생산된 많은 전기가 외부로 송전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암호화폐 채굴 형태로 소비한다”면서 “새로운 채굴 프로젝트들이 건설 중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전기가 싼 곳에서 채굴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금지 조치를 주도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신장 자치구 정부는 로이터의 팩스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MINING RESURGENCE | 채굴 반등의 배경
베이징의 2021년 강경 단속 이후, 채굴업자들은 현지 설비를 중단하고 북미와 중앙아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 이동했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 내 재가동 조짐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전력 및 연산 자원 여력, 비트코인 가격 환경, 그리고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확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반등은 10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암호화폐 정책과 달러에 대한 불신 확대를 배경으로 디지털 자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시점과 맞물렸다. 다만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되면서 해당 암호화폐 가격은 10월 고점 대비 약 3분의 1 하락한 상태다.
“중국의 정책은 특정 지역에서 경제적 유인이 강할 때 유연성을 보인다. 중국에서의 채굴 활동 반등은 수년 만에 시장이 목격한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다.”
암호화폐 시장 인프라 제공업체 Perpetuals.com의 최고경영자 패트릭 그륀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채굴 규제를 완화하진 않았지만, 완화 신호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비트코인이 “글로벌·국가 저항적 자산”이라는 내러티브에 순풍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채굴은 특수 컴퓨터로 복잡한 연산 퍼즐을 해결해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얻는 고에너지 집약적 과정으로, 신장을 비롯한 중국 내 전력 풍부 내륙에서 특히 활발하다는 게 채굴업자와 장비업체들의 전언이다. 쓰촨에 기반을 둔 듀크 황은 규제 탓에 몇 년 전 채굴을 접었지만, “전기가 싼 이들은 여전히 채굴하고 있다”며 최근 주변에 복귀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채굴 장비업체 소식통은 “데이터센터 과잉 투자로 인한 전력·컴퓨팅 파워의 공급 과잉이 일부 자금난 지방정부에서 발생했고,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맞물려 채굴 반등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통은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CRYPTO POLICY | 정책과 산업 지형 변화
채굴 장비업체들의 판매 데이터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기 제조사 Canaan은 지난해 중국에서 글로벌 매출의 30.3%를 올렸는데, 이는 단속 직후였던 2022년 2.8%에서 급증한 수치다. 직접 사정을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는 중국의 매출 기여도가 50%를 상회했다. 캐넌은 분기별 지역 매출 비중에 대해선 확인을 거부했지만,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미국 내 판매 차질, 채굴 수익성을 높인 비트코인 가격 상승, 그리고 중국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미묘한 태도 변화를 중국 판매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캐넌은 이메일 성명에서 “중국 내 채굴기 연구개발(R&D)·제조·판매는 허용된다”며 자사 활동은 중국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채굴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회복은 베이징 당국이 디지털 코인에 대한 태도를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와도 궤를 같이한다. 과거 자본 유출 조장과 법정통화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됐던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 홍콩은 8월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시행해 법정통화담보 암호화폐의 규제 시장을 육성하는 데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로이터는 8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연구 책임자 훌리오 모레노는 “비트코인 채굴은 중국에서 여전히 공식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상당한 규모의 채굴 역량이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립토퀀트는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 역량의 15%~20%가 중국에서 가동 중인 것으로 추정했다. 만쿤로펌을 설립한 류 홍린은 “수익성 높은 산업을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렵다”면서 “채굴에 대한 정부 정책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활동을 완전히 멈추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어 해설 | 독자가 알아두면 좋은 핵심 개념
비트코인 채굴: 특수화된 연산 장비를 사용해 복잡한 수학적 문제를 풀고, 그 대가로 비트코인 보상을 받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전력 소모가 크며, 전기요금과 장비 효율이 채굴 수익성을 좌우한다.
해시레이트(Hashrate)지표: 네트워크 전체가 초당 수행하는 암호학적 연산량을 뜻한다. 해시레이트가 높을수록 네트워크 보안이 강화되지만, 경쟁이 치열해져 단위 장비당 수익성은 낮아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 담보형: 달러나 위안화 등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다. 변동성을 낮추고 결제·송금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데이터센터 과잉 투자: 수요 예측을 상회하는 설비 증설로 전력·컴퓨팅 자원의 잉여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일부 지역에선 이러한 잉여 자원이 채굴로 전용되며 경제적 활용도를 높이는 유인이 된다.
해석과 전망 | 무엇을 주목해야 하나
이번 재부상은 공식 규정의 변화 없이도 지역별 경제 인센티브와 전력·컴퓨팅 인프라의 여력이 채굴 활동을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값싼 전력은 채굴 수익성의 핵심이며,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에서 발생한 잉여 용량은 채굴 산업의 변동성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정책의 명시적 완화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확장은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업계 데이터가 가리키는 점유율 14% 회복과 15~20% 가동 추정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만, 정책 신호가 어떻게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향후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가격 사이클과 채굴 난이도 조정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만큼, 단기 가격 조정 국면에서의 설비·전력 계약 구조, 운영 비용의 유연성이 사업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