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 러시아 스베르방크(Sberbank)의 알렉산데르 베댜힌(First Deputy CEO)은 인공지능(AI)을 선도하는 국가가 21세기에 핵무기와 동급의 영향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 그는 기술을 주도하는 소수 국가가 새로운 권력 위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구분선은 자국산 대형 언어 모델(LLM) 보유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다.
2025년 11월 2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베댜힌 수석 부행장은 러시아의 대표적 AI 행사인 AI 저니(AI Journey)에서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러시아가 국산 AI 기술을 보유한 7개국에 포함된 것은 “의미 있는 성취”라고 평가했다다.
전통적 상업은행에서 AI 중심의 기술 복합기업으로 변모한 스베르방크의 핵심 경영진인 그는, 러시아는 민감 분야에서 해외산을 재학습한 모델이 아닌 “적어도 2~3개의 원천 자국 AI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 여기서 민감 분야로는 온라인 공공 서비스, 의료, 교육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다.
“AI는 핵 프로젝트와 같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핵 클럽’이 형성되고 있는데, 그 기준은 자국의 국가급 LLM을 갖추었는지 여부다.” — 알렉산데르 베댜힌, 스베르방크 수석 부행장
베댜힌은 “기밀 정보를 외국 모델에 업로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단순히 금지돼 있다”고 못박았다다. 그러한 행위는 “매우 불쾌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가 데이터는 러시아산 모델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
그는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주 자국산 AI 모델이 러시아의 주권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힌 점을 상기시키며, 스베르방크와 얀덱스(Yandex)가 미국과 중국의 선두 주자를 따라잡기 위한 러시아의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다.
연산 격차와 제재의 그늘
베댜힌은 러시아가 컴퓨팅 파워(연산 능력) 측면에서 선도국과의 격차를 메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했다다. 특히 서방의 기술 제재로 인해 첨단 하드웨어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격차가 향후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다.
그는 이어 “현재의 에너지 소비 수준에서는 AI 투자의 수익 실현이 ‘매우 먼 미래’이거나 ‘가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다.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과열된 과장(hype)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다.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AI 인프라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 베댜힌
다만 그는 러시아의 경우 투자 규모가 과도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소위 ‘AI 버블’의 위험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덧붙였다다.
핵심 개념 해설: ‘핵 클럽’ 비유와 LLM
베댜힌이 말한 ‘핵 클럽’은 핵무기 보유국의 배타적 지위를 빗댄 은유다. 즉, 국가가 직접 개발·통제하는 대규모 AI 모델을 보유해야만 글로벌 기술질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다. 그는 국가 데이터 주권을 이유로 민감 정보의 국외 모델 활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다.
대형 언어 모델(LLM)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과 유사한 언어 생성·이해를 수행하는 AI로, 검색, 번역, 의료 문서 요약, 교육 어시스턴트, 전자정부 상담 등 광범위한 응용이 가능하다다. 이들 모델은 보통 막대한 학습 데이터, 고성능 반도체, 전력을 필요로 하며, 그만큼 인프라 투자와 에너지 비용이 뒤따른다다.
데이터 주권과 공공 신뢰의 연쇄
베댜힌의 발언은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 프레임을 전면에 둔다다. 공공 서비스·의료·교육과 같이 시민의 민감 정보가 대량으로 오가는 분야에서 데이터가 국외로 유출되거나 외국 기업의 학습에 재사용될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다다. 그는 이를 위해 “재학습한 외국 모델”이 아닌 완전한 자국 원천 모델을 요구했다다. 이는 모델의 학습·추론 과정, 파라미터,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전면적 통제를 의미한다다.
동시에 이러한 접근은 개발 속도·비용이라는 역학과 충돌한다다. 해외의 범용 모델을 전이학습해 빠르게 현지화하는 전략은 효율적일 수 있으나, 베댜힌은 안보·주권의 우선순위를 내세워 원천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다.
에너지·인프라의 경제성 경고
그가 경고한 에너지 소비와 투자 수익성 문제는 업계 보편의 고민과 맞물린다다. 대규모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은 전력 비용과 냉각·데이터센터 구축비를 급증시켜, 단기 수익 창출을 지연시킬 수 있다다. 베댜힌은 “과도한 인프라 투자”에 신중론을 제기하며,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과거 세대 인프라가 조기 상각돼 투자 회수에 실패할 위험을 지목했다다.
반면 러시아는 전반적 투자 규모가 과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거품의 급팽창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다. 이는 제한된 자본 접근성과 우선순위 집중이라는 환경 요인이 만든 역설적 안전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다.
국제 경쟁 구도와 러시아의 과제
베댜힌은 미국·중국이 연산 인프라, 생태계, 자본에서 앞서 있는 현실을 인정했고, 서방 제재가 러시아의 고성능 칩·장비 접근을 제약해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다. 이 때문에 그는 국가 차원의 LLM 확보를 통해 핵심 영역의 자급과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다.
요컨대 그의 메시지는 세 갈래로 요약된다다. 첫째, AI는 핵무기급 전략 자산이며, 둘째, 국가 데이터는 자국 모델로만 처리해야 하고, 셋째, 인프라 투자는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다. 이는 러시아가 자체 LLM 구축과 선별적 인프라 투자라는 이중 트랙으로 AI 주권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다.
인용 및 출처
본 기사는 로이터가 보도한 모스크바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구성됐다다. 인터뷰는 러시아의 연례 AI 행사인 AI 저니에서 진행됐으며, 베댜힌의 발언은 러시아의 AI 전략과 데이터 주권,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신중론을 담고 있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