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사이클의 진짜 병목: ‘컴퓨트+전력’ 제약이 향후 3~5년 미국 증시 지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중석의 마켓 딥다이브 | 오피니언

요약: 알고리즘의 시대, 승패는 전력과 컴퓨트가 가른다

2024~2025년 미국 증시를 지배한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그러나 2026년 이후의 승부는 “모델의 성능”보다 “모델을 돌릴 연산자원(컴퓨트)과 이를 뒷받침할 전력”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본 칼럼은 최근 보도와 수치를 근거로, ①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간의 구조적 긴장, ② 하이퍼스케일러의 부채 기반 AI 설비투자(Capex) 급증과 그 파급, ③ 반도체·광학·패키징 등 부품/인프라 병목, ④ 구리 등 원자재와 광산업 M&A 재편이 미국 주식·경제의 장기 그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3~5년 시계에서 점검한다.


1)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현실’: 텍사스가 보여준 경고

CNBC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는 데이터센터 접속 요청이 폭증하고 있다.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는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상시 전력 소비가 겨울철 피크 시 계통 안정성을 악화시킨다”고 경고했다. 핵심 사실은 다음과 같다.

주목
  • 오픈AI가 텍사스 애빌린에 조성 중인 ‘Stargate’ 캠퍼스의 최대 전력 수요는 1.2GW 규모로, 대형 원전 1기에 준함.
  • ERCOT(텍사스 전력망)는 프로젝트 접속 요청83GW(1월) → 220GW(현 시점)약 170% 증가했다고 공개. 이 중 약 73%가 데이터센터.
  • 다만 승인된 실수요는 7.5GW 수준. 그럼에도 절대치가 이미 상당하여 겨울철 수급 균형에 부담.
  • NERC의 혹한 스트레스 테스트: 가용 92.6GW vs. 피크수요 85.3GW; 한파 속 고장·정비·효율저하가 겹치면 가용 69.7GW로 추락, 15GW+의 공급 적자 위험.
  • 2021년 겨울폭풍 ‘유리(Uri)’ 당시, 천연가스 발전의 58%가 계획 외 중단. 순환정전 20GW, 약 450만 명 정전, 최소 210명 사망 기록(저체온·일산화탄소 중독 등).

아래 표는 기사에 제시된 텍사스 계통 변수의 요약이다.

항목 수치/내용
데이터센터 접속 요청 83GW(1월) → 220GW(최근)
승인된 추가 부하 약 7.5GW
오픈AI ‘Stargate’ 수요 최대 1.2GW
NERC 혹한 시 가용/수요 가용 92.6GW vs 피크 85.3GW
혹한+고장 시 가용 69.7GW(공급 적자 15GW+)
Uri(2021) 피해 순환정전 20GW, 450만 가구 정전, 최소 210명 사망

핵심은 계절성 리스크다. 여름 피크는 태양광·배터리의 기여가 일정 수준 작동하지만, 겨울 새벽/이른 아침 피크는 일사량이 낮고 배터리 충전시간이 부족하여 단주기 저장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부하라는 특징상, 혹한기 몇 일 연속 고부하 상황에서는 배터리의 잔존 용량(SoC) 확보가 어려워진다. NERC가 수요 유연성(일시 셧다운·부하 감축 계약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다.

“전력 부족과 순환정전은 향후 몇 년 내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실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결과다.” — 롭 그래믈리히, Grid Strategies 대표


2) ‘컴퓨트’ 병목: 모델보다 인프라가 먼저다

UBS는 OpenAI의 엔터프라이즈 매출이 전년 대비 9배 성장했고, 매출 믹스가 기업 60 : 소비자 40 구도로 재편 중이라고 평가했다. 오픈AI CFO는 ChatGPT for Enterprise연환산 매출 10억 달러를 공개했고, 비즈니스 좌석이 6월 300만 → 8월 500만 → 최근 700만+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UBS 리포트에는 결정적 문장이 등장한다.

“진짜 질문은, 우리가 그것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컴퓨트가 있느냐?” — 오픈AI 애플리케이션 책임자(와이어드 인터뷰 인용)

AI 서비스의 성장은 모델 퀄리티 못지않게 서빙 용량(Compute Serving) — 즉, GPU/가속기·서버·전력·냉각 — 에 좌우된다. 이 제약은 소비자형 채팅보다 업무 자동화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에서 더욱 민감하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Copilot 도입 확장을 추진하지만, 고객 현장에서는 ROI 불확실성과 함께 데이터 준비도/권한체계/보안 설계라는 인프라적 허들을 호소한다. 구글은 Gemini 3로 리더보드 상단을 재탈환했지만, 피차이 CEO 발언처럼 “과소투자 위험”을 경계하며 컴퓨트 증설의 필요성을 반복한다. 요컨대, 2026년 이후 AI 경쟁은 “더 좋은 모델?”이 아니라 “충분한 전력과 컴퓨트를 갖춘 자 누구인가?”의 게임으로 수렴한다.

주목

3) Capex 슈퍼사이클과 부채: 성장의 불꽃 vs. 재무의 그늘

도이체방크는 AI가 경제에 “불꽃(spark), 가속기(accelerator), 연료(fuel)”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생산성 지표가 본격 개선되기 전에도, ①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인프라에 대한 수천억 달러 규모 Capex, ② 밸류에이션 상승을 통한 부의 효과, ③ 작은 효율의 누적이 성장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2030년 전후까지 AI 인프라 관련 지출이 연 20% 증가할 수 있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불꽃’은 부채 기반으로 타고 있다. 로스차일드·캐피털 이코노믹스 등은 AI 인프라 Capex가 클라우드 1.0 때보다 6배 자본을 요구하면서도 NPV 0.2달러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적 추정을 던졌다. 금리·신용스프레드 민감도가 높아지는 구간에서, 하이퍼스케일러와 모듈 공급사(칩·패키징·광학·전력·냉각) 전반으로 재무 부담주가 변동성이 확산될 수 있다. 실제로 NVIDIA의 ‘비트&레이즈’에도 중국 리스크·Capex 대비 수익화 속도 논쟁으로 기술주가 조정을 겪은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4) 반도체·광학·패키징 병목: ‘전력-데이터-열’의 공학적 제약

레이몬드 제임스는 반도체 업종을 순환에서 구조적 호황으로 격상했다. 엔비디아(스트롱바이), 마벨(스트롱바이), 브로드컴·AMD(아웃퍼폼) 등을 제시하면서, CoWoS/기판 위 칩, 공패키지 광학(CPO) 같은 첨단 패키징·광전 융합이 고성능 클러스터 확장의 관건이라 밝혔다. 그러나 “컴퓨트-전력-냉각”의 삼각 제약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전력 선로 용량·변압기·스위치기어에서 수개월~수년 리드타임이 발생하는 장면은 흔해지고 있으며, 냉각·공조(HVAC)열관리는 부지/기후/도시계획과 얽혀 의사결정 속도를 낮춘다. 2026~2028년은 이 공학적 병목의 ‘증설→해소→재병목’ 파동이 반복되기 쉬운 구간이다.


5) 구리와 광산업 M&A: ‘킬로와트’의 금속이 다시 주인공이 된다

전력망 확충과 데이터센터 전력계통, 변전·송전 투자에는 구리가 대량 필요하다. 이와 맞물려 광산업 M&A가 재점화되고 있다. BHP앵글로 아메리칸 재접근설로 업계를 흔들었다(로이터/블룸버그). 앵글로는 이미 캐나다 테크 리소시스와의 합병으로 구리 집중 포트폴리오를 도모 중이다. 수치로 보자.

  • 앵글로-테크 결합 구리 생산능력: 연 1.2Mt(백만톤) 추정.
  • BHP+앵글로 가상 결합: 연 1.9Mt로 세계 최대 구리 생산자 추정.
  • 시가총액: 앵글로 $41.8bn, BHP $132.18bn(LSEG).

데이터센터의 ‘전자-열’ 문제를 해결할 장주기의 인프라 투자는 구리 장기 수요를 정당화한다. AI와 재생에너지 전환이 겹치면서 구리는 전력망의 언어가 된다. 향후 3~5년, 광산업의 가격결정력과 투자규모는 전력/데이터센터와 공진하며, 비용곡선 상단의 프로젝트·허가·환경규제·지역사회 수용성까지 총체적 병목을 동반할 것이다.


6) 정책·규제의 회색지대: ‘전력=국가안보’ 프레임이 강화된다

텍사스 사례에서 보듯, 전력망은 이제 디지털 경제의 운영체제다. 연방/주정부는 송전선 신증설, 변압기 증설, 데이터센터 입지 규제, 수요반응(DR)·부하감축 계약에 대한 제도 설계를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계통원가 반영·요금 설계·전력시장(PJM/CAISO/ERCOT 등) 규칙의 후행 조정도 불가피하다. 이는 지역별 전력요금·첨두부하 시 가격(Locational Marginal Price)·PPA(전력구매계약)의 구조적 재편과 연결된다. 한편, 연준은 물가·고용의 양면 리스크 속에서 완화 속도를 저울질 중이다(보스턴 연은 콜린스 총재 발언). 고금리 장기화는 전력망·데이터센터·반도체 설비의 WACC(자본비용)를 높여, 가격 전가→수요 조정→재투자 지연의 위험 루프를 만들 수 있다.


7) 12~36개월 시나리오: 확률과 파급경로

시나리오 개요 확률(주관) 주요 파급
기저 ‘점진적 해소’ 데이터센터 수요는 고성장 지속, 전력·컴퓨트 병목은 투자/제도 개선으로 올-오프 올-온 반복하며 완만히 해소 50% 유틸리티/전력기기/구리 강세, 반도체·광학·패키징 장비 업종 구조적 호황, 하이퍼스케일러는 재무 레버리지 관리가 핵심
낙관 ‘생산성 가속’ AI 도입 ROI가 조기 가시화, Copilot·Gemini 등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상용화 급진전, 전력망 투자 급격히 확대 25% 대형 기술주 재평가, 장기금리 상승에도 주식 강세, 실체 경제 생산성 지표 개선
비관 ‘버스트/전력사건’ 도이체방크 경고처럼 구현비용↑·결함↑로 생산성 이득 제한, 데이터센터/전력망 사고(혹한 정전) 발생 25% 기술주 밸류에이션 조정, 전력 다변화·지역 분산·프라이빗 클라우드/온프렘 회귀 증가, 정책·규제 개입 확대

8) 투자 지형: 업종별 중장기 체크리스트

① 유틸리티·전력 인프라

  • 테마: 데이터센터 PPA, 송전/변전 확대, 변압기·스위치기어·케이블 수주 사이클.
  • 리스크: 규제요금 인정 시차, Capex 부담, 혹한·정전 이벤트 책임.
  • KPI: ERCOT/PJM interconnection 대기열, PPA 단가/기간, 설비 리드타임.

② 반도체·패키징·광학

  • 테마: GPU/ASIC·광학 DSP·CoWoS·CPO, 고속 인터커넥트 업체(예: Marvell, Broadcom, Astera Labs 등) 구조적 수혜.
  • 리스크: 중국 수요/제재, Capex 대비 수익화 시차, 모델 전환 속도.
  • KPI: H100/B100·Blackwell 출하, CoWoS 캐파 증설, 광모듈 ASP/리드타임.

③ 전력기기·냉각·HVAC·EPC

  • 테마: 고효율 냉각, 이중화 전력, 백업발전/ESS, 데이터센터 EPC 파이프라인.
  • 리스크: 프로젝트 지연/허가 리스크, 원자재/인건비 상승.
  • KPI: DC 캠퍼스 수주, 냉각효율(PUE), 장주기 ESS 수주잔고.

④ 광산업·구리

  • 테마: 구리 장기수요, BHP-앵글로-테크 축의 재편, 자본집약·허가.
  • 리스크: 가격 변동성, 정치·환경 규제.
  • KPI: 프로젝트 IRR, 허가 진척,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

⑤ 하이퍼스케일러/플랫폼

  • 테마: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침투(Copilot, Gemini 등), Foundry/AgentKit 등 스캐폴딩 전략, 좌석 활성도.
  • 리스크: 부채·Capex, ROI 모호성, 스택 내 가치 이전(모델/애플리케이션 레이어) 논쟁.
  • KPI: 활성 사용자/월간 사용시간, 전사 도입 비중, 데이터 정제 프로젝트 수·규모.

9) 트리거·감시지표(Watchlist)

  • NERC 계통 보고·겨울철 전망: 혹한 리스크 수치(가용·피크·고장 시나리오) 추적.
  • Interconnection Queue: ERCOT/PJM 접속 대기 물량 변화, ‘유령 데이터센터’ 판별.
  • Capex 가이던스: 하이퍼스케일러/반도체/유틸리티의 2026~2028 Capex·현금흐름.
  • 정책: FERC/DOE 송전 규정, 인허가 패스트트랙, 수요반응/부하감축 장려정책.
  • 반도체 병목: 패키징(ABF/CoWoS)·광모듈 증설 속도, 납기 정상화.
  • 구리: 장기 오프테이크·M&A 공시, 대형 프로젝트 허가/지연 뉴스.

10) 리스크 관리: ‘전력-컴퓨트’ 상관 시대의 포트폴리오

분산과 기간 매칭이 중요하다. 전력·전력기기·EPC·광산업은 장주기 테마이며, 반도체·광학·패키징은 중주기, 하이퍼스케일러/플랫폼은 단·중기 실적 민감도를 가진다.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현금창출력이 높은 코어 자산과 구조적 수혜 업종을 혼합해 사이클 리스크를 낮출 필요가 있다. 정책 리스크(에너지 요금/허가/규제)와 지정학 리스크(중국/수출제한)는 옵션·헤지로 보완하는 접근이 합리적이다.


11) ‘버블 논쟁’에 대한 결론: 기대와 회의의 타협점

도이체방크는 AI가 장기적으로 일반목적기술(GPT)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고, 단기·중기 성장 경로상 유효한 긍정이 많다고 봤다. 동시에 구현비용·산출품 결함이 생산성 이득을 제약할 경우 버스트 가능성도 경고했다. 나는 핵심 쟁점이 모델의 능력보다 “전력-컴퓨트-자본비용”이라는 현실 제약에 있다고 본다. 텍사스에서 관찰되는 데이터센터·전력망의 긴장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잠재적 병목의 축도다. AI 슈퍼사이클의 승자는 알고리즘과 전자, 동박과 변압기, GPU와 송전선을 동시에 이해하고 실행하는 기업·정책·자본일 것이다.

한 줄 결론: AI의 미래는 코드만이 아니라 킬로와트(KWh)로 쓰인다. 머지않아 시장은 “누가 더 똑똑한가?”에서 “누가 더 전력·컴퓨트를 갖고 있는가?”로 질문을 바꿀 것이다.


부록: 기사 인용·데이터 출처(본문 요약 인용)

  • 텍사스 전력·데이터센터: CNBC — ERCOT 접속 요청 83→220GW, 오픈AI ‘Stargate’ 1.2GW, NERC 혹한 시 가용 92.6GW vs 피크 85.3GW(고장 시 69.7GW), 2021 Uri 피해.
  • OpenAI 엔터프라이즈: UBS — 매출 9배, 매출 믹스 60:40, Enterprise 런레이트 10억달러, 좌석 700만+, “컴퓨트가 있느냐” 발언(와이어드 인용).
  • Deutsche Bank: AI가 성장의 spark/accelerator/fuel, Capex 연 20% 증가 전망, 부의효과, 버스트 가능성 병기.
  • 반도체 구조적 호황: 레이몬드 제임스 — NVIDIA/Marvell/AVGO/AMD/ARM/Astera Labs 등 커버리지, CoWoS·CPO 강조.
  • BHP-앵글로-테크: 로이터/블룸버그 — BHP 재접근설, 앵글로-테크 합병, 구리 생산능력 수치.
  • Copilot/Gemini: CNBC — MS Copilot 도입 허들(ROI/가격/데이터), 구글 Gemini 3 반등, MS 내부 일일 활성 70%.

작성자: 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