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마켓 인사이트 — 인공지능(AI) 확산의 진짜 병목이 반도체에서 ‘전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디지털 혁신의 핵심 투입이 ‘트랜지스터’였다면, 이번 사이클의 기축 투입은 kWh(킬로와트시)다. 데이터센터는 24/7으로 돌아가는 기저부하형 수요를 창출하고, 그 속도는 각국 전력망이 따라잡기 벅찰 만큼 가팔라졌다. 2025년 이후 10년, 미국 주식·경제의 장기 궤적을 이해하려면 AI×전력의 결합이 가져올 물가·금리·수익구조의 재편을 먼저 읽어야 한다.
요약: 왜 ‘전력’이 AI 사이클의 새로운 핵심인가
- 글로벌 전력 수요 급증: 모건스탠리는 세계 전력 소비가 2024년 28,130TWh에서 2030년 35,093TWh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연간 증가분은 매년 1조kWh+에 달하며, 이 중 약 20%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다.
- 가격·투자상수의 변화: 2024년 전력 가격은 글로벌 15% 상승, 같은 해 전력 부문 투자는 $1.5조(사상 최대). 2025~2028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126GW, 데이터센터 누적 투자액은 $3조 추정.
- 공급망 병목: 예비율 하락, 스파크 스프레드 확대(글로벌 +5%, 아시아 +15% 전망), 송배전망 투자 +30~40%(~2030), 커테일먼트 증가. 머천트 전력 비중은 2030년 25%로 2024년 대비 두 배.
- 연료 믹스 재편: 천연가스 발전은 2030년까지 추가 1.3조kWh 공급, AI 구동 수요의 약 30% 충당. 원자력 점진 확대, 태양광은 공급망 합리화로 모듈 가격 ~2027년 +15% 가능성.
- 신뢰도 리스크: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는 한파 시 수급 균형 악화 경고. 텍사스 ERCOT에는 데이터센터·산업체 접속요청이 1월 83GW → 최근 220GW+(약 170%↑), 그중 73%가 데이터센터. OpenAI의 애빌린 Stargate 캠퍼스는 최대 1.2GW(원전 1기급) 수요로 추정.
위 수치들은 본 칼럼이 다루는 기본 시나리오의 뼈대다. 결론은 간명하다. 전력은 AI의 최종 병목이며, 이는 미국의 물가 구조·금리 경로·섹터 상대 수익률을 10년 단위로 바꾸는 상수가 될 것이다.
1) 데이터센터 전력의 ‘질’이 달라졌다: 24/7 기저부하, 공간·시간 제약의 현실
클라우드 1.0 시절의 데이터센터는 집적도는 높았지만 전력 수요는 상대적으로 평탄했다. 생성형 AI 이후의 데이터센터는 다르다. 학습(Training)·서빙(Inference) 모두 고집적·고전력·저지연을 요구한다. GPU·가속기의 전력밀도는 랙당 수백 kW를 넘나들며, 냉각·배전·안정화 설비를 포함한 총 전력/면적 집약도는 기존 대비 질적으로 상승했다. 이 수요는 야간에도 꺼지지 않는 기저부하의 성격을 띠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송배전망의 병목을 정면으로 자극한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미국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동시에 스필오버(수요 이전)로 말레이시아·일본·태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특정 시장의 타이트 현상 심화를 예상한다. 공급망의 지리적 병목이 가격과 투자를 동시에 밀어 올리는 전형적 구조다.
2) 숫자로 보는 ‘전력 슈퍼사이클’
| 지표 | 최근/전망 수치 | 출처·맥락 |
|---|---|---|
| 세계 전력 소비(2024→2030) | 28,130→35,093 TWh | 모건스탠리 전망(증가분 연간 1조kWh+) |
| 데이터센터 전력 증가(2025~2028) | +126 GW | 모건스탠리 |
| 데이터센터 누적 투자(~2028) | $3조 | 모건스탠리 |
| 전력 가격(2024, 글로벌) | +15% | 모건스탠리 |
| 전력 부문 투자(2024) | $1.5조 | 사상 최대 |
| 스파크 스프레드 | 글로벌 +5% / 아시아 +15% (’25~’27) | 모건스탠리 |
| 송배전망 투자(~2030) | +30~40% | 모건스탠리 |
| 머천트 전력 비중(2030) | 25% (’24의 2배) | 모건스탠리 |
| 천연가스 발전 추가 공급(~2030) | 1.3조 kWh | AI 전력 수요의 ~30% 충당 |
| 텍사스 interconnection 요청 | 83→220GW+ | ERCOT(’25.1→최근), 73% 데이터센터 |
| OpenAI ‘Stargate’ 캠퍼스 | 최대 1.2GW | 텍사스 애빌린, 원전 1기급 수요 |
표가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전력 슈퍼사이클의 특징은 ‘단기 과열’이 아니라, 수요·가격·자본배분이 동시에 재정렬되는 구조적 변화다.
3) 물가·금리의 재정렬: 전기요금이 만든 ‘끈적한 인플레이션’
전력은 CPI·PPI에 직접(주거·광열비·유틸리티 요금)·간접(산업·서비스 비용 전가)으로 깊게 스며 있다. 송배전 요금은 현재 전력비의 약 30%를 차지한다. 모건스탠리는 그리드 투자가 2030년까지 +30~40% 늘 것이라 봤다. 규제 유틸리티의 요금 산정(Rate Base·Allowed ROE) 메커니즘을 감안하면, 대규모 배전망·변압기·송전선 증설은 장기간의 누적 요금 인상으로 귀결되기 쉽다.
물론, AI의 생산성 향상이 단기 전력 인상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Capital Economics가 지적했듯, 현재까지 관측되는 생산성 가속은 ICT 코어(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 처리)에 국한되고, 의료·금융·부동산·교육 등 대형 서비스 업종으로의 파급은 아직 제한적이다. 요컨대 요금 인상(가시화)과 생산성 배당(지연) 사이의 시차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 시차는 끈적한 인플레이션으로 체감될 수 있다.
연준의 12월 결정은 CPI 데이터 공백(발표 취소·연기) 속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뉴욕 연은 윌리엄스 총재는 ‘근시일 내 추가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고, 보스턴 연은 콜린스 총재는 ‘마일드한 제약을 유지할 이유’를 거론했다. 전력 요금 상방 압력은 통화정책에 상충 신호를 준다. 즉, 성장 둔화가 확인돼도 기저 물가가 요금·임차료·임금의 끈적임으로 쉽게 꺾이지 않으면, 급진적 완화는 어려울 수 있다.
4) 섹터별 수혜·피해의 장기 지형
(1) 수혜군
- 규제 유틸리티(전력·배전·송전): 대규모 Rate Base 확장(그리드·변전소·변압기 교체·지중화), Allowed ROE 기반 수익. 요금 인가 과정이 변수지만, 규모의 경제와 요금 안정성을 앞세운 투자집행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 독립발전·머천트 전원: 머천트 비중이 2030년 25%로 확대, 발전사업자 수익률 +300bp 개선 전망. 스파크 스프레드 확대 구간에서 현금흐름 민감도↑.
- 가스 밸류체인: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 증가(2030년 +1.3조kWh 공급). 생산·파이프라인·저장 인프라에 재평가 여지. 단, 가격 급등 시 정책 리스크 동반.
- 원자력·대체 기저부하: uprate·수명연장, 대형/차세대(소형모듈원자로, 기술·허가 불확실성은 상존). 데이터센터 장기 PPA와의 결합 가능.
- 전력설비·부품: 초고압 변압기, 스위치기어, HV 케이블, FACTS·유연송전, 변전 자동화, 산업용 냉각(HVAC). 공급망 리드타임 장기화에 따른 가격 협상력.
- 에너지 저장·수요반응: 배터리의 단주기 한계를 알맞게 포지션(1~4시간). 데이터센터 수요 유연화(부하 감축·셧다운 옵션) 계약이 새로운 수익원.
(2) 도전군
- 전력다소비 제조·서비스: 알루미늄·화학·정유·데이터 처리 중 비핵심 워크로드는 요금상승의 직격탄. 비용전가 불가 시 마진 압박.
- 재생에너지 단독 개발: 송전망 제약으로 커테일먼트 증가. 중국 태양광 공급망 합리화(폴리실리콘 1/3 축소) → 모듈 가격 ~2027년 +15% 상방 위험. 저장·송전 연계 없는 프로젝트는 수익성 변동성 확대.
- AI 인프라 지연 리스크: 전력·변전 용량 확보 지연은 데이터센터 상업운전( COD) 일정에 직접 반영. 하이퍼스케일러 CAPEX가 전력 확보 계약에 좌우될 수 있음.
5) 텍사스: 기회와 경고가 공존하는 ‘리얼타임 실험실’
2021년 겨울폭풍 ‘유리(Uri)’는 텍사스 전력망에 체계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혹한에 난방 수요 급증과 발전설비 고장이 중첩되며 ERCOT는 약 20GW의 수동 부하 차단을 단행했다. FERC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계획되지 않은 발전중단의 58%는 천연가스 발전에서 발생했다. 텍사스는 이후 가스 인프라의 winterization를 강화했다.
그런데, 유리 이후 데이터센터·채굴·산업체의 전력망 접속요청은 폭증했다. ERCOT 기준 2025년 1월 83GW였던 요청은 최근 220GW+(약 170%↑)로 급증, 73%가 데이터센터다. ERCOT가 실제 승인한 용량은 7.5GW(절대규모로도 상당). NERC는 혹한 시 가용전력이 69.7GW까지 떨어질 수 있고, 수요피크 85.3GW에 대비 15GW+ 공급 적자 위험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텍사스의 매력은 명징하다. 풍부한 재생에너지·가스 자원, 친기업 규제, 광활한 부지, 그리고 상시 수요를 원하는 발전사업자에겐 데이터센터가 안정 매출원이다. 정책 설계가 성패를 가른다. 겨울 신뢰도 확보(예비율, 연료확보), 송배전 망 증설, 데이터센터 수요 유연화 계약(부하 감축·선제 셧다운 옵션), 분산형 자가발전·저장(behind-the-meter)의 체계적 편입이 핵심이다.
6) 정책·규제: ‘송배전’이 전기의 반이다
- 허가·연계 개혁: 미국의 송전선 Permitting 병목은 잘 알려진 구조적 문제다. NEPA 절차 간소화, FERC의 Order(계통계획·비용분담) 정교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재생·원자력·가스 어느 쪽도 충분한 속도로 못 간다.
- 그리드 현대화·동맹 투자: 미·일 무역협정이 ‘발전 및 전력망 현대화’를 강조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동맹국 자본이 미국 내 AI·제조용 전력 인프라에 유입되는 추세는 외교+산업정책의 결합을 보여준다.
- 연료 믹스의 현실주의: 웰스파고는 미국의 AI 성장 병목을 ‘전력 가용성’으로, 중국의 병목을 ‘GPU 접근성’으로 짚었다. 미국 내 가스·원자력의 역할 증대는 안정적 기저전원 확보를 위한 현실적 선택이다.
- 요금·시장설계: 용량·유연성 보상, 수요반응, 장주기 저장의 가격 신호가 정합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지역간 송전 강화 전까지는 노달 가격 격차가 커질 수 있다.
7) 시나리오 분석(2025~2035)
기본(Base)
- 데이터센터 수요는 모건스탠리 궤도(’25~’28 +126GW) 근접. 미국의 DC 수요 비중은 2030년 ~50%.
- 전력요금은 송배전 투자+연료 믹스 영향으로 완만한 상방, CPI·PPI에 점진적 상방 압력.
- 연준은 점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전제로 점진적 완화 경로. 급진적 인하 어려움.
- 섹터 수익률은 규제유틸·설비·가스·머천트 발전이 상대적 우위. 재생은 저장·송전 연계형이 강세.
상방(Upside)
- AI 상용화 속도↑, DC 수요·투자 가속(IEA 강세 시나리오). 동맹국 자본 유입으로 그리드 투자 병목 일부 해소.
- 원자력 uprate·수명연장 및 신규 프로젝트의 제도적 가속. 온사이트 소형 원전·열병합 등 분산형 기저의 초기 실증.
- 생산성 파급이 비ICT 대형 서비스로 확산, 전력요금 상방을 소화. 실질 성장 기여 확대.
하방(Downside)
- 경기 둔화·정책 지연으로 그리드·전원 증설 타임랩 확대. 예비율 급락 구간에서 정전 리스크 상시화.
- 연료 가격 급등·공급차질(가스), 허가·소송 지연(송전)이 동시 발생 시 전력요금 점프.
- AI 효율화(모델·하드웨어) 급진 개선으로 전력 수요 탄력성↑ → 특정 설비 과잉 투자 리스크.
8) 투자자 체크리스트: ‘전력-병목-현금흐름’의 3단 구조
- 전력 확보 여부: 데이터센터·AI 인프라 기업의 COD·PPA·연계(Interconnection) 수속 현황. 노드별 전력가격·Congestion 리스크 점검.
- 그리드 파이프라인: 규제유틸의 CapEx 가이던스·요금인가 사이클, 송전선 허가·착공 속도, 변압기·HV설비 리드타임.
- 연료·믹스: 가스 공급망(생산·운송·저장) 병목, 원자력 uprate/수명연장 진행 상황.
- 시장설계 변화: 용량/유연성 보상체계, 머천트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 변동성.
- 매크로: 전력 요금의 CPI 파급, 기대인플레(BEI), 연준 커뮤니케이션(점도표·의사록).
9) 필자의 견해: ‘전력은 AI의 총알’—병목을 소유하라
AI가 총이라면, 전기는 총알이다. 반도체만으로 전쟁을 이길 수 없고, 전력 없이는 반도체도 무력하다.
향후 10년, 투자자는 병목을 소유해야 한다. 지금 그 병목은 전력이다. 나의 기본 견해는 다음과 같다.
- 인플레이션: 전력 요금은 상향 평준화될 것이다. CPI의 전기요금·주거비 항목과 PPI의 전력 민감 산업 원가에 끈적한 상방을 제공한다. 다만 AI 생산성의 광범위한 확산이 중장기적으로 상쇄 가능.
- 금리: 연준은 성장 둔화·물가 끈적임의 상충 프레임 속에서 점진적 완화 경로를 선호하되, 요금 상방이 큰 폭의 급진 완화를 억제할 것이다.
- 섹터: 규제유틸·송전·전력설비·가스·머천트 발전은 장기 CAPEX의 수혜. 재생은 저장·송전 결합형, 데이터센터는 전력 접근권을 확보한 주체가 수익의 스프레드를 가져간다.
- 정책: 허가·연계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ESG·AI 어느 어젠다도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송배전은 전기의 절반이다.
부록: 근거·데이터 하이라이트
- 모건스탠리: 글로벌 전력 수요 ’24→’30 28,130→35,093TWh, 전력 가격 ’24 +15%, 전력 부문 투자 ’24 $1.5조, 데이터센터 전력 ’25~’28 +126GW, 데이터센터 투자 ~’28 $3조, 스파크 스프레드 글로벌 +5%·아시아 +15%(’25~’27), 예비율 하락, 그리드 투자 ~’30 +30~40%, 온사이트 전원이 신규 수요 ~10%, 머천트 전력 비중 ’30 25%(’24의 2배), 발전사업자 수익률 +300bp, 가스 발전 ~’30 +1.3조kWh·AI 수요 ~30% 충족, 태양광 모듈 ’27까지 ~+15% 가격, 커테일먼트 증가.
- NERC·ERCOT: 텍사스 interconnection 요청 83→220GW+(’25.1→최근), 73% 데이터센터. ERCOT 승인 7.5GW. 혹한 시 수요피크 85.3GW·가용전력 69.7GW로 15GW+ 적자 위험. 2021년 유리 사태 당시 계획외 발전중단의 58%가 가스 발전.
- OpenAI: 텍사스 애빌린 ‘Stargate’ 데이터센터 최대 1.2GW 수요(원전 1기급), 전력 확보 이슈가 상업운전 일정의 핵심 변수.
- 웰스파고: AI-에너지를 신(新) 지정학적 군비경쟁의 축으로 규정. 미국의 병목은 ‘전력’, 중국의 병목은 ‘고급 GPU 접근성’.
- Capital Economics: AI의 생산성 효과는 현재 ICT 코어 비중(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처리)에서 뚜렷, 비ICT 대형 서비스로의 파급은 아직 초기.
맺음말
AI는 하드웨어·모델 경쟁을 넘어, 전력 접근권을 두고 벌어지는 자본·정책·외교의 총력전으로 확장됐다. 미국 경제·증시의 장기 궤도는 이 병목을 누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싸게 푸느냐에 달려 있다. 투자자는 전력-병목-현금흐름의 3단 프레임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 총알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총도 소용없다. 전력은 AI의 총알이다.
주: 본 칼럼은 모건스탠리·NERC·ERCOT·웰스파고·Capital Economics 등 공개자료와 CNBC·로이터·인베스팅닷컴·바차트의 보도를 기반으로 작성했으며, 수치·사실은 인용 시점의 원 자료를 따랐다. 투자 권유가 아니며, 모든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