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장이 겨울철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며, 한파 시 전력 공급 부족과 순환정전 위험을 키우고 있다다. 텍사스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자원, 그리고 친기업적 규제 환경을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수요를 흡수하고 있으며, 이는 혹한기 수급 균형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 다.
2025년 11월 2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는 데이터센터 연결 요청이 폭증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오픈AI(OpenAI)가 댈러스-포트워스에서 서쪽으로 약 150마일 떨어진 애빌린(Abilene)에 스테이트게이트(Stargate) 플래그십 캠퍼스를 조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 다. 이 캠퍼스의 최대 전력 수요는 최대 1.2GW로, 대형 원자력발전소 한 기에 맞먹는 수준으로 제시되었 다.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는 이번 주 발표에서,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상시 전력 소비가 한파 등 극한 환경에서 수요가 급증할 때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경고했 다. NERC는 분석에서 ‘신규 데이터센터와 대형 산업 수요처의 강력한 부하 증가가 겨울철 전력 수요 전망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공급 부족 위험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 다. 다만, 평시 피크 수요에서는 텍사스 전력망의 신뢰도가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했 다.
[배경] 2021년 겨울폭풍 ‘유리(Uri)’의 교훈
2021년 겨울폭풍 유리 당시, 혹한에 따른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동시에 동일한 기상 요인으로 대규모 발전설비 고장이 발생했 다.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관 ERCOT은 계통 붕괴를 막기 위해 약 20GW 규모의 순환정전을 명령했으며, 당시 정전의 다수는 천연가스 발전에서 발생했다는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보고가 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수동 부하 차단(load shedding) 사례로 기록되었으며, 약 450만 명이 며칠간 전력을 잃었고 최소 210명이 숨졌 다. 사망 원인은 저체온증, 일산화탄소 중독, 혹한으로 악화된 기저질환 등으로 보고되었 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 계통의 팽팽한 긴장 상태다.’ — 존 무라(John Moura), NERC 신뢰도평가 국장
[데이터센터 요청 급증] 수요 폭발, 그러나 실현성 논란
유리 사태 이후 텍사스에는 데이터센터, 암호화폐 채굴시설, 산업체로부터의 전력망 접속 요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 다. ERCOT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83GW였던 프로젝트 접속 요청 규모가 이번 달에는 220GW를 넘어 약 170% 증가했다. 그중 약 73%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로 집계되었 다.
이들 프로젝트가 모두 건설될 경우, 텍사스 내 약 1억5,400만 가구의 연평균 전력소비량에 해당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되었 다. 그러나 텍사스 전체 인구는 약 3천만 명에 불과하다. ERCOT 감시기구(IMM) 전 책임자인 베스 가르자(Beth Garza)는 이 수치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며, ‘숫자 자체가 말 그대로 엄청나게 크다’고 표현했 다. ERCOT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프로젝트가 아직 계획 심사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NERC의 존 무라 국장은, 동일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여러 관할권에 중복 제출하는 이른바 ‘유령(phantom) 데이터센터’ 현상이 미 전역에서 관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력회사들의 수요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었 다.

ERCOT이 실제로 접속을 승인한 수요는 7.5GW로, 총 요청 대비 규모는 작지만 절대적 수준에서는 상당한 추가 부하다. 비교를 위해, 펜실베이니아 남동부 6개 카운티(필라델피아 포함)의 2024년 피크 수요는 인구 약 170만 명 기준 약 8.6GW로 집계되었다.
[겨울철 수급 타이트해지는 텍사스] ‘여유 없는’ 균형, 한파 시 적자 전환 가능
NERC에 따르면, 텍사스는 겨울철에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급격히 팽팽해질 수 있 다. 가용 자원은 92.6GW, 유리와 같은 극한 한파 시 피크 수요는 약 85.3GW까지 치솟을 수 있다. 그러나 혹한으로 인한 계획정비, 강제 고장, 설비 효율 저하가 겹치면 가용 전력은 약 69.7GW까지 떨어질 수 있어, 15GW를 웃도는 공급 적자가 발생할 위험이 제기되었 다.
NERC는 이번 겨울 평가에서 일정 마일스톤을 통과한 데이터센터만 반영해 투기적 프로젝트를 걸러냈다고 설명했 다. 존 무라 국장은 데이터센터 요청 급증을 전력산업에 있어 ‘획기적 전환’으로 규정하며, 한파 시 수급 균형 유지를 위해 데이터센터의 수요 유연성(일시적 셧다운·부하 감축 등) 확보가 유효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 다.
‘전력 부족과 순환정전은 향후 몇 년 내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실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결과다.’ — 롭 그래믈리히(Rob Gramlich), 그리드 스트래티지스 대표
[연료·설비 제약의 현실] 가스, 태양광, 배터리 모두 시험대
FERC에 따르면 유리 당시 텍사스의 계획되지 않은 발전중단의 58%는 천연가스 발전에서 발생했다. 혹한은 가스 생산량을 감소시켰고, 연료 수송에 장애를 일으켰으며, 송전선 파손 등으로 전력 전송에도 문제가 생겼 다. 텍사스는 사건 이후 혹한 대비를 위한 천연가스 인프라 강화 규정을 도입했다.
천연가스 발전의 대규모 이탈 시,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도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겨울철 피크는 일출 전후 이른 아침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일사량이 부족한 데다, 배터리는 야간 동안 충분한 충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24시간 운영되는 특성상, NERC는 ‘유리와 같은 수일간의 혹한기 고부하 동안에는 충분한 배터리 잔존 용량(state of charge)을 유지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 다.
[공급 확대의 유인] ‘안정적 수요’가 민간투자 불러올 수도
베스 가르자는 데이터센터가 제공하는 신뢰 가능한 상시 수요가 새로운 발전 투자를 촉발할 것이라며, ‘발전소들은 그런 기회를 좋아한다’고 평가했 다. 그는 이러한 수익 가시성이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공급 확충을 유도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용어 해설]
ERCOT(Electric Reliability Council of Texas): 텍사스 전력계통의 운영·도매시장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이 다. 텍사스 대부분 지역의 전력 수급과 실시간 계통 안정화 조치를 총괄한 다.
NERC(North American Electric Reliability Corporation): 북미 전력망의 신뢰도 표준을 수립·감독하고 계통 안정성 평가를 수행하는 비영리 조직이 다.
겨울폭풍 유리(Uri): 2021년 2월 미 남부를 강타한 혹한/한파 사태로, 텍사스에서 대규모 정전과 인명 피해를 초래했 다.
로드 셰딩(load shedding): 전력계통 붕괴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부 지역의 전력을 순차 차단하는 비상 운용 조치이 다. 본 기사에서는 ‘수동 부하 차단’ 사례가 미국 최대 규모로 기록되었음을 지칭한 다.
기가와트(GW): 전력 단위로, 1GW는 10억 와트이 다. 대형 원자력발전소 한 기 용량이 대략 1GW 안팎으로 거론되곤 한 다.
[분석과 시사점]
텍사스의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은 전력망의 계절적 취약성이 노출되는 겨울철에 특히 큰 부담이 된 다. 대규모 신규 수요가 한파 시 동시다발적 설비 이탈과 결합하면 15GW+에 달하는 공급 적자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순환정전 같은 비상 조치의 빈도를 높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요 유연성 계약(부하 감축, 스케줄 조정), 가스 인프라 동결 방지(winterization) 강화, 단주기 자원(배터리)의 운영전략 정교화가 필요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저부하 성격의 무탄소 전원과 장주기 저장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데이터센터 자체의 전력 효율화와 피크 회피형 운영 설계가 병행되어야 리스크를 낮출 수 있 다.
다만, ERCOT 승인치만으로도 이미 7.5GW의 추가 부하가 가시화된 상황이고, ‘유령 데이터센터’처럼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책·시장 설계는 실제 연결 가능성과 시간표를 정밀 반영해야 한다. 평시 피크의 신뢰성이 유지되는 한, 혹한 시에 집중되는 계절성 리스크를 정교히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 다. 궁극적으로는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간의 상호의존을 전제로, 부하의 유연화와 정책적 인센티브를 맞물리게 하는 설계가 텍사스형 해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