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 밸류에이션이 다시 높아지며 시장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멀티플(valuation multiple)이 빠르게 확장되며, 투자자들은 현 수준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2025년 11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 전략가들은 현재의 밸류에이션 그림이 엇갈린 신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가격이 역사적 범위를 웃도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데이터는 단지 멀티플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상승장이 곧바로 종료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대표적 광범위 지수인 MSCI 올컨트리 월드 인덱스(ACWI)(LON:ACWD)가 현재 12개월 선행 이익 대비 19배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년 장기 평균 대비 약 30% 프리미엄에 해당한다. UBS는 이러한 프리미엄이 고성장·고평가 섹터인 기술(IT)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IT 섹터의 지수 내 비중은 10년 전 11% 수준에서 현재 28%를 넘겼다※ 지수 헤드라인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인. 결과적으로, 섹터 구성이 지수 전체의 헤드라인 멀티플을 가시적으로 부풀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범주에서의 아웃라이어로 남아 있다. S&P 500은 선행 이익 기준 약 23배로, 역사적 밴드 상단 근처에서 거래 중이다. 나스닥 종합지수의 후행 PER(trailing P/E)은 약 30배로, 닷컴 버블 시기 극단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강한 낙관론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해석된다.
대조적으로, 다른 주요 지역의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더 절제된 모습이다. 유럽 주식은 장기 평균 대비 약 10% 상회하는 수준이고, 중국은 약 7% 상회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여전히 디스카운트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즉, 지역 간 밸류에이션 분산이 커졌으며, 프리미엄은 특정 시장과 섹터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UBS는 비싸 보이는 시장이 즉각적인 반전(reversal)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과거 사이클은 이를 뒷받침한다.
1990년대 중반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경고는 추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기됐고, 2013년의 “양적완화(QE) 버블” 논란 이후에도 상승세는 더 진행됐다.
역사적 사례는 단순히 멀티플이 높다는 사실만으로는 상승장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높아진 밸류에이션은 통상적으로 장기 수익률의 하락을 의미한다. UBS는 S&P 500이 현 수준에서 지난 20년간 기록한 연평균 9.7% 수익률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멀티플 고점 구간에서의 기대수익률 저하는 다양한 연구에서 반복 확인된 패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엇이 주식의 다음 방향을 좌우할까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핵심 변수다. UBS는 2025년 S&P 500 주당순이익(EPS)이 11% 증가하고, 2026년에 추가로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펀더멘털 지지를 제공해 상승 추세의 연속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또한 유동성 환경이 여전히 우호적으로 평가되며, 이는 위험자산 선호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인공지능(AI)이 스윙 팩터로 지목된다.
만약 AI가 기대 수준의 생산성 향상을 실현한다면, 시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재의 밸류에이션에 ‘자라 들어갈 수’(grow into) 있고, 그 과정에서 멀티플에 대한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AI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밸류에이션에 대한 검증 압박이 커지며, 이는 주요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종합하면 UBS는 오늘의 시장이 비싸지만 필연적으로 취약한 것은 아니다고 평가한다. 견조한 이익 성장과 풍부한 유동성이 추가 상승을 지지할 수 있으나, 과거보다 오차 허용 범위가 얇아졌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는 실적·정책·기술 발전 중 어느 하나라도 기대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뜻한다.
용어와 맥락 설명: 밸류에이션을 읽는 핵심 키워드
선행 PER(12개월 선행 이익 대비 주가수익비율)은 향후 12개월간 예상되는 이익을 분모로 삼아 현재 주가 수준의 적정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반면 후행 PER은 지난 12개월의 실제 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선행 PER이 높다는 것은 시장이 미래 성장을 선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후행 PER이 높다는 것은 최근 실적 대비 주가가 비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두 지표 모두 이익 추정치의 변동성, 회계 기준, 업종별 수익 구조 차이에 영향을 받으므로, 단일 지표에만 의존한 판단은 위험하다.
멀티플 확장/수축은 동일한 이익 수준에서 투자자들이 지불하려는 가격의 배수가 늘거나 줄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프리미엄은 장기 평균 대비 높은 멀티플을 의미하며, 이는 성장성·질적 우월성·유동성 등에 대한 보상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디스카운트는 구조적 리스크, 낮은 수익성,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부여되는 평가 절하다. 유동성은 중앙은행 정책, 금융여건, 자금 조달 비용 등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할수록 멀티플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지역별 분산은 현재 구간에서 특히 중요하다. 미국은 고밸류에이션과 높은 기술 비중으로 인해 성장 모멘텀의 지속성에 더 민감한 구조다. 반면 유럽·중국·일본은 상대적으로 억제된 멀티플로 업사이드는 제한적일 수 있어도 하방 회복력에서는 차별화가 가능하다. 이는 섹터·지역·스타일 전반의 분산을 통해 밸류에이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이익 전망의 질(현금흐름, 마진 구조, 자사주 매입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정성적 점검이 멀티플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필수적이다.
투자 전략 관점의 함의도 분명하다. 첫째, 이익 사이클이 실제로 UBS 전망(2025년 +11%, 2026년 +10%)에 부합한다면, 현재의 높은 멀티플은 시간 경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당화될 수 있다. 둘째, 이익이 예상에 못 미치거나 AI 관련 기대가 후퇴할 경우, 멀티플은 수축하며 변동성이 상승할 수 있다. 셋째, 고밸류에이션 구간의 평균 기대수익률 하락을 감안하면, 리스크 조정 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밸류에이션 민감도 관리가 요구된다. 이는 현금흐름 가시성이 높은 종목, 프리미엄이 덜 반영된 지역, 이익의 방어성이 높은 업종의 비중을 검토하는 접근으로 연결된다.
결론적으로, 주식 밸류에이션은 높다. 그러나 역사는 ‘높다=곧 하락’이라는 단순 명제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현재 국면은 이익 성장과 유동성에 의해 추가 상승이 정당화될 수도, AI 성과와 이익 둔화로 멀티플 재조정이 촉발될 수도 있는 균형의 변곡점에 놓여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밸류에이션 수준을 경계하되, 이익의 질·유동성 여건·기술 생산성이라는 세 축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