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전기화 확대로 전력 시장 장기적 공급 타이트 전개…모건스탠리 “구조 변화 상수”

글로벌 전력 시장이 장기적 공급 타이트 국면으로 진입한다

글로벌 전력 수요가 10년을 넘는 기간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세계 전력 시장이 지속적인 공급 타이트(수급 불일치 심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AI 관련 데이터센터의 확장과 운송·난방·제조 등 전기화가 핵심 동력으로 지목된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이러한 추세가 단기 현상이 아니라 장기 구조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2025년 11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2030년까지 매년 1조kWh 이상의 글로벌 전력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만으로 약 20%가량의 증가분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컴퓨팅 집약도 확대와 클라우드·AI 연산 수요의 급증이 전력 곡선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전력 수요가 2024년 28,130TWh에서 2030년 35,093TWh로 확대되고, 같은 기간 발전량은 2030년 38,865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수요-공급 간 간극이 장기간에 걸쳐 상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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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전력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약 15% 상승했으며, 같은 해 전력 부문 투자사상 최대인 1조5,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신규 수요와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요하는 환경에서 자본 집약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로커리지 추정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투자2028년까지 총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5~2028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126GW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캐나다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근접하는 규모다. 대규모 연산 수요를 수용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의 확보 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2025~2027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2024년 4월 이후 56% 상향 조정됐다. 모건스탠리는 이러한 상향 조정이 컴퓨팅 집약도의 가속 및 모델 고도화·서비스 다각화에 따른 전력 집약형 워크로드의 급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203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절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로부터의 스필오버(수요 이전)아시아에 약 15% 유입되면서, 말레이시아·일본·태국·싱가포르 등 일부 시장의 타이트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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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지표 측면에서 모건스탠리는 스파크 스프레드(도매 전력가격과 연료비 간 마진)가 글로벌 기준 2027년까지 5% 상승하고, 아시아에서는 2025~2027년 약 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료비·탄소비용·용량요금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도매 가격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에서는 신규 부하 1GW 유입 시 도매가격이 약 8%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선물·선도 시장은 여전히 백워데이션 상태를 유지하며, 장기 타이트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비율은 모든 주요 권역에서 하락할 전망이며, 미국과 아시아의 예비율 압축이 2030년까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송전망(그리드) 제약은 향후 가격 압력의 핵심 동인으로 제시됐다. 최근 수십 년간 그리드 투자는 발전 투자에 비해 절반 이상 뒤처졌고, 송배전 요금은 현재 전 세계 전력 비용의 약 30%를 차지한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글로벌 그리드 설비투자가 30~40% 증가함에 따라, 관련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로커리지는 그리드 접근권이 데이터센터와 상업·산업용 전력 수요자에게 점차 희소한 자산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 이용자가 현재 전기요금의 최대 두 배까지 지불하더라도 공급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온사이트(자가·직결) 전원 또는 비하인드 더 미터 공급은 새로운 글로벌 전력 수요의 약 10%를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머천트 전력(규제·장기계약 외 시장판매 비중)은 2030년에 전 세계 소비의 4분의 1로 늘어 2024년의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발전 사업자의 수익률이 약 300bp 개선될 것이라는 추정도 제시됐다.

공급 측 대응은 지역별로 상이하다. 2024년 석탄·가스 화력 투자2017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최근 2년간 40GW 이상의 신규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동시에 최소 10GW 규모의 폐지(리타이어먼트) 철회가 이뤄졌다.

천연가스2030년까지 추가 1.3조kWh의 발전을 공급하고, AI 구동 수요의 약 30%를 충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의 보완 관계 속에서 가스의 역할이 재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자력은 점진적으로 출력이 확대될 전망인 반면, 재생에너지 비용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중국 태양광 공급망의 합리화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이 3분의 1 축소되고, 태양광 모듈 가격이 2027년까지 약 15%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송전망 제약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커테일먼트)이 증가하는 현상은 가스 및 저장 기술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저장장치의 확산은 계통 유연성 확보에 기여하지만, 그리드 증설 지연이 지속되는 한 가격·용량 신호는 팽팽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는 시장이 지속적 타이트·가격 상방·부하 패턴 변화·자본 수요 증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전력 공급망 전반에서 약 3,500억달러의 가치 창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발전·송전·저장·설비 공급·재생에너지까지 전 밸류체인의 구조적 재편을 수반한다.

브로커리지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here to stay”라고 평가하며, 장기적으로 발전, 송전, 저장, 장비 공급, 재생에너지의 지형을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 해설: 전력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

스파크 스프레드: 가스 발전 기준으로, 도매 전력가격에서 연료비를 뺀 마진을 뜻한다.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가스발전의 채산성이 개선된다.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장기 선물가격이 단기 현물가격보다 낮은 시장 상태를 의미한다. 전력 선물곡선이 백워데이션이면, 시장이 장기 타이트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예비율(Reserve Margin): 최대 수요 대비 가용 발전설비의 여유분을 가리킨다. 예비율 하락은 정전 위험가격 변동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the-meter): 소비자 측 계량기 뒤편에 설치된 자가발전·저장설비를 의미한다. 그리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머천트 전력(Merchant Power): 규제요금·장기 PPA 대신 시장 가격에 노출된 전력 판매 모델이다. 가격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수익 변동성이 크다.

커테일먼트(Curtailment): 송전망 제약 등으로 발전 가능한 재생에너지 출력이 제한되는 현상이다. 잉여 전력을 흡수할 망 확충·저장이 병행되지 않으면 손실이 확대된다.


분석·시사점

첫째, 수요의 질적 변화가 뚜렷하다. AI·클라우드 연산, 24/7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전기화된 공정은 기저 부하를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계절·시간대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고, 유연성 자원(저장·수요관리·가스)의 비중 확대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둘째, 그리드가 병목으로 부상한다. 발전 투자에 비해 뒤처진 송전·배전 투자는 요금 인상 압력으로 연결된다. 그리드 접근권의 희소성은 프로젝트 입지·착공 속도·PPA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품질(신뢰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시장에 내재화되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셋째, 가격 신호의 재정렬이 진행된다. 스파크 스프레드 확대와 예비율 압축은 도매 가격의 상방 경직성을 강화한다. 선물곡선의 백워데이션은 장기 조달 헤지의 재점검 필요성을 시사하며, 수요자·발전사 모두 포트폴리오의 만기 구조와 노출 리스크를 재설계할 유인이 커진다.

넷째, 자본 배분의 초점이 바뀐다. 데이터센터·그리드·저장·가스 백업 등으로 투자 수요가 재편되면서, 프로젝트의 시간가치(조기 상업운전)와 신뢰성 가치가 프리미엄을 얻는다. 이는 머천트 익스포저 확대와 결합해 발전사의 수익률 상향을 유도할 수 있다.

다섯째, 공공정책과 시장 설계의 정합성이 시험대에 오른다. 재생에너지의 비용상승 압력과 커테일먼트 증가는, 망 확충·저장 인센티브용량/유연성 보상체계의 정교화를 요구한다. 동시에 지역별로 상이한 수급 환경을 반영한 차등적 규제·요금 구조가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종합하면, 모건스탠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전력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일시적이 아닌 상수에 가깝다. 수요의 전기화·디지털화가 심화되는 한, 발전·송전·저장 간 균형 회복은 시간과 자본을 요구할 것이며, 이행 과정에서 가격과 정책, 민간·공공 투자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질서가 정착될 전망이다.※ 본 기사 내용은 인베스팅닷컴 보도 및 모건스탠리 리서치 전망을 근거로 정리·번역함